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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메트리, 소재는 좋으나 살리지 못한 수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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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범죄 수사극을 지향하는 <사이코메트리>가 굵직하고 작품성으로 무장한 아카데미작들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막바지 인기몰이 중인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조용히 개봉했다. 아쉽게도 충무로에서 아직도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는 배우 김강우와 신예(?) 김범의 조합은 어울린 듯 하면서도, 다소 부족해 보이는 이들의 티켓타워가 흥행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더군다나 이 영화를 연출한 '권호영' 감독은 2009년 <평행이론>을 통해서 색다른 범죄 스릴러를 선보였지만,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 연장선의 느낌으로 다시 장착시킨 <사이코메트리> 역시나 범죄 스릴러의 장르 공식을 따른다. 여기에 -(손 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 아니)- 손대고 만지는 순간 놈이 보인다는 독특한 소재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시켜 주목을 끄는 방식. 그것이 이 영화가 내건 유일한 장점이자 볼거리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영화는 이런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소재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치밀하지 못하고 컽돌면서 이도저도 아닌 수사극으로 그치고 말았다. 아동유괴 살인사건이라는 잔인한 범죄 앞에서도 두 주인공으로 분한 김범과 김강우는 그렇게 버디무비처럼 서로에게만 매달리며 스스로 덫에 갖히고 말았으니, 이번에도 권 감독의 흥행은 다음으로 미뤄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쉽지만..



만지면, 과거가 보인다!  과연, 그들은 연쇄아동 유괴사건의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짬밥 3년차의 강력계 형사 양춘동(김강우)의 관할 구역에서 여자아이가 유괴되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 중, 자신이 우연히 보았던 거리의 신비로운 벽화와 사건 현장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춘동은 그 그림을 그리던 준(김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를 체포하지만 준이 손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만지면 과거를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준은 자신의 능력을 자책하며 혼자 살아왔지만, 그 능력을 통해 알게 된 범죄 사건의 단서를 그림으로 그려왔던 것. 하지만 결국 그 그림으로 인해 아동 유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준이 사건의 열쇠를 쥔 유일한 목격자라는 확신한 춘동은 그의 능력을 이용해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네트웍마케팅에 빠진 양춘동(김강우) 형사의 재미난 투잡 일상이 그려지며 무겁지 않게 시작한다. 바로 여자아이가 실종되고 시체로 발견되면서 관할 경찰서는 활기를 찾는다. 사건현장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양형사는 현장의 모습이 얼마전 우연히 자신이 본 벽화와 같다는 걸 알게 되고, 락카로 그림을 그린 화가를 탐문 끝에 찾아낸다. 그는 김준(김범)으로 허름한 옥탑방에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상처투성이로 살아온 그런 젊은이로 나타난다. 처음엔 그가 범인일거라 의심했지만, 웬지 아픔이 있는 게 동생같이 대하고 싶어지면서 '감'이 좋은 양형사는 진범이 아닐거라 확신한다. 더군다나 신체에 접촉하면 상대방의 과거를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걸 알게 되면서 놀란다. (내가 동생을 어릴 적에 사고로 잃은 것 까지 알다니.. 넌 누구냐?) 하지만 관할내 선후배 형사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유괴 살인사건에 가세하고 준이 용의자로 지목돼 잡히면서 양형사는 곤경에 처한다. 어떻게든 비밀을 지키려고 했는데.. 결국 양형사는 준을 빼돌리고 그의 능력을 십분이용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애초에 준의 초능력이라면 범인이 누구다로 지목해서 끝났을 걸. 준의 능력도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닌가벼.. ㅎ



독특한 소재 '사이코메트리'를 제대로 활용 못한 밋밋한 범죄 수사극

영화 <사이코메트리>는 제목처럼 독특한 소재성을 갖추고 다루는 범죄 수사극이다. 신체나 물체 등에 접촉해서 과거를 읽는 능력으로 명명된 의학적인 학명은(?) 이미 외국에서 실제 사례로 언급된 적이 있을 정도. 최초의 사이코메트리 '피터 허코스', 최고의 사이코메트리 '게라드 크로이셋', 세계적 명성을 떨친 사이코메트리 '노린 레니아' 등, 이름도 생경하지만 범인 검거에 초능력적 '감'을 발휘했던 인물들로 전단지에 언급된 탑시크릿은 영화적 소재를 풍성하게 해주는 일종의 장치로서 활용됐다. 그것을 한국식으로 변용하면서 그려낸 게 본 영화다. 그렇다면 여기서 단연코 주목할 점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로 나선 캐릭터 준의 '활용성'이다. 그런데 준은 좀처럼 전면에 나서질 않는다. 자신의 이 몹쓸 능력 때문에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고나서, 일종의 자기혐오에 빠진 외톨이로 살아온 그에게 있어 세상은 지옥과도 같았다는 설정이 영화내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양형사가 접근하면서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이 범죄 수사극이라는 사명을 잃은 채 관류하며, 둘만의 상처 보듬기로 교감하는 식의 이질감을 선사한다. 애초에 이런 컨셉이였으면 초반에 풀어내고, 바로 수사극답게 범인 잡기에 몰두했어야 하는데.. 둘의 이런 서름하고 멜로스런(?) 조합은 수사극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동유괴 살인범의 면면을 초장부터 노출시키며 재미를 반감시켰다. (살인범 역할도 얼굴이 알려진 조연배우를 쓰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림) 누가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추리적 요소는 애초부터 날려버린 셈. 이젠 준이 저 놈이라고 지목만 하면 끝나는 판이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건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건 재밌지 않다. 여기에다 진중한 범죄 스릴러를 지향한 게 아니란 건 의도하듯, 단서가 된 벽화를 가지고 양형사와 구청 여직원의 벌이는 다툼은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 툭툭 던지는 식의 웃기지도 않는 유머가 사건과 인물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오며 극의 분위기를 수시로 깨뜨렸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은 <미라클>이었다. 그런데 범죄 수사극 설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이코메트리'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며 부각. '사이코패스'는 이젠 누구나 다 아는 고유명사화 됐지만, 흔한 메들리도 아니고 '사이코메트리'라니 뭘까.. 하는 궁금중 같은 거 전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나 물체에 손만 대면 과거를 읽을 줄 알고 범인이 보인다는 판타지적 설정과 그것을 잘 활용하면서 현실감있는 수사극으로서 융합의 쾌감은 온데간데 없다. 독특하고 색다른 소재는 좋았으나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도저도 아닌 평이한 수사물로 귀결됐다. 사건 중심에 서야 할 준이 '없어도 되는' 인물처럼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과 굳히 준의 초능력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고.. 결국 <사이코메트리>는 권호영 감독의 <평행이론>에 이은 또다른 망작이 될지도 모를 일. 최근 힐링에 출연하며 '국민형부'로 떠오른 배우 김강우의 영화판 흥행 성공은 계속 요원해지는 걸까. 다만 이번 영화적 캐릭터와 별개로, 수목드라마 '그 겨울..'을 통해서 남다른 매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범'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마치 송중기와 닮은 듯 색다르게 미끈하니 미남자가 따로 없더라는. 언젠가 멜로에 어울리는 페이스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2533&mid=19837#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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