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우리의 '뵨사마'가 나온다 해서 진즉부터 화제가 된 영화 <지.아이.조 2>. 원래는 작년 여름 즘 개봉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3월에 개봉했는데, 수 년 전 1편에서 그가 나올 때만 해도 인기는 대단했다(?). 지금처럼 위상도 많이 없을 때,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양의 어느 배우는 큰 분량은 아니어도 열심히 몸을 불사르며 산화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다시 살아 돌아와 2편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 코브라 군단의 비밀병기 '스톰 쉐도우'다. 이번엔 분량도 늘고 액션도 더 스타일리쉬하게 돌아왔으니 기대해 달라며 개봉 전후로 이병헌은 방송과 잡지를 통해 눈도장을 계속 찍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분량은 늘긴 했지만 기대에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개인적인 단상이긴 해도, 액션은 널을 뛰듯 정신없이 오가며 묘한 재미를 선사. 대신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어떤 무게감도 없이 각각의 캐릭터는 따로 놀았고, 극중 터닝 포인트의 중요한 인물로써 악에서 선으로 돌아선 스톰 쉐도우의 모습은 '뭥미' 수준이다. 이번 2편의 메가폰을 잡은 '존 추' 감독은 중심 추를 잃은 듯 <스텝 업> 시리즈를 찍은 장기답게 스크린에서 막춤을 추었을 뿐이다. 얼씨구나 지화자..
세계 최고의 특수 군단 ‘지.아이.조’.
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코브라 군단의 음모로 인해 군단의 존재까지 위협받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원들은 이에 맞서 거대한 전투를 준비하는데… 숙명의 적 코브라 군단 뿐 아니라 정부의 위협까지 받게 된 ‘지.아이.조’ 그들의 모든 것을 건 최강의 반격이 시작된다!
액션 블록버스터답게 시놉시스도 짧다. 처음엔 무언가 있을 것처럼 불라불라 풀어대지만, 결국엔 악당과 이를 처단하는 '우리' 편만 있을 뿐이다. 전세계 인류를 위협하는 초딩스런 이름의 코브라 군단은 미국 대통령을 납치한 뒤, 변신술로 가짜를 앞세워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야간에 공습으로 지아이조 팀을 궤멸시켜 해체해 버리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로드 블럭'(드웨이 존슨), '레이디 제이'(애드리앤 팰리키) 등 3명은 팀의 부활을 위해 또 악당의 음모를 밝히고 무찌르기 위해서 역전의 용사 '조 콜튼(브루스 윌리스)과 손잡고 첩보물스럽게 나선다. 악당이었던 스톰 쉐도우(이병헌)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보스를 구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스네이크 아이즈 무사는 어느 레드 여인과 스승님의 명에 따라 스톰을 잡아들여 절벽액션으로 사선을 넘나든다. 결국 코브라 군단은 핵무기를 뛰어넘는 신하이테크 초절정무기 '제우스'로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음모를 드러내며 전세계를 위협한다. 과연, 살아남은 정예 지아이조 요원들은 이 코브라 군단의 음모에 맞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이 과정에서 스톰 쉐도우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이병헌은 1편에서도 그랬고, 코브라 군단의 핵심적 멤버 '스톰 쉐도우' 이미지는 크게 모나지 않게 좋은 편이다. 특유의 분위기와 좋은 목소리는 액션영화에서도 제대로 발휘될 만큼 이번 2편에선 존재감 또한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대신 영어 대사는 이번에도 많지는 않고 과묵한 스타일로 일관해 얘기대로 출연 분량이 늘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처음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보스를 구하는 모습과 큰 상처를 입고 치료하고 스네이크 아이즈와 맞붙은 격투, 그리고 마지막 코브란 군단과 지.아이.조가 맞붙는 싸움에서 나름 활약한 장면까지, 딱 이 정도 3가지 액션 시퀀스가 나온다. 중심축은 아니어도 조연급으론 충분히 내세울 분량이다. 다만, 영화적으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악에서 선으로 돌아설 때, 자신의 과오를 뒤늦게 알고 참회해 지아이조를 돕게 되는 모습은 급작스럽게 전개돼 아쉬움을 남겼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어서 돌아서고 액션으로 잘만 보여주면 장땡이란 모드다. 이병헌을 지켜보는 재미가 갑작스럽게 반감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나중에 적을 일망타진하고 왠지 뻘쭘하는 모습이 방점을 제대로 못 찍은 듯 아쉬운 대목이다.
도리어 아니, 이번 2편에서 주인공은 '드웨이 존슨'이다. WWE의 인기 스타 '더 락'이 요즈음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활약이 만만치 않게 인기 반열에도 탑 텐에 들 정도라는데. 아이들 어드벤처물은 물론 값 좀 나가는 액션물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불끈이가, 이번엔 '지.아이.조' 군단을 새롭게 이끌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파워풀한 액션가이로 나섰다. 그만의 몸빵 액션이라든지 람보처럼 무장한 총기 액션 등은 외견처럼 볼만하다. (어느 인터뷰에선 보기와는 다르게 가녀린 구석이 있는 순정남 스타일;;)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활약으로 영화적 액션에 방점을 찍는 주인공인 존슨이었다. 여기에 같이 맹활약한 액션 여전사급으로 새롭게 부상한 레이디 제이 역에 '애드리앤 팰리키'는 맥심 선정 가장 섹시한 스타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는 그 전언처럼, 섹시한 매력까지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밀라 요보비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중성적인 면모도 갖춘 게 조금은 낯설어 보인다.
이 영화가 나름 화제가 되었던 건, 아시다시피 아시아의 스타 이병헌의 출연 못지않게 할리우드의 영원한 액션 히어로 '브루스 윌리스'의 출연 때문이다. 이젠 나이를 많이 먹은 탓에 예전처럼 화끈한 액션 대신 그만의 특유의 유머와 존재감으로 나선 모양새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역할로써 분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아이.조'의 이름이 '조 콜튼'에게서 비롯된 원년멤버로써 역전의 용사로 나서며 존슨 일행을 돕고 대통령을 구하는 액션을 마지막에 잠깐 선보였 뿐,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던 것. '브루스 윌리스'라는 이름값 때문에 이번 2편을 홍보한 수준이랄까. 영화는 그렇게 배우들 이름과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액션 블록버스터인 것이다. 물론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는 개성 만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알맞게 배치된 듯 캐릭터의 개인기를 위해서 시간을 소비해 이야기적으론 크게 개선된 측면은 없다는 게 흠이다. 다소 유아적인(?) 전개로 긴장감 넘치는 구도는 애초에 깨져버렸고, 여전히 게임 같은 비주얼을 답습하며 총격전이나 CG 개입이 없는 총격전만큼은 스케일답게 볼만했다. 특히 규모가 큰 액션장면 중 하나였던 절벽과 절벽 사이를 날아다니는 결투는 굉장히 멋있는 비주얼를 선사했지만, 이내 공중 서커스단을 보는 느낌으로 변질되는 등, 액션은 널뛰듯 펼쳐보였을 뿐이다. 다만, 한국 팬들에게 있어서 기대를 모았던 '스톰 쉐도우'의 액션 비중은 커지고 그만의 매력은 유지돼 좋았으나, 그에게 주어진 캐릭터의 감정 디테일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점이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그것이 이병헌을 보는 재미를 다소 반감 시켰다. 그럼에도 두말없이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 액션영화임에는 이견은 없다. 역시나 헐리웃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과 볼거리는 있었으니까. 그래도 무언가 헛헛하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2405&mid=20064#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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