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책 얘기다. 아니 이 잔인했던(?) 5월이 가기 전에 언급하고 싶어 부리나케 써보는 책 얘기다. 진작에 적립금 만료 시점에 맞춰서 구입을 했었다. 일상의 바쁨으로 손도 못 됐을 뿐.. 그래도 느낌이 팍 오는 책이라 프리뷰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구입이나 읽는 게 예전만 못하더라도, 어쨌든 책은 강호 주위에 항상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각설하고... ㅎ
주진우? 그는 이미 유명인이 되었다. 알다시피 '나꼼수'를 통해서.. 그 지랄맞게 호기스럽게 가카를 까는 해적같은 인터넷 편파방송으로 극단에 섰다. 욕지거리를 한사발 담아내던 그런 걸쭉한 시사는 종국에 호불호가 갈리며 뭇매를 맞고 넉다운 되버렸다. 최근의 나꼼수가 그러한 상황이다. 분수령은 아시다시피 목아돼 '김용민'이 출전한 4월 국회의원 선거 전후다. 어쨌든 나꼼수의 위세는 한풀 꺽이면서 예전만 못하다. 나오는 주기도 간헐적이고.. 그럼에도 여기 일곱살 소년의 감성과 똘끼로 무장한 주진우는 본연의 기자답게 시사인으로서 계속 활약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감히 용감하게도 책도 냈다. 이 위험천만한 가카의 시대에..

이름하여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다. 이미 출간된지 2달이 지났지만..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는 다르게 사회비평 인문서로 그렇게 임팩트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 출간 당시 반짝하다가 4월 이후로는.. 그래도 어디 홍콩 영화배우처럼 한껏 가오를 잡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휘날리며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활약할 것 같은 주진우는 시사도 활극처럼 통쾌하게 써내려갔다. 그리하여 탄생한 책이 주기자의 자전적 시사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는 '주기자'다. 뭘 죽여? 강호의 군대시절 옆동네 사단 '이기자'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ㅎ
아무튼 '나꼼수'에서 매일 홍보해대는 시사정통주간지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생애 첫 번째 책이란다. 사회부 기자답게 내용도 오리지널 사회정치적 시사들로 채워져 있다. 노건평 게이트를 비롯한 참여정부 때 벌어진 대부분의 게이트, 신정아 사태, 장자연, 순복음 교회 세속,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특검, 에리카 김과 BBK 메모 특종, 그리고 최근 나경원 1억 원 피부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 최근 10년여 간 우리 정치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 현장을 고발하는 일종의 취재 연대기로써 달린다.

한마디로 이 책은 기존의 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주진우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모두가 달콤한 밥상 앞에서 입을 닫을 때 추악한 권력에 맞서 온몸으로 싸운 한 기자의 이야기이자, 권력을 쥔 자들의 횡포에 맞서는 타협 없고 저돌적이며 뚝심 있는, 동시에 세상 그늘 진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군분투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감히 말하고 있다. 그래, 이 정도 포장이라도 좋다. 책 뒷면에서 언급한 "내 짱돌쯤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거 안다"처럼 그럼에도.. "나는 17살 주진우다"라 말하는 호기가 가상하고 귀여울 정도다. 하지만 내용은 정통시사활극답게 시사의 궁극을 넘나들며 휘황찬란하다. 이것만 챙겨 읽어도 MB정부 전후를 관통했던 시사들로 어디가서 야부리 풀기엔 좋은 아이템들이다.
프롤로그 불타는 취재 연대기
제1장 검경, 개가 되고 싶었다
유영철 사건 진짜 추격자 체포되다
[기사] 보도방 업주들이 유영철을 체포?수사했다 [팩트] 술 한잔 사주시면 제가 다 데려오겠습니다
[꼼꼼한 뒷얘기] 조폭과 사채 대처법
부당거래 검사와 도가니 판사
[기사] 죽은 권력은 죽이고 살아 있는 권력은 살려주는가 [팩트] 검사님이 막 죄를 만들잖아요
[꼼꼼한 뒷얘기] BBK검사와 스폰서 검사 [꼼꼼한 뒷얘기] 나경원 법
[기사] 삼성특검, 삼성이 어려울 때 힘이 돼주다 [팩트] 삼성은 당연히 그러셔야죠
[꼼꼼한 뒷얘기] 최소 20억 [꼼꼼한 뒷얘기] 몇 대 맞겠다
제2장 삼성, 10년간의 취재파일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기사] 황제의 '황당 경영' '천재 경영'으로 둔갑 [팩트] 삼성이 잘 돼야하는데……
[꼼꼼한 뒷얘기]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삼성과 맞장 뜨기
[기사]삼성은 비자금과 편법의 제국이다 [팩트]신부님들이 삼성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꼼꼼한 뒷얘기]3백 원짜리 기자
제3장 종교,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마피아
큰 목사님은 무엇을 사랑하는가?
