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이 어제(6일) 28회로 드디어 끝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역대 '뿌나'급으로 막판에 줄초상을 치를 줄이야.. 역시 남녀 주인공이 마냥 행복하게만 갈 수는 없나보다.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의 아픔이 서려있고, 한쪽은 이쪽을 너무나 시기한 제국경찰이기에 물불을 안 가렸다. 결국 슌지는 이강토와 오목단의 행복한 앞길에 제를 뿌렸다. 강토만 죽이면 된다고 정말 순진하게 생각한 것일까.. 그걸 먼저 본 목단이가 가만히 있을 거라 봤는가.. 개콘 '불편한 진실'에 나오는 드라마 타입의 전형이다. 그렇게 목단이는 이강토를 살리고 자신은 죽었다. 28회 시작하자마자 작가가 보내버렸다. (최근 옆동네 주말극 '다섯손가락' 겹치기 출연에 대한 밉보인 탓인지 몰라도..) 진세연은 여주치고는 그 어떤 애절함도 없이 그냥 확 가버렸다. 앙돼...
새신랑 강토를 두고 떠나는 목단이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울먹이며 뭐라 얘기하는데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다. 애절하다 못해 눈가라도 움찔해야 하는데.. 그냥 연기처럼 보였다. 아쉽다. 이렇게 보내버려야되나.. 차라리 진홍 처자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막가파 슌지가 조단장까지 사살하고 들이치면서 진 동지마저 총을 맞고 처절하게 쓰러졌다. 으.. 막판에 활약이 좋았는데.. 정은별 처자 내 기억하리리.. ;;
사실 슌지가 총을 쏘고 나서 뒤에 여러 명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응수를 했다면 슌지도 그 자리에서 죽을 수 있었으나, 어디까지 드라마기에 설정상 넘어갈 수밖에 없다. 쓰러진 목단이를 안아서 도망친 이강토.. 슌지는 끝까지 쫓아가서 죽어가는 목단이를 안고 있는 강토에게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새끼야!!" 울부짖으며 총을 쏘려던 찰나.. 존재감 쩌리로 변한 백건이 나타나 주특기인 뒷목치기로 또 '기절슌지'가 되버렸다. 백건탈이 막판에 그나마 한 건 또 했다. 그간에 역할이 워낙 미미하더니.. 강토를 제대로 살렸다.
어쨌든 이강토는 제작진과 함께 봉분까지 순식간에 만들어 목단이를 고히 묻어주었다. 27회 포스팅 때 아래 촬영현장 사진을 올리면서 긴가민가했다. 저게 목단이 무덤일까.. 그런데 맞았다. 그게 목단이 무덤이었다. 무덤 앞에서 초췌하게 오열 연기로 모든 걸 놓아버린 이강토.. 난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지만 백건이 슌지네 다른 일당이 아지트를 들이쳐 쑥대밭이 됐다는 보고에, 강토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른 요지에 숨은 양백 선생을 만났다. 살아있는 게 죄스러웠으나, 그건 양백도 마찬가지. 사실 중반 이후부터 양백이 경성 땅에 나타나는 바람에 죽어나간 이들이 한 둘이 아니였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각시탈에서 레알 민폐 캐릭터라 부르더라.. 그리곤 양백은 조용히 경성을 또 빠져나갔다. 여러 명을 사지로 몰아넣고선...
한편, 강토와 목단이 결혼 사진들 속에 숨겨진 자신의 말춤 사진을 보는 슌지.. 정신이 좀 드니.. ㅋㅋ
하지만 슌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다. 모든 걸 정리했다는 듯이, 채홍주 라라에게도 "잘가, 잘 살고.."를 남기며, 권총을 준비했던 그였다. 우에노 회장까지 처단하고 돌아온 이강토를 맞이한 슌지는 독대를 청했다. 둘은 그간에 얽히고설킨 과오를 주고 받으며 "이젠 끝장을 봐야지, 너 하고 나 둘중에 하나는 죽어야 하지 않겠니"로 합의.. 강토는 마당에 나가 목숨을 건 한판 대결을 원했는데.. 나간 사이에 그만 슌지는 권총을 꺼내들고 자살을 했다. 인과응보란 말인가.. 목단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더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본 죄책감 만빵의 순정파 슌지라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가.. 강토 말대로 슌지로 인해 또 그가 실제로 죽인 사람들이 많았다. 자살이 아니면 답이 안 나올 판이기도 했지만, 극대화된 멘붕의 궁극에서 슌지는 이렇게 스스로 가버렸다.
결국, 이강토는 다른 독립군과 합세해 분연히 일어나며 민중 각시탈과 함께 앞장서 나섰다.
저마다 각시탈을 쓰고 나타난 모습이 그 유명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오마주하듯 연출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연출이었다. 광복을 찾는 대한독립만세의 현장이라면 현대적으로 또 각시탈이라는 민중영웅을 필두로 그려낸 이야기란 점에서 예측 가능한 일종의 마스크 퍼포먼스였다. 아래 '브이 포 벤데타' 속 그림처럼.. 작가는 이미 마무리 그림까지 애초에 그려놨었다는 전언이다. 믿거나 말거나..
위처럼 메인 포스터를 보듯이, 느낌이나 구도가 같지 않는가.. 그래서 최종적으로 각시탈의 또다른 제목은 넷상에서 '각시 포 벤데타' 혹은 '브이 포 각시탈'로 부르기도 한다. 아직 그 영화를 안 봤다면 한 번 보시길.. 각시탈 하곤 물론 다른 차원의 내용이긴 해도, 억압과 투쟁의 봉기라는 관통은 관류한다. 확대적이긴 해도, 어쨌든 저 그림만으로 싱크가 딱이다.
아무튼 각시탈은 끝났다. 목단이부터 조단장, 진홍, 긴페이, 우에노회장, 슌지까지 무려 6명을 마지막에 모두 죽이며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줄초상을 그렸다. 어떻게 '비장미'가 마구 샘솟았나.. 도리어 이런 연이은 죽음이 막판 극의 퀼리티를 떨어 뜨리며 소위 기승병맛으로 귀결되는 패착으로 보였다는 점. 이 또한 연장으로 인한 폐단일 수 있겠으나.. 사극이나 시대극에서 주로 차용하는 '사골'식 결말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각시탈이 그간에 견지해온 한국형 히어로물써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항일적 시대극의 묘미와 역사성, 또 일류급 스타배우가 없어도 주원과 박기웅의 신선한 젊은피 앙상블은 보기좋게 극을 잘 이끌었고, 여주인공 진세연과 한채아는 연기력 이전에 극에 잘맞는 색깔로 다가오며 주목을 끌었다. 그외 많은 조연급 연기자들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굿바이데이'나 '심판의 날' 등의 OST도 극의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었다.
결국 수목극 강자로 군림하며 20% 초반대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린 '각시탈'.. 초중반에 보여주었던 임팩트함이 서서히 사라지고, 중반 이후 이강토와 기무라 슌지 사이에 정체놀이 속 사랑싸움이 지리하게 전개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결말로 오는 내내 시간에 쫓기듯 아쉬운 연출이나 부분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뭐, 어디 완벽한 드라마가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각시탈'은 소위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 정도로 올해 화두가 될만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여하튼 재밌게 잘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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