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그들이 돌아온다'며 호기좋게 나선 SF 영화가 있다. 그건 바로 '맨인블랙' 시리즈다. 수많은 SF 장르에 있어서 이 영화만큼 나름의 사랑을 받아온 영화도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시리즈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니요, 기존에 영화론 꼴랑 2편을 가지고 전세계 팬들을 매료시키는 이 영화의 포지셔닝은 단순하다. 진중하듯 가볍게 좌충우돌하며 우주공생론(?)적 차원에서 지구인과 함께 사는 외계인을 관리 감독하며 이끌어온 재미난 그림들. 97년 1편이 소위 대박을 치며 나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02년 2편이 현란한 비주얼을 앞세우고도 의외로 삐끗해 전편만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아닌가?!) 그런데 그땐 그런 이야기가 먹혀서 나름 인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그 감독에 그 배우들 그대로 이어져온 '맨인블랙3'(MIB3)가 전격 나오게 된 거.
흔한 말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영화도 변화를 시도했다. 사실 작금의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보시라. 오감을 자극할 정도로 현란하다 못해 비주얼 극강으로 눈을 떼지 못하게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헐리웃 시스템에 익숙하다. 적어도 블록버스터라 말하는 영화들은 그러하다. 그런데 '전세계를 장악한 SF 액션 블록버스터' 라고 떡허니 적힌 전단지는 영화를 보고 나선 휴지통으로 직행해버렸다. 어디서 그런 농을 치시는지.. 한마디로 말하자면 '맨인블랙3'는 재미가 없다. 아니 액션 블록버스터가 무색할 정도로 소소하다. 스케일이 크지도 않아서 스펙타클한 맛도 없다. 그런 걸 기대하고 간다면 정말 하품만 연실 나올 수 있다. 대신에 영화는 이야기에 치중하며, 작금의 SF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시리즈로 치고 나아갈 때 주로 차용하는 플롯들.. 바로 과거로 회귀하는 '프리퀄'로서 본 SF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는다. 나름의 안전빵?을 택한 셈이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MIB 사상 최고의 미션! 시간을 거슬러 미래를 구하라!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지구. 게다가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토미 리 존스)’는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케이’뿐인데… 사라진 파트너를 찾고 그동안 감춰졌던 우주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제이(윌 스미스)’요원은 과거로 위험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심하게 젊은(?) ‘케이(조쉬 브롤린)’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이 둘은 24시간 안에 우주의 비밀을 풀고 현재로 돌아와야만 하는 MIB 사상 최고의 미션에 도전하게 되는데!
보시다시피, 이야기 자체도 그렇고 주요 플롯은 바로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이다. 그렇게 낯선 구도는 아니다. 현재에 문제가 생겨서 과거로 가 해당 지점에서 사람도 구하고 문제도 해결하는 전형적인 그림들이다. '맨인블랙3'도 그렇게 그려냈다. 별거없다. 10년 전에 나왔던 2편이 가물가물해 기억이 나질 않지만.. 2편에서 어떤 여지를 남겨두었는지 몰라도 3편에서도 블랙 수트 간지를 뽐내는 제이와 케이는 오늘도 임무를 수행중이다. 지구인처럼 위장해 살아가며 난리치는 외계인들 잡거나 처치하는 등, 그런 일상이 초반에 그려진다. 그런데 베테랑 요원 케이가 이젠 지친 건지, 무언가 비밀을 감추듯 간판요원 '제이'를 요상하게 건든다. 함께 고생한 노선배가 안쓰럽기까지 한 제이는 그런 케이를 위로하려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선배 케이가 자의반타의반(?) 사라지고, 외계인 악당 보리스가 어디 해삼멍게말미잘 같은 걸로 지구를 공격해오며 위험에 빠진다. 이런 위기를 해결할 키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 케이를 찾고 구하기 위해서 제이는 시간여행을 자처한다. 1969년으로 돌아가 노안끼 있는 젊은 케이를 만나고, 악당 보리스가 미래에까지 존재하지 못하도록 그를 처치하려 한다. 한마디로 위기에 처한 지구의 운명을 바꿔 놓겠다는 건데 과연 잘 됐을까? 특히 영화는 MIB 간판요원 '제이'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풀며 나름의 감동의 코드까지 넣었으니.. SF 드라마에 방점을 찍는다.
