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고 재밌다. 하지만 그 재미가 지속되진 않는다. 아니 어쩔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코믹을 넘나든다. 그러니 빵빵 터지기 보다는, 약간 모양 빠지는 유치함 속에 잔재미가 소소하게 존재한다. 바로 위기에 처한 부부관계 속에서 사랑의 이별과 재결합을 그리며,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로 분한 '류승룡'이 전격 투입되는 지점이다. 이건 선발투수를 능가하는 구원투수급으로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꼴이다. 때론 아슬하게 경기를 이끌어 갔지만, 이 남자만의 다채로운 유혹의 필살기는 스크린을 묘하게 수놓는다. 그러니 그에게 집중이 되고, 그런 유혹의 타겟으로 선정된 '임수정'은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주목을 끈다. 남편 역 '이선균'의 찌질하고 소심한 배역을 빼곤 류승룡과 임수정은 투톱이다. 그럼에도 자의든 타의든 남의 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마성의 재미진 카사노바 '류승룡'.. 그가 영화의 절반 이상을 그나마 살렸다고 단언하고 싶다. 코믹과 유치함 속에서도 연애와 결혼의 관계론적 개론을 자기식대로 설파하며 웃기게 진중을 떨었으니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녀는 최고였다! 입을 열기 전까지는…! 제발… 제 아내를 유혹해 주세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론 섹시하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여자 ‘정인’(임수정). 하지만 입만 열면 쏟아내는 불평과 독설로 인해 남편 ‘두현’(이선균)에겐 결혼생활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매일 수백 번씩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편 두현. 그런 아내와 헤어질 방법은 단 하나뿐. 그녀가 먼저 두현을 떠나게 하는 것! 아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며 소심한 반항을 해보지만 눈도 까딱 않는 정인으로 인해 두현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어떤 여자든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를 만나 절호의 기회를 얻는 두현! 이제 은퇴를 선언하고 은둔의 삶을 선택한 그에게 두현은 카사노바 일생의 화룡점정을 위한 마지막 여자로 정인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어예쁜 아내의 살가운 유혹도 이제는 귀찮고 싫어버린 남편.. 니가 배가 불렀구나야.. ㅎ)
여기 7년차 젊은 부부 한 쌍이 있다. 유학시절인지 일본에서 우연찮게 만나 삐리리가 통한 이 커플은 달콤쌉싸름한 초스피드 연애를 시작으로 행복한 미래의 부푼 꿈을 안고 부부가 됐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5년 이상 살아봐라.. 연애의 감정 때처럼 매번 행복할 수 없는 게 우리네 부부들의 현실이다. 집과 물가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등, 이들을 괴롭히는 인자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이들 부부 '두현과 정인'에겐 이런 문제가 고민거리는 아니다. 아이도 없거니와 남편은 건축기사로 잘 나가지, 좋은 주택에 사는 부부에게 찾아온 건 이른바 '권태기'.. 특히 아내 '정인'에게 찾아든 그런 일상의 지루함은 남편 정인에게 직격탄이었다. 아직도 뛰어난 요리 실력과 외모를 갖춘 블링블링한 미시족처럼 보이지만, 입만 열었다 하면 매일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독설미녀로 남편 두현을 괴롭히기 일쑤다.
그래서 두현은 작심한다. 그래, 이 여자와 과감히 이혼해 자유인이 되기로..(나, 떠나갈래 되시겠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는지, 매사 독설을 뿜어내면서도 그녀 또한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 '미저리'급의 애착까지 보이며 남편을 옭아매듯 사랑한다. 그래서 두현은 소문만으로 듣던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만나고 전격 채용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청부살인' 아니 '청부유혹'을 제안하고, 아내를 자신에게서 떨어지게 만들어 완벽한 결별로 이혼 도장을 찍겠다는 거. 한마디로 미친 넘이 아닐 수 없다. 내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카사노바와 거래를 하는 이 남자의 존재는 일종의 관음적 판타지다. 코믹까지도..
