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야왕>의 재미가 가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물론 1회 초반에 언급된 그림과 박인권 화백의 원작만화 때문이라도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 드라마라서 반감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역사적 위인의 생애를 인식해서 알고 보는 사극과는 다른 맛이 있다. 뭐랄까. 두 남녀의 사랑과 야망이 결합된 욕망스런 복수전 양상이 막장과 정극을 아스트랄하게 타면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죽고 못사는 사이 정도는 아니였어도, 어떤 인연의 끈으로 만난 두 주인공 하류와 주다해는 예기치못한 사고와 사건으로 제 갈 길을 가게 되면서도 서로를 코너에 몰아넣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류는 주다해의 가증스런 실체를 밝히고 무너뜨리기 위해서, 다해는 그런 하류가 신분을 위장하고 협박하는 파렴치한 남자로 만들기 위해서, 최근 몇 회를 통해서 달려온 '야왕'이었다.
총 24부작 기획에서 16회까지 방송됐다. 앞으로 무려(?) 8회나 남은 이야기에 무슨 떡밥이 있겠나 싶지만, 아직도 두 남녀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그래서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팬으로서 간만에 정리를 해보는데.. 뽐질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재미나게 올라온 야왕의 향후 전개 스샷이 있어, 그걸 바탕으로(?) 강호도 소설처럼 간단하게나마 내용 정리 겸 끄적여 본다.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ㅎ
위의 향후 전개를 보면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현재 주다해가 거짓부렁쟁이에다 실체가 탄로가 위기에 몰리면서 백회장과 고모님 차화연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상태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그의 젊은 남편 백도훈마저 그녀를 차버렸다. 주다해의 요상야릇한 과거를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그런 심증은 물증으로 바뀌고 확인사살하는 과정에서도 다해는 도훈에게 아니라고 했다. '내가 분명히 확인한 것을.. 에라이, 넌 도저히 안 되는 X이구나' 로 심정을 굳힌 백도훈. 그가 그녀를 차버리면서 주다해의 일그러진 욕망에 더욱 불을 지피기 된 지점이다. 그냥 쉽게 물러설 쭈다해가 아니기에..
1. 백도훈은 죽는다. 정윤호 그래도 오래갔다..
백도훈은 이제 죽을 수밖에 없게 됐다. 원작만화에선 집에 불이나서 그랬다는데.. 드라마에선 그 과정이 어떻게 그려지느냐가 문제긴 해도, 확실한 건 주다해가 이번에도 의붓오빠에게 사주를 해서 죽이게 만들거나, 아니면 정말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 등으로 죽거나, 혹은 사이코패스처럼 직접 주살하거나, 아니면 백도경이 누나가 아닌 친엄마란 걸 알고선 멘붕과 체념으로 자결 모드..;; 아무튼 주다해에게 있어 도훈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제2의 인생을 살게 될 전환기를 마련해 준 매개체이기도 한 이 남자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수순. 자신을 그토록 야멸차게 버린 남자에게 붙을 심산이 없어졌다. 대신 둘 사이에 아기를 가진 걸 알게 되면서, 그 아기 때문이라도 다해는 백학에 다시 들어가 작전을 짜게 될지도. 이미 도훈이 없는 상태에서 차기 정권의 대세로 떠오른 석시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미 몇 번 만나는 장면이 나오면서 둘은 안면을 튼 상태. 말 그대로 주다해 하기 나름이 아닐까. 그의 부인으로 결탁하고 석시장이 대통령되면 당연 다해는 영부인이다.
2. 주다해, 다음 욕망의 사다리는 석시장이다.
어렵게 살아갔지만 남편의 호된 밤일의 뒷바라지 속에 대학 공부까지 수석으로 무사히 마치고, 양부를 예상치 못하게 죽이게 되면서 딸까지 부주의로 죽게 만들고, 모든 게 잘못 꼬인 듯 욕망을 좇아서 재벌2세를 만나면서 신분상승을 노렸던 주다해. 결국 귀찮아진 남편 하류까지 죽이려다 엉뚱한 쌍둥이 형까지 죽인 그녀는 말 그대로 살인교사 및 살인 공모죄에 해당되는 중범죄자다. 콩밥을 안 먹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하지만 '야왕'은 드라마다. 그녀는 무사하게 안착하며 백학그룹 재벌가 며느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를 가만히 놔둘 하류가 아니였다. 형처럼 신분을 위장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줄기차게 쭈다해를 괴롭히며 그 실체를 밝힌다며 위협을 가했다. 이에 주다해도 만만치 않게 의붓오빠를 대동시켜 겁을 주는 등 나름 방책을 썼지만, 소스를 더 많이 가진 하류의 치밀한(?) 정공법으로 인해 남편 도훈 앞에서 개털이 된 주다해였다.