이렇듯 영화는 과거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그려낸 '맨인블랙' 시리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프리퀄(Prequel,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즉 더 진화된 이야기가 아닌, 베테랑 요원 '케이'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며 간판요원 '제이'와 함께 활약해 지구를 구한다는 나름의 알흠다운 SF 이야기다. 여기에 배경은 1969년 7월16일, 미국이 아폴로11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달착륙 시점과 매치업시켜 SF 장르적 이야기로 다가가 나름의 교집합을 선보인다. 그 발사될 우주선을 통해서 지구를 지켜낸다는 상상력이 더해지며 괴상망칙하면서도 웃음소리가 호탕한 악당 보리스를 처단하는 설정. 24시간 안에 그런 우주의 비밀과 문제를 풀고 현재로 돌아와야만 하는 MIB 사상 최고의 미션은 그렇게 내달린다. 대신에 액션이 난무하는 게 아닌, 소소한 수준에서 이야기로서 풀어가는 방식이다.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용 대신 '프리퀄' 드라마 MIB3.. 활약은 계속 될 것인가?
그래서 기존 MIB 시리즈 특유의 즐거움과 재미에 익숙한 팬이라면 영화가 다소 때꾼하고 심심해 보일 수가 있다. (실제론 강호는 중간에 졸기까지ㅎ) 1편과 2편에서 보여준 외계인들과 소위 복까치고매치고 하는 액션이 난무하지 않게 여전히 제이는 말이 많고 좌충우돌할 뿐이다. 제이 역 '윌 스미스'가 이젠 어엿한 40대 중반이 됐음에도 그만의 악동기질 건재함은 그대로 있어 MIB 간판요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개봉 전 홍보차 내한해서도 악동스럽게 수다를 떠는 모습 그대로다. 다만 이젠 60대(46년생)가 되버린 '토미 리 존스'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늙어 힘에 부쳐 보인다. 1편과 2편까지도 볼만했는데.. 이젠 정말 옹(翁)의 모습이 여실했다. 그러니 3편에서 그런 옹을 모시고 진화된 얘기를 찍느니, 과거로 회귀해 젊은 케이를 투입시켜 이야기를 만든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닌가?!
'조쉬 블로린'.. 그런데 당신도 만만치 않아 만만치.. 이게 어째 MIB의 전설 '케이'의 젊은 시절 29살의 모습이란 말인가. 영화 속에서 윌 스미스 제이가 나이를 물어보고 헐.. 하는 장면이 나온다. ㅎ 하지만 그런 나이를 따지지 않고 토미옹의 외모 싱크만 본다면 이건 나름 대박이다. 실제 나이는 윌 스미스와 같은 68년생. 국내 팬들에겐 다소 낯선 배우긴 해도, 최근에 헐리우드 리메이크 판으로 나온다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열연했던 '오대수' 캐릭터에 캐스팅 된 실력파 배우로 화제가 될 법하다. (미국판에선 Who are you?) 이 배우의 여러 필모그래피 중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작품이 개인적으로 인상깊다. 요상한 광기살인마 '안톤 시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에 못지 않게 카우보이 보안관 '모스' 역을 보여주었던 그였다. 그러고 보니, 거기서 토미옹과 함께 나왔었구만..
아무튼 이런 '조쉬 브롤린'이 과거 MIB의 슈퍼신참 케이 역할을 맡으며 화제가 된 영화 '맨인블랙3'다. 한 배우와 감독 '베리 소넨필드'의 뚝심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윌 스미스'의 SF 영화 시리즈답게 떠벌이식 위트적 재미는 여전했지만 이제는 진중해진 느낌마저 든다. 결국 SF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위명에는 못미치는 드라마로서 풀어가며, 이젠 옹이 되신 '토미 리 존스'를 위해 헌사하는 프리퀄로서 팬들에게 드라마로 다가선 '맨인블랙3'.. MIB 요원의 활약은 이렇게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계속되며 외계인들과 공생을 모색한다. 그게 MIB가 나아갈 방향이자 이 시리즈가 안고 갈 미션이다. 그렇다면 MIB4는 나올 것인가? 나온다면 토미옹은 안 되지 싶다. 이젠 너무 늙었어.. ;;
ps : 그러고 보니, 전단지에 블록버스터라 안 적고 '블랙버스터'라고 한 센스라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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