(아내를 가지고 거래를 하게 된 두 남자.. 급기야 그 여자의 매력에 빠져 서로가 부딪히게 되는데.. )
그러니 카사노바 성기가 펼쳐내는 각종 유혹의 프로젝트를 미행하고 감시하게 되면서 두 남자는 마찰을 빚는다. 성기는 마이 비지니스를 못 믿겠냐며 때론 겁박하고 자기식대로 일을 진행시킨다. 이에 두현도 이 남자의 유혹이 도를 넘어서 요상한 분위기로 가자 위험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진솔한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린 두현은 이혼을 접고 서서히 아내를 지키려 든다. 그건 카사노바 성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유혹을 넘어서 정인의 매력 속에 빠져버린 전설의 카사노바도 그녀를 잡기 위해서 마지막 필살기를 날리는데.. 과연 누가 그녀를 차지했을까? 아니 매력 만점의 독설미녀 '정인'은 어느 남자의 품으로 갔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떠났을까.. 여자에게 이혼은 어찌보면 일종의 해방구다. 나 싫다는 남자, 잡아둘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렇듯 영화는 부부관계를 되집어 보는 일종의 '사랑과 전쟁' 스타일의 드라마다. 그래서 많이 봐온 현실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부부에게 찾아든 권태기로 인해 일방적인 한쪽의 공격과 수비.. 그 지점에서 누군가 이혼을 언급하며 헤어지게 된다지만..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투입시켜 관계개선에 나가는 모양새다. 다소 과장의 설정을 통한 판타지한 맛도 없지않아 있어, 그 과정에서 그려낸 코믹한 상황들은 일종의 해프닝처럼 휘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권태'라는 소재의 중심에서 독설미녀와 소심한 남편 그리고 전설의 카사노바로 구축된 캐릭터는 색다른 발현체로 다가온다. 깨알 같은 아이디어와 대사들의 향연은 청각을 자극하며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경쾌하면서도 빠르다. 특히 까칠한 독설미녀로 분한 임수정은 기존의 차분하고 고은 이미지를 벗고 색다르게 변신하며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는 거 보면 천상 연기자다. 수정 처자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류승룡의 색다르고 이유있는 카사노바로 변신, 그만의 매력이 그나마 살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옴므파탈의 매력을 발산하며 기름지게 때로는 코믹하면서도 모양 빠지게 종국엔 진중함까지 날리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 류승룡의 연기를 빼놓고선 말할 수 없다. 분명 전설의 카사노바라곤 하지만.. 어찌보면 엉뚱하면서도 웬지 허당 같은 그의 캐릭터는 귀요미 스타일의 매력 포인트를 갖추고 있다. 기존 이미지가 마초적이고 센 역을 주로 보였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 류승룡의 재발견이라 할 정도다. 불어, 스페인어, 춤, 샌드아트, 핑거발레 등을 선보이며 그가 보여준 카사노바의 유혹 필살기 프로젝트는 영화를 살린 나름의 수훈갑이다. 전형적인 카사노바의 공식을 깨며 '카사노바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라고 공언했지만.. 임수정 같은 치명적인 매력의 미시족을 보면 그도 헤어나오긴 힘들 터. 남편 역 이선균은 그냥 그 색깔대로 소심하고 찌질스런 면을 잘 부각시키며 기본은 해주었다.
아무튼 이런 삼인삼색의 확실한 캐릭터 구축으로 펼쳐낸 영화는 부부관계학 개론서의 성격을 띈다. 이런 개론을 펼쳐낸 이는 <여고괴담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나름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아온 '민규동' 감독의 역량인 셈이다. 그럼에도 중반 이후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로 치닫으며 관습적인 결말이 아쉽긴 했어도 이 정도면 기본 이상은 했다. 다소 중반에 지루함이 없지 않아 있긴 했어도.. 카사노바로 분전한 류승룡 때문에 몰입도는 좋은 편이다. 물론 임수정 이선균, 두 부부의 티격태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쨌든 사랑의 시작이 아닌 마지막을 그려낸 새로운 시선의 코믹 로맨스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부부간에 권태를 극복하고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다. 그 과정이 다소 코믹하고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전설의 카사노바'가 투입된 거래를 통해서 서로가 잃고 있었던 모습을 찾아가는 일종의 부부솔루션로 다가온다. 소통의 단절 때문에 여자가 겪는 내외적 어려움을 다루며, 부부간 소통이라는 문제를 환기시켜 그런 솔루션을 제대로 선사한 류승룡의 존재감이야말로 이 영화의 기름진(?) 매력일 것이다. 그는 말한다. "세상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어요. 운명을 믿는 여자, 운명을 믿지 않는 척 하는 여자.." 역시 카사노바는 말빨이다. 만만치 않아..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9606&mid=17583
ps : 차기작으로 이병헌 주연의 <조선의 왕>(가제)에서 그는 '허균' 역을 맡았다.
다시 진중하게 돌아온 그만의 '교산' 선생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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