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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드, 폐쇄된 공포가 그려낸 세기말적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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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기말적인 현상과 무언가 미래지향적인 걸 찾는 SF 영화들은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노력들을 보인다. 단순히 비주얼의 액션 무비가 아닌 한, 무언가 그 안에서 길을 찾으며 관객들에게 길 안내를 자처한다. 그 길이 옳든 잘못되든 상관없이.. 그리고 그 길에 놓인 장애물을 깨부수고 나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그려낸다. 그것이 바로 세기말 극한의 공포로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잘 알려진 수작 중에 꼽으라면 '큐브' 시리즈가 그러했고, '눈먼자들의 도시' 등이 그러했다. 폐쇄되고 한정된 공간에서 퍼즐 게임을 하듯 살 길을 도모하는 자들,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몰리며 몰가치와 몰이성이 지배하는 곳에서 살고자 길을 찾는 사람들.. 낯설지 않게 흔하게 봐온 영화적 세기말 그림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개봉한 영화 '디바이드'가 그렇다. 먼저 얼핏 포스터만 보면 비스무리한 우주복을 입은 게 마치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런 미래의 비주얼 대신에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제시하며 그림들을 보편적인 함의들로 담아냈다. 그렇다고 뚝심있게 하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공포와 스릴 그리고 인간 본성의 흉포와 추악함까지 그리며 주목을 끌었다. 그렇다면 '디바이드'는 절반의 성공이라 봐야 할까? 하지만 그런 성공 보다는 세기말 공포가 가져올 수 있는 그림들의 집합체를 한곳에 모아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때론 묘한(?) 매력이 있기도 한데.. 영화 '디바이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하벙커에 갇힌 8인, 살아남은 것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뉴욕의 한복판에 핵공격으로 추정되는 대폭발이 일어난다. 그 중 한 건물에 있던 단 8명만이 지하 벙커로 대피한다. 핸드폰, 무전기등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모든 통신시설이 끊기고, TV나 라디오도 없다. 하는 수 없이 구조대를 기다리던 그들 앞에 드디어 벙커의 문이 열리고 구조대인듯한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그들은 방사능 복과 무기로 무장하였고 겁에 질린 사람들 중 마릴린(로잔나 아퀘트 분)의 딸 웬디를 무작정 잡아간다. 이 과정에서 무장한 군인 1명을 제압하고 그의 무기와 장비를 입고 실체를 파악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구조대가 아니라 방사능 실험을 위해 자신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가는데...



시놉시스만 보더라도, 대충 느낌이 오는 영화다. 가까운 미래에 알수 없는 핵공격으로 닥친 인류의 대재앙.. 모든 게 초토화 되고 영화 속 인물들은 살고자 내몰리듯 어느 지하벙커에 칩거하게 된다. 언제까지..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니 그 안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나갈 문은 막혀있고 완전히 폐쇄된 공간의 압박이 서서히 그들을 조여온다. 마치 '쏘우'의 함정에 빠진 자들이 살고자 발버둥치듯이, 이들도 딱 그 짝이다. 그렇다고 합심하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먼저 먹고자 살고자 다투게 된다. 그런 가운데 정체모를 군인들의 침입으로 소녀 하나가 잡혀가는 사고가 일며, 이들은 이때부터 극한으로 몰린다.

도대체 우리를 왜 안 도와주고 있는지에 대한 망상과 혼란에 빠지면서 서로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총을 갖게 되고 창고에 쌓아놓은 비샹식량을 발견하면서 살길을 도모한다. 하지만 이성만으로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인간의 본성에 감춰진 흉포함과 추악함이 드러나며, 특히 두 남자는 좀비처럼 변해가며 행동한다. 한 여자를 성노리개로 삼고 한 남자를 폭압적으로 감금하고 마약에 찌든 냥 미쳐간다. 급기야 이런 모든 걸 지켜보며 공포에 떨든 여주인공 '에바'는 결국 '신의 한 수'를 두며 살길을 찾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그 아비규환 같았던 그 지하벙커를 벗어나 살 수 있을까.. 정작 산다고 해도 그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세기말의 공포는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지니...


('디바이드'의 히로인 에바 역에 '로렌 저먼'.. 밀라 요보비치와 꽤 닮아 보이는 게 나름 열연했다.)

폐쇄된 공포가 가져온 세기말적 그림과 사투들 '디바이드'.. 살아남을 수 있나?  

이렇게 '디바이드'는 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아내듯 그려낸 SF적 공포 스릴러 영화다. 분명히 미래관이 들어가 있고, 그 디스토피아적인 세기말의 미래관은 암울하다 못해 조금은 깔끄장하다. 마치 B급의 가혹한(?) 정서를 뿜어내듯 중반 이후에는 그렇게 치닫는다. 도끼로 죽은 사체를 절단내고, 손발을 묶어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소녀를 잃고 정신줄을 놓은 유부녀를 강간하고, 남자들은 새디스트에 빠진 냥 극한의 잔혹을 즐긴다. 이런 미쳐가는 사람들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살고자 길을 찾는 '에바'가 바로 주인공으로써 활약하는 게 주요 그림들이다. 사실 '에바' 역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가 아니였나 싶을 정도로 '로렌 저먼'은 꽤 닮아 보인다. 분위기도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게.. 이 처자가 슬래셔급의 막장 영화 '호스텔2'에 나왔던 그 배우였다니.. '디바이드'에서 역할은 어찌보면 약과였을지도 모르겠다.


('디바이드'에서 남자의 흉포와 잔혹성을 여실히 보여준 배우 '마일로 벤티밀리아'.. 훈남의 변신인가?)

물론 그런 '에바' 이외에도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으니 '조쉬' 역에 '마일로 벤티밀리아' 배우.. 사실 실명은 몰랐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남자 배우였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그 유명한 미드 '히어로즈'에서 피터 역을 맡았던 그 훈남이었다는 거.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는 미쳐가는 광기를 제대로 선보였다. 나중에 삭발까지 감행하며 에바를 겁탈하는 등,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의 본성과 야성이 어떻게 변질되고 극한으로 내몰리는지 열연했다. 필모그래피 중에서 의학 스릴러물 '패솔리지'에도 나왔던데, 그건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나름 지적인 모습의 배우 '마일로 벤티밀리아'의 이런 변신은 '디바이드'의 또 다른 볼거리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영화 자체는 분명 세기말의 공포를 다루며 한정되고 폐쇄된 공간에 몰린 군상들의 사투를 소재로 그려냈다. 보통 합심해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추악하게 미쳐가며 서로를 해하는 등 인간의 흉포함을 드러낸다. 물론 그런 그림의 강도가 다소 약하긴 해도 슬래셔급의 잔혹과 광기는 나름 표출이 됐고, 그런 공포에서 '에바'의 살고자 탈출 시도는 마지막까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영화는 이런 세기말적 공포가 그릴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보편적 함의로 이끌어내며 메시지를 던졌다. 물론 그런 메시지가 다소 진부하고 뻔한 클리셰로 치부가 되더라도, '디바이드'는 폐쇄된 공간으로 몰린 8명의 사투가 종국엔 어떻게 귀결되는지에 대해서 영화적으로 포팅해 나름 잘 보여주었다. 너무 오락적이지도 않게 세련되지도 않게 그렇게 잔혹하지도 않게, 보편적으로 담아낸 세기말의 공포가 아닌가 싶다. '큐브+엑스페리먼트+눈먼자들의 도시'.. 여기에 쏘우적(?) 재미까지 영화는 나름 충실했다.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8399&mid=1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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