모 영화 제목의 부정으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추락은 바로 몰락을 의미한다. 다시 일어서려면 곱절 이상의 노력과 땀이 들어가야 원상복귀가 가능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나 영화 속 슈퍼히어로는 다르다. 히어로이기에, 그는 다시 일어서 적을 무찌르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으며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야 한다. 그래야 아귀가 맞지 않겠는가. 끝없이 추락만하면 얘기가 안 되는 거다. 이번에 모든 걸 접수할 기세로 흥행몰이 중인 영화 <아이언맨3>가 그렇다. 아예 애초부터 그런 컨셉으로 나온 영화다. 본 제작진이 3편의 스토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다가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떠올렸다는 후담이 있다. "만약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슈퍼 히어로가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결국 이 질문은 3편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되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전작 08년에 1편과 10년에 2편과는 다르게 3편은 완전히 궤를 달리 하고 있다. 차별화이자 시리즈 종결적 의미로써 그 자체의 리부트라 할 정도로 '토니 스타크' 인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액션 일변도가 아닌, 토니가 처음으로 대중의 환호로부터 떨어져 완전한 고립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토니는 '나도 군중의 일부'라는 것을 처음으로 자각하며, 오히려 몰랐던 소속감을 찾고, 종국엔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연인 페퍼와 극적으로 상봉하는 것. 이것이 이번 아이언맨3의 기본 플롯이다. 그래서 그런가, 다소 드라마적인 아이언맨3가 아닐 수 없다. 슈퍼 히어로물 고정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환호할만한 어벤져스급 액션도 많지 않거니와, 토니의 추락과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아낸 일종의 성찰 같은 느낌의 아이언맨3로 천착돼 그려졌다. 그렇다고 마냥 진중한 것도 아니다. 적지적소에 '로다주'가 분전한 토니만의 귀여운 허세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자신의 지나온 얘기를 들려주면서 말이다.
21세기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의 귀환 지금까지의 아이언맨은 잊어라!
<어벤져스> 뉴욕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영웅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가 혼란을 겪는 사이 최악의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슬리)을 내세운 익스트리미스 집단 AIM이 스타크 저택에 공격을 퍼붓는다. 이 공격으로 그에게 남은 건 망가진 수트 한벌 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다시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세계와 사랑하는 여인(기네스 팰트로)를 지켜내야 하는 동시에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한가지 물음의 해답도 찾아야만 한다. 과연 그가 아이언맨인가? 수트가 아이언맨인가?
위 시놉시스에 모든 게 집약돼 있다. 1,2편을 통해서 귀엽게 까불대던 호승심으로 무장하며 나름의 강력한 슈퍼히어로로 부상한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뉴욕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빠졌다. 불면과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까지 일으키는 토니 스타크. (그때 개고생이 이렇게 상처가 됐을 줄이야. 뭐, 헐크랑 떼거지로 몰려온 그들을 막느라 고생은 했었지) 새롭게 마각을 드러낸 최악의 테러리스트 만다린이 내세운 세력으로 인해 그는 만신창이가 됐다. 말리부의 대저택도 보기 좋게, 망가진 마크42 수트 한 벌만 건진 채 어느 시골에 추락해 노숙자 신세가 된 토니. 어느 천재 소년을 만나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삶을 반추?! 그 사이 실종돼 납치당한 연인 페퍼도 구해야 하고, 다시 일어서서 적을 일망타진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트 개발자 정비공답게 맥가이버 기질을 발휘해 만다린의 아지트와 정체를 알아내고, 조력자인 제임스 로드가 고안한 '아이언 패트리어트'와 함께 갖가지 아이언맨 수트로 하늘을 수놓으며 적을 무찌른다. 그럼, 페퍼는 구했을까. 그녀의 아이언맨 수트화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그럼, 그녀는 아이언걸인가? ㅎ
