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영화의 주안점이 아닐까. 짐짓 예술성과 대중성의 모호한 경계점에서 무언가 독특한 색취를 한껏 뿜어내는 프랑스 영화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이 그렇다. 색감은 독특한 유니크함으로 발현돼 한껏 주목을 끌며, 마치 유랑극단의 서커스를 보듯 장기는 기상천외하다. 한마디로 유쾌·상쾌·통쾌를 아우르며 스크린 속에서 코믹하게 활약한다. 헐리웃의 시스템이 아닌 걸쭉하면서도 정통 와인 맛이 느껴지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에 의해서 일상 속 판타지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주인공 '바질'은 마치 '미스턴 빈'의 재림을 보는 것처럼 한껏 모냥 빠지게 활약해 '대니 분'이 열연한 그 캐릭터는 찰지다 못해 연민이 들 정도다. 머리 속에 총알을 박고 사는 남자라서 그럴까.. 아니, 여기서 연민은 따뜻하고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연민이다. 왜? 그는 능청맞게 웃기는 남자니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당신의 마음을 행복으로 채워줄 해피무비!
어릴 적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바질(대니 분). 그는 우연한 사고로 머리에 총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머리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총알이 남아있다. 직장과 집까지 잃고 거리를 전전하는 처량한 신세의 바질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티르라리고’의 사람들! 약간은 기괴하지만 따뜻한 마음씨의 친구들로부터 용기를 얻은 바질은 자신의 머리 속에 박힌 총알과 아버지를 죽게 한 지뢰를 만든 두 명의 무기제조회사 사장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는데…이제 바질과 괴짜 친구들이 펼치는 해피한 복수가 시작된다!
(여보떼요.. 바질 역 '대니 분'과 타자기 역에 '오마 사이'.. 그외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한마디로 일종의 복수극이다. 그런데 그 복수가 재밌고 웃기다. 헐리웃의 가열한 액션무비 스타일의 퍼니셔처럼 총질과 육탄전이 난무하는 그런 현장이 아니다. 맥가버이식으로 적을 응징하긴 하는데.. 이들이 소위 팀플레이를 하면서 군수무기업체 두 사장에게 이른바 혼구녕을 내주는 그런 영화다. 어릴 적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자신마저 말도 안되는 불상사로 머리에 총알이 박히면서 그 무기를 제조한 업체 사장에게 복수를 가하는 것.
하지만 조금은 덜떨어져 보이는 '바질'에게 있어 혼자서 하기엔 역부족인 일이었다. 그냥 정처없이 길을 헤매다가 어디 요상한 괴짜 '티르라리고' 사람들을 만난게 된다. 고물상이 가득한 기계더미 그 아지트에서 자급자족을 하는 건지.. 아니면 어디 난민들인지(?) 그들은 분명 사회적으로 '주류'가 아닌 건 만은 분명하다. 일종의 '잡민들'이 아닐까 싶지만, 꽤나 독특한 장기로 무장한 인간적인 그들과 바질은 뜻이 통하고 합심해 군수업자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데.. 과연 성공했을까? 마지막 그 장면은 예전 라디오에서 현장녹음용으로 더빙하던 성우들을 보는 듯 하다. 나라도 속겠다. ㅎ
이렇게 영화는 복수극 양상을 띄지만 언급했다시피, 그렇게 진중하지도 암울하거나 깔끄장하지 않다. 프랑스어 '믹막'(Micmacs), 우리말로 '음모'를 뜻하는 말 그대로 복수를 위한 '음모'를 꾸미며 군수 무기업체 사장들에게 통쾌한 '빅엿'을 날리는데.. 어찌보면 통쾌함 보다는 일종의 유쾌하고 재미난 촌극 같은 소동극일 수도 있다. 다소 싸구려 티가 나는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고, 얼치기 바보 같이 황당하면서도 무언가 모양 빠지게 독특한 색감을 띄며 은근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네'의 독특한 연출과 색감이 돋보인 유쾌한 복수극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
대표작 '아멜리에'와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통해서 그만의 색깔과 장기를 보였던 '장 피에르 주네'의 역량이 십분발휘돼 '믹막'에서 한껏 발현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그의 전작들을 안 봐서 자세한 비교가 어렵겠으나 느낌은 충분히 감지된다. 아닌가?! 그래서 때론 본 영화가 전체적 스타일로는 가볍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주네'만의 기발한 상상력이 불러온 연출은 '믹막'을 독특한 색채감의 영화로써, 기존 헐리웃이 보여주지 못했던 유럽산 영화 특유의 색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특히 말 빠른 프랑스어의 향연은 색다른 재미인데, 정작 주인공 바질은 캐릭터상 어눌하기까지 하다. (머리에 총알이 박혀서 그런가?) 처음엔 '미스터 빈'을 오마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책없이 판자때기를 덮고 잘 때 모습이 딱 그렇다.
아무튼 본 영화는 여러 호평들처럼 그렇게 모나지도 특출나지도 그럼에도 재미 충만에 유쾌함을 겸비한 범죄 코믹 복수극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담아낸 것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로써 시종일관 주목을 끌었다. 개봉예정인 한국영화 '도둑들'이 그렇고, 헐리웃의 유명한 '오션스 일레븐'처럼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로써 책무를 다한 것이다. 물론 그 책무는 완벽함 보다는 무언가 모양 빠지게 웃음의 포인트를 잃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마치 무성영화의 판토마임을 보듯 믹막의 '티르라리고' 사람들은 색다르게 활약했다.
주인공 바질 역에 '대니 분'을 비롯해 '언터처블: 1% 우정'으로 잘 알려진 흑형 '오마 사이'가 작가주의 '타자기' 역을 맡아 주목을 끌었다. 그외 악당 역에 '앙드레 뒤솔리에', 개성강한 캐릭터들 '고무여인'과 '빅마마' '인간탄환' 등 연세 좀 드신 중년 배우들의 찰진 조합의 향연이 볼만하다. 결국에 영화는 이런 배역들의 시너지와 함께 판타지한 코믹 범죄물로써 한바탕 유쾌한 소동극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점에서 '믹막'은 보는 이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쾌작이 아닐까 싶다. 뭐, 가끔씩 이런 레시피도 필요하다. 바질이 말한다. "별들에게 물어봐.."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2085&mid=17571
[#ALLBLET|1163#]
tag : 이글루스투데이, 영화리뷰, 재미난복수극, 믹막, 믹막타르라리고사람들, 프랑스영화, 장피에르주네, 아멜리에, 독특하다, 유쾌한복수극, 대니분, 오마사이, 색다른프랑스영화, 볼만하다, 강추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