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드는 '패션왕' 얘기다. 저번에도 이 드라마의 무모한 '판타지'에서 대해서 언급하며 소위 깠는데..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다시 좀 까야겠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플롯, 종국에 보여주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분명 위처럼 멋지게 나온 포스터를 보면 '사랑에 대한 집착과 끝을 모르는 욕망을 통해 부침하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 라는 대전제 속에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이라는 그림들을 그려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그리거나 와닿는 게 없다. 소위 가오만 잔뜩 잡고 실체가 부실한 전형적인 폼생폼사 드라마의 양태를 보는 듯 하다.
제목에 단 것처럼 단도직입적으로 지리한 사랑싸움의 연속판일 뿐이다. 어제(14일) 방영된 17회가 지난 주에 본 것 같고 전에 본 것처럼.. 동대문 미싱질의 달인으로 자수성가형 캔디 캐릭터 '이가영' 역의 신세경은 왔다갔다 두 남자를 두고 어장관리 중이다. 어느 날은 유아인에게 붙었다가 이제훈에게 붙었다가 도대체 갈피를 못잡고, 때로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힐 뿐이다. 동대문 강사장이 어려울 땐 "우리 사장님한테 왜 그러세요"로 대들더니 어떨 땐 강사장에도 "저한테 왜 그러세요" 식으로, 무한반복의 "왜 그러신데요" 대사가 이젠 지겨울 정도다. 표정 변화도 놀란 토끼눈 마냥 아주 일관적이다. 역시 연기의 신세경은 요원할 뿐이고..
유아인이 맡은 '강영걸' 캐릭터도 그렇다. 화냈다가 우쭐했다가 화냈다가 우쭐했다가.. 그만의 무한반복 똘끼는 본 드라마에서 컽돌 뿐이다. 영화 '완득이'를 통해서 재발견된 그만의 연기적 캐릭터가 '패션왕'을 통해 좋게 발현되지 못하고 사장돼 버렸다. 한두 번은 먹힐지라도, 반복되는 그런 색깔의 일관성은 보는 사람을 지치게 심히 짜증나게 만든다. 그것이 드라마의 본 캐릭터라 하더라도, 패션왕의 강영걸은 그냥 이가영만 지킬려고 달려드는 무모한 애정남 스타일이다. 패션계의 젊은 총아 이제훈에게 단지 그녀를 뺏기지 않을려고 계속 부딪치며 화내고 우쭐대다 제풀에 꺽이고 다시 대드는 등, 그는 그 동대문 패션골방에서 연실 소주만 풀 뿐이다.
이제훈이 맡은 '정재혁' 캐릭터도 대동소이하다. 신인의 재발견으로 뜬 배우 '이제훈'은 그만의 신선함과 세련됨을 무기로 본 드라마에서 젊은 패션왕의 이미지를 마음껏 살리며 중심에 섰다. 전형적인 '까도남' 스타일로 활약하며 유아인에게 독설과 배틀을 주저하지 않고, 신세경에는 시크하면서도 센 척하는 훈남으로 다가간다. 막무가내 강영걸 그 놈에게서 가영을 데리고 와 회사내 패션경쟁을 붙여 '패션왕' 자리까지 내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그렇다면 이가영은 벌써 패션왕이 된 것인가?! 패션왕 되기 참 쉽다.
아무튼 이가영을 두고 두 남자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서로가 뺏길지 않을려고 대드는 꼴이 지리할 정도로 무한반복된다. 초반에 그려낸 관계 설정 부분만 빼면 매회 이런식으로 전개돼 온 게 '패션왕'이다. 패션 얘기는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 뿐, 사랑싸움이 계속 전면에 나섰다. 그 전면전에 피해자는 최안나 역할의 '유리'로 그녀는 그마저도 컽저리다. 물론 유리 또한 몇 회인가 정재혁에서 이제훈으로 배를 갈아타며 요상하게 눈길을 끌었으나.. 그녀는 두 남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소위 밉상녀로(?) 분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 연기 도전 치고는 잘하는 듯 싶으나, 캐릭터가 웬지 맞지 않게 매력을 못 살린다. 항상 심각해 보이는 게 문제.. ;;
'패션왕'에 패션은 없고 지리한 사랑싸움의 끝판이 있다. 그래서 더 끌린다?!
이렇게 드라마 '패션왕'의 젊은 주인공 4명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어울리지 않는 패션처럼 힘이 잔뜩 들어가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게 극에 녹아들지 못한 느낌이 든다. 정작 제목에 걸맞는 패션의 이야기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맴돌고 간혹 비추는 꼴이고, 중심추는 지리한 사랑싸움의 끝판왕을 보듯 막장스럽게 집착적이다. 이 회가 그 회인지 같을 정도로 두 남자가 신세경을 차지할려는 배틀은 무한반복중이다. 이제 3회가 남았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중이다. 그러면서 신세경은 두 남자에게 "저한테 왜 그러시는데요"만 말할 뿐이다. 그러니 이런 드라마도 만나기 힘들다. 나름 X맛 기운의 감지 속에서 묘하게 끄는 또다른 X맛.. ;;
그건 바로 패션 드라마 본연의 맛이 아닌 막장급의 지리한 사랑싸움의 전개 때문일지 모른다. 한 여자를 차지할려는 그들의 패션은 그저 수박겉핥기에 모양새로 전락했을 뿐, 그것이 어떤 도전과 성공으로 대변되는 야망의 기제로 활용되질 않는다. 그래서 주요한 패착으로 다가온다. 본 드라마에서 패션은 진즉에 죽었고 아예 없다.(고 보고 싶다) 그냥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 두 남자의 지리한 사랑싸움이 계속 될 뿐이다. 작가적 역량의 뚝심이자 변함없이 올곧은 연출력의 발호인 셈이다. 그게 본 드라마의 장점이라면 장점..
어쨌든 극이 막판 3회를 남겨두며 나름의 주목될 점은 있다. 두 남자의 러브배틀 일관됨 속에 인생역전을 노리며 과욕을 불러온 강영걸의 몰락인지, 아니면 패션계의 젊은 총아였지만 여자 때문에 스스로 위기를 자처한 정재혁의 분투일지.. 두 남자는 지금 위기로 치닫는다. 너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자 회사 패션왕으로 올라선 이가영의 신세경.. 그녀는 과연 누구 품에 안길 것일까? 이들의 지리한 사랑싸움을 까면서도 지켜보게 만드는 X맛의 '패션왕'.. 이런 드라마 흔치 않다. 안 그런가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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