본 영화에 대한 애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갖가지 분석과 의미들이 온라인 상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로 그럴 것이 개봉 일주 차 만에 벌써 4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어벤져스의 700만대도 거뜬히 넘을 것 같다. 여하튼 여기선 어떤 분석이나 의미를 자세히 언급하고 싶진 않다. 영화 자체로 봤을 때, 기존의 아이언맨 시리즈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족한 감상평이다. 잘 나가다가 추락하는 슈퍼 히어로가 어디 한둘 이었겠는가. 강철로봇 수트를 장착한 토니 스타크가 벼랑 끝에 몰려 추락하니 왠지 낯설면서도 뭔가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 싶지만, 그것은 토니만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계속 진화해 총 47벌의 수트를 병풍처럼 선보이며, 언제든 손만 뻗으면 자석 붙듯이 수트 조각이 날아와 몸에 부착되는 신통방통한 묘기까지. 더군다나 이번엔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비스' 개발로 인해 좀 더 색다른 대화적 볼거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런 완전체로 나온 아이언맨의 액션은 그다지 많지 않다. 수트를 벗어던진 토니의 모습이 8할을 차지할 정도로 인간적인 이야기와 활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점에서 아쉽긴 해도 수트를 입거나 벗거나 할 때 지점의 간극을 제대로 파고 들면서, 그것이 진정한 슈퍼 히어로로 가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면 크게 어폐가 있는 것도 아닐 게다. 어쨌든 아이언맨은 현존 가장 매력적인 하이테크 강철수트 슈퍼 히어로니까.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액션은 크게 3가지다. (대저택 붕괴씬, 에어포스 전용기 탈취 및 구하기, 조선소 같은 곳에서 불꽃놀이)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꼽자면 첫 번째 액션, 바로 토니의 대저택이 적 헬기로부터 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되는 장면이다. 여기서 토니는 여지없이 추락했다. 가히 압권이자 사이즈가 큰 액션 씬으로 주목을 단박에 끌었다. 그렇게 붕괴되는 저택 안에서 연인 페퍼를 구하기 위해 수트를 불러 그녀에게 입히기까지. 페퍼가 처음으로 아이언맨 수트를 착용하는 순간이다. 아주 이뻐~
슈퍼 히어로물에서 단연코 빠질 수 없는 건 뭐니 해도 악당이다. 전작 2편에서 노쇠한 미키 루크옹의 채찍질이 안습이었다면, 이번 만다린의 포스는 나름 굿이다.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세계 정복을 꿈꾸는 테러리스트로 (뭐, 뻔한 거 아닌가) 전세계적인 테러집단 텐링스의 보스다. "영웅? 그런 건 없다"는 말로 선전포고를 날린 만다린은 토니의 저택이자 본거지를 가차 없이 파괴시키고 최강의 적수를 자처한다. 미디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마치 이슬람의 교주처럼 굴기까지 한다. 용의주도하게 반란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쇼맨십을 갖춘 악당 만다린. 하지만 그의 반전 매력을 보게 된다면 순간 뿜을지도 모른다. 아놔, 역시 연기파 배우 '벤 킹슬리'의 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악당?!
아이언맨의 조력자로 나선 아이언 패트리어트. 캡틴 아메리카도 아니고 대놓고 블루 계열의 성조기 문양으로 업그레이드 된 '워 머신'이다. 2편에서 토니의 절친 제임스 로드 중령이 방탕하게 사는 토니가 꼴 보기 싫은 나머지 "넌 수트를 입을 자격이 없다"며 꾸짖더니, 급기야 직접 수트를 개조해 이렇게 워 머신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나섰다. 이 안에 로드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 탑재된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까지도. 각하! 나름 어울리네요.
아이어맨의 연인이자 조력자 '페퍼 포츠'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이렇게 조연으로 3편까지 계속 나올 줄이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귀엽지만 허세 만발의 바람둥이였던 토니는 시리즈를 거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이언맨으로 거듭나면서 오랜 비서 페퍼와 사랑에 빠진다. 1편의 결말에서 토니가 악당을 물리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2편에서 페퍼는 토니를 대신에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운영까지 하며 오너로써 실력을 발휘. 이번 3편에선 더 나아가 직접 수트까지 입게 되고, 종국엔 납치돼 고생하다가 열 받으면 오렌지 칼라로 변신하는 터미네이터 킬리언을 한방에 날려주는 센스까지. 제대로 무서운 여자로 변모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종국엔 슈퍼히어로와 인간처자의 로맨스였을까. 영화 속 토니가 페퍼에게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과정으로 봐도 좋다는 로다주의 어느 인터뷰처럼, 이들의 사랑은 과연 완성된 것인가. 극 전체를 관통하며 재밌는 건, 토니가 영화 초반부터 자신의 얘기를 털어 놓으면서 시작해 마치는 순간까지 텁텁한 쿠키 맛을 제공한 점. 그렇다면 아이언맨의 부활은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결국엔 볼거리와 메시지를 다 잡으면서 액션의 함의까지 담아낸 아이언맨 리부트 혹은 진정한 종결의 결정판인가. 스크린 속 토니 스타크는 아직도 살아있다. 내 과거 얘기가 궁금하면, 아 윌비 백~
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0254&mid=20065#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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