[기사] 싸움과 소송이 충만한 순복음교회 [팩트] 사탄 기자가 되다
[기사] ‘큰 주먹’을 사랑하다 [팩트] 십일조를 발명하다
[꼼꼼한 뒷얘기] 조양은 전도사, 김태촌 형제님
무엇이 높은 신부님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기사] 정진석, 추기경이 된 진짜 이유? [팩트] 정진석 추기경, MB의 천군만마가 되다
[팩트] 박근혜를 사랑하는 주교들
[꼼꼼한 뒷얘기] <두사부일체>를 찍다 [꼼꼼한 뒷얘기] 신부님 신부님 함세웅 신부님
제4장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거짓이 되기로 한다
[기사] 스님과 언론의 신정아 벗기기 [팩트] 그들은 악마였다
[꼼꼼한 뒷얘기] 어릴 때부터 삐딱했다
조선일보, 센 놈이 더 세지는가
[팩트] 조선일보의 대한민국
MBC가 이제야 파업을 하는 이유
[기사]시대의 목격자 PD수첩 사라지나 [팩트] 부역 언론인 출석부를 만들자
제5장 MB, 간단하다
MB를 여는 열쇠, 에리카 김
[기사]이명박이 경준에게 대신 감방 가라 했다 [팩트] 뉴클리어 밤, 지금은 불발탄
[기사] “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팩트] 역사의 파도 하나 [꼼꼼한 뒷얘기] 꿈꾸나요
가카는 얼마나 부자일까?
[팩트] 일단 빼먹고 본다. 일관성이 있다. [꼼꼼한 뒷얘기] “옷은 좀 번듯하게 입어라”
제6장 우리는 노무현을 아직 보내지 않았다
........
제7장 친일파와 빨갱이
.......
제8장 우리는 모두 약자다
........
기사는 수단일 뿐이다
......
에필로그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주기자'가 기존 기사들의 속내와 팩트를 파헤친다. 어떻게 '정통시사활극'처럼..
어떻게 느낌이 오시는가? 주진우의 책은 그런 책이다. 기자정신에 입각해 우리시대 음지를 파헤쳐 써내려간 흔한 사회비평서 일 수 있겠으나.. '정통시사활극'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시사 이면에 감춰진 속내와 팩트를 과감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와 닿는 구석이 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고착화된 기사들.. 이른바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의해서 무수히 양산된 기사 이면에 진실의 팩트를 전하며 무엇이 X이고 된장인지 구분하려 든다. 바로 '이것이 팩트다'라는 코너를 통해서 그 기사를 쓸 당시 상황이나 지금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의미 등의 취재후기를 담아낸 것.
그래서 기존 기사와 '이것이 팩트다'를 교차해 보면서 실체를 파고든다. 마치 뒷골목의 아무도 모르는 야화를 탐정에게 듣고 있는 기분마저 들게 만드며, 기자를 직접 따라다니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추적극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정통시사활극인 것이다. 어디 예전의 홍콩영화처럼.. 그것이 이 책만의 포인트자 매력이 아닌가 싶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다. 아직도 '나꼼수' 자체 알레르기 때문에 쳐다보기 싫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또 '나꼼수' 팬이라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걸 떠나서..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쏟아낸 시사적 기사 이면에 감춰진 실체적 팩트는 무엇인지, 기자정신에 입각해 써내려간 그만의 정통시사활극을 만나보자. 왜.. 통쾌하고 재밌잖아. 역시 시사는 까야 제맛인기라.. ㅎ
아래는 책 프롤로그에서 주진우가 썰을 풀어낸 대목이다. 음미해보자. ~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며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이 만들이 않았나. 게다가 기자들은 힘센 놈들 이야만 듣는 게 현실 아닌가. 이게 공정한가. 이게 정의인가.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주진우 지음/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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