여기에다 고모를 음해했다는 역누명까지 쓰면서 더 곤란해지며 더 이상 물러날 때가 없는 배수진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다음 타겟의 '남자'다. 어차피 남편에게 정체가 탄로나고 위기에 처했다면 아예 존재를 없애 버리고, 새 남자에게 의탁해 자신의 욕망의 도구로 써야 하는 게 이 바닥의 룰이라면 룰.. 그래서 주다해는 석시장에게 접근하게 될 것이고, 그 접근법은 백학의 손자를 안겨준 댓가로 부여받은 상찬으로 대신하며 쓰이게 될 터. 결국 백학에 다시 눌러 앉든 이젠 더이상 미련을 버리고 무너뜨리기 위해서 '석태일'의 존재는 다해에게 있어 끝없이 올라가는 욕망의 사다리인 셈이다. 이런 전개가 대충 맞다면 17회부터 20회까지 4회 동안 그려내며, 야왕 속 최고의 절정이 2주간 이어질지도. 도훈은 죽게 되지, 갓 태어난 아이를 볼모로 백학에 재입성하지, 그런 백학을 무너뜨리고자 석시장에게 팜프파탈적으로 접근하지, 하류의 전방위적 압박은 계속되는 등, 정말 쭈다해의 욕망적 정신승리는 대단할 정도다.
3. 하류는 주다해의 실체를 언제 폭로하나
당연 하류는 주다해의 모든 걸 알고 있다. (물론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자신도 신분을 숨기고 있지만, 둘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람들과 경찰들 모아놓고 이실직고하면 그냥 끝나는 판이다. 주다해가 이렇게 했고요, 전 어떻게 했다고.. 그러면 드라마가 될 수가 없다. 어차피 드라마는 극적 갈등을 적절하게 배치시켜 긴장감 있게 재미를 선사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1인2역 하류의 캐릭터가 중심에 선 인물이다. 모든 소스를 알고 있지만, 흔한 복수극으로 치닫는 양상 속에서도 서서히 목을 죄며 주목을 끄는 방식이다. 최근 중간 회차에서 몇 회간 그려온 게 그랬다. 그러면서 주다해는 계속된 멘붕에 빠지고 급기야 백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인데.. 정작 하류는 주다해의 실체를 다 까발리거나 폭로하지 않았다. 도훈에게 떡밥과 미끼를 던져주며 주다해 실체에 접근시켰지만, 이마저도 도훈이 죽게 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될 역상황이 벌어질지도. 그를 이용하는 게 짭짤했는데 이제는 직접 손을 쓰는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무늬만 차변에서 리얼 검사로 변모되는 과정이 그려지며 백학그룹 수사 지휘권 수장으로 활약하는 게 수순.
그전에 쌍둥이 형 차재웅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낼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게 급선무. 이게 주다해를 제대로 올킬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카드는 무얼까. 그 과정에서 둘이 거래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하류는 백도경 누님과의 사랑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처음엔 백학그룹의 정보를 빼내고자 주다해에게 접근이 용이토록 또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다가갔지만, 남녀가 어디 그렇게 도식적인 관계로만 되겠는가. 감정이 들어가면 사랑이 되는 건 전광석화다. 여기에다 형의 약혼녀 석수정까지 요새 심상치 않게 보이니 죽을 맛이다. 하류는 주다해를 통해선 인생의 지옥을 맛봤고, 두 여자를 통해선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겠지만서도.. 그러면서 재밌게 진행될 반전의 포인트로 백학내 고모님으로 나오는 차화연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빠 백회장이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걸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드러내진 못하고 속내론 증오하지만, 조근하게 압박하듯 나서는 모앵새가 마치 미저리스럽다. (혹시 백도훈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될지도) 자신을 궁지로 몰았던 주다해 머리에 주전자 물을 또르르 쏟아내며 겁박 들어갈 땐.. ㅎㄷㄷ
아무튼 하류와 주다해의 복수전 양상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최근 '야왕'의 모습이다. 그것이 소위 막장스런 병맛이라도 궤도엔 이미 올라섰다. 앞으로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 되면서도, 의외의 반전까지 내포하고 있어 더욱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물론 종국엔 둘 중에 누가 죽거나, 아니면 같이 죽거나, 어쨌든 해피엔딩은 아닌 게 확실해 보인다. 둘다 '살인' 공모는 물론 협박공갈의 사칭까지 한 인물들로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법적도리상 그게 이상한 거다. 그것을 결자해지 차원이 됐든, 드라마적으로 어떻게 비극적으로 포장하며 울림을 줄지 야왕이 종국에 귀결시킬 미션인 셈이다. 대신에 아직 8회나 남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하류의 압박 속에서 주다해의 계속된 멘붕과 그녀의 욕망스런 재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이 또한 관전 포인트. 지독하게 통속적이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늪같은 중독성의 드라마 '야왕'. 시청률과는 별개로 수애와 권상우의 조합이 의외로 갈수록 찰지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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