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기자로서 드라마 판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혀온 '손현주'.. 예쁘고 잘생긴 미남미녀 배우들이 판치는 드라마에서 눈이 즐거운 미남배우는 아니어도 선함과 악함의 이중적 모습을 잘 담아낸 손현주가 단독 주연급으로 나온 드라마가 있으니 '추적자'다. 젊은 스타들과 트레디한 소재로 병맛과 멘붕을 안긴 전작 '패션왕'의 바통을 이어받은 SBS 월화 드라마치곤 사뭇 다르다. 일견 영화 '추격자'와 이름도 비슷한 '추적자'다. 그래서 장르 또한 범죄 스릴러를 표방한다. 그렇다고 그런 스릴러적 코드 보다는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느와르 풍으로 전개되며 우리사회의 권력 앞에 분연히 일어선 한 남자의 처절한 서사로 내달린다. 그것이 '추적자'다. 여기에 액션이 가미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희생할려는 코드는 마치 외국영화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과도 꽤 닮아 보인다. 그래서 한국판 '테이큰'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는데.. 아닌가?!
공홈 : http://tv.sbs.co.kr/thechaser/index.html
그렇다. 그는 대한민국의 신성한 법정에서 활을 아니, 총을 든 남자로 첫 회 포문을 임팩트하게 열었다. 왜 그랬을까?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서 아니 그 이상의 복수를 위해서 분연히 일어섰다. 억울하게 죽은 딸을 위해서 거대권력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이 됐다. 바로 딸바보를 자처한 강력계 형사 손현주의 복수극이라 보면 될 터. 나름 잔뼈가 굳은 베테랑이었지만 그간의 형사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끝에서 처절한 형사로 돌변해 복수를 감행한다. 그런데 그 복수의 대상은 대선출마를 하게 된 정계의 독보적 인물 강동윤(김상중)이다. 형사반장 역에 익숙한 강신일의 간곡한 부탁으로 강동윤을 경호하게 되고, 그가 자신의 딸을 다시 한 번 죽인 인물이었던 거. (여형사 역에 박효주도 굿 캐스팅.. 이 처자 영화 추격자에서도 여형사로 나왔다. 하정우에게..)
이러한 복수의 구도가 초반부터 펼치지는 가운데 그 발단은 바로 잔인한 뺑소니 사건으로 시작됐다. 차에 치였지만 목숨이 붙은 여고생 소녀를 앞뒤로 다시 밟고 지나가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진 것. 호빠 출신으로 성공한 가수의 한 남자가 옆에 앉은 아줌씨 서지수(김성령)와의 불륜을 막고자 저지른 씻지못할 패악질이었다 (닌 죽었데이.. 바로 법정에서 총을 겨눈 게 그 장면이다.) 그런데 이건 좀 무리한 설정과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어린 학생을 그렇게 앞뒤로 치고 가는 그림을 제대로 보여주다니.. 하지만 백형사의 딸 수정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공홈의 설명에 의하면.. 하지만 다시 죽는다. 의사 친구로 나온 최준영이 주사 한방을 투여해 친구 딸을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 이건 강동윤이 사주한 것이다. 현찰 30억을 그렇게 받았으니..
무서운 넘.. 시청자를 멘붕으로 몬 첫 회 최고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백형사에 대척점에 있는 골리앗 강동윤은 복수의 타겟이다. 등장인물 소개란에도 보면 알다시피, 원래 강동윤은 재벌가 장인어른 덕택으로 자라온 인물로써 꽤 불편하면서도 밀월적 관계가 지속됐다. 그러던 차에 장인어른의 요청으로 꿈에 부풀었던 대선출마를 포기하려는 순간이 오자 짐을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섹시하고 정신 못차린 마눌님 서지수의 그런 뺑소니 살인미수 사건으로 모든 걸 안고 가겠다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며.. 장인어른과 또다른 승부수를 띄운다. 즉, 어찌보면 마눌을 미끼로 전략을 세우며 다시 대권도전을 선언한다. 결국 그 소녀가 살았다는 정보에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강동윤은 장인어른을 옥죄는 패로 그 소녀를 죽이게 된 것. 나름의 물귀신 작전이라 할 수도 있는 게 정말 치밀하고 무서운 넘이 아닐 수 없다.
위의 캐릭터 설명처럼 큰 마차가 달리다 보면 깔려 죽는 작은 벌레들은 많다는 그만의 인생 모토와 견지.. 김상중이 역시 이런 역엔 제대로 어울려 보이는 게, 전작 '시티헌터' 때에도 느낌은 달라도 이런 카리스마는 좋았다. 살아돌아온 생명까지 죽여버린 그 잔인함.. 백형사는 그를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물론 그 친구 의사도 그렇고.. ;;
기존의 트렌디한 배우와 소재가 아닌 세상에 맞선 복수극 '추적자', 기대중..
이렇게 해서 '추적자'는 1회의 포문을 임팩트하게 열었다. 결국 딸의 죽음 앞에 백형사는 모든 걸 포기한 체념에서 일어선 복수자 퍼니셔로 나섰다. 강력계 형사가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의 드라마로써 첫발을 내딘 셈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드라마 포맷이 그러하듯, 그 앞은 거대세력이 버티고 있고 일개 형사가 복수하는 대립을 통해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는 전개는 첩첩산중일 터. 그럼에도 '추적자'의 기획의도는 1회부터 나름 밀도감 있게 그려져 긴장감을 유지했다. 뺑소니 살인미수 사건이 꽤 깔끄장한 연출이긴 해도, 흔한 남녀간의 로맨스도 불륜도 아닌 한국판 '테이큰'을 꿈꾸며(?) 고품격 정통 느와르로 도전장을 내민 본 드라마가 색다르게 다가올 정도다. 젊은 미남미녀 배우들이 포진한 건 아니어도, 연기파 중견배우 손현주와 김상중의 미친 존재감을 비롯해 강신일, 박효주, 박근형, 장신영, 김성령 등의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은 편.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장신영 출연은 반갑다. 그녀가 맡은 배역은 지근에서 강동윤을 그림자처럼 모시는 여비서다. 그러면서 내심에 사랑의 기운을 가지고 있을 듯 싶은데.. 어쨌든 야심에 찬 정치인 강동윤 역을 자기 옷을 입은 듯 편한히 소화해내는 김상중의 모습은 딱이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냉철하면서도 이성적인 캐릭터를 그만의 눈빛과 절제된 제스처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힘든 형사생활 한복판에서 소중한 딸내미를 잃고 복수심에 분연히 일어선 백홍석 역에 손현주 또한 그만의 색깔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였다. 이런 존재감이 확연한 배우를 가지고 펼쳐낸 이야기는 욕망이나 애증이나 지배하는 그런 복수극의 양상이 아닌 스피드하게 가장 일차원적인 복수극의 양상으로 벌써 전개되고 있다. 그 대척점에서 선 두 남자, 이 내공있는 중견 연기자의 한판 승부를 앞으로 계속 주목해 본다. "기다려라 강동윤.. 어서와라 백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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