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정통극을 표방하며 야망과 욕망으로 점철된 그 어떤 갈등극으로 치닫는 '적도의 남자'.. 이번 주에 그런 그림들이 제대로 표출되고 그려지며 주목을 받았던 한 회였다. 물론 아직은 수목극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만, 고정팬을 확보하며 남자향이 물씬 풍기는 그런 드라마로 나름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그 중심에는 과거 '부활'에서 보여준 '엄포스'의 부활을 알리는 5회를 시작으로 분위기는 이미 감지되고 넘어온 상태.. 그것이 단박에 높은 시청률로 귀결되긴 힘들다 하더라도, 나름 조금씩 상승세는 보이고 있는 중이다. 안 그런가?! 그러면서 본 드라마에서 엄태웅의 리얼한 실명 연기를 보는 건 색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무아지경에 빠진 그만의 동공연기.. 진짜 맹인처럼 분전한 그의 모습은 레알 그 자체다. 당연 연기일테고 앞이 보일텐데도,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엄태웅은 제대로 된 연기자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런 리얼한 실명연기로 화제가 된 '적남'은 소위 삘 받았다. 그러면서 주인공 선우는 적지로 뛰어들었다.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친구 장일의 집으로 들어가 당분간 살게 된 거. 분명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장일을 서서히 옥죄며 그에게 다가간다. 이에 장일은 그런 선우가 못마땅하면서도 내색은 못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불안함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샘솟고 싶다.
"그래.. 니, 정말 죽고 싶나.. 그래.. 죽여주지.."
정말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일은 현재 꽤 불안하고 불균질히다. 자신의 집에 들어와 칩거중인 친구를 돌봐야 할 명목 하에서도 애써 돕겠다 했지만.. 사지로 몰아넣었던 친구에 대한 죄책감은 어디에다 쌈싸먹은 것인지, 도리어 그를 의심하고 시기하기까지 한다. 복지관에서 점자책을 배우며 알게 된 지원(이보영)과 살갑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장일은 속이 끓어 올랐다. '저, 자식이 내 여자까지 넘봐..' 결국, 급기야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장일이 입장에선 웬지 이 놈아가 무언가 눈치를 채고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거.
특히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꾸 과거에 둘 사이에 있었던 소소한 것 까지 반추하고 끄집어 내니 장일은 웬지 불안했다. 거기에 아버지 용배와 한바탕 말다툼하고 난 후, 방에서 불현듯 이어폰을 꽂은 채 나온 선우를 보니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더욱 그랬다. 여기에다 과거 장일의 책상 앞에 붙어있던 그 촌스런 명언의 글귀까지 기억하는 거 보면 심상치가 않았던 거. 선우는 그냥 생각났다며 무심히 지나쳤지만, 의심에 사로잡힌 장일이 떠보며 과감히 묻는다. "너 혹시 보이는 거 아냐?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 거지? 너, 지금 나한테 말 안하고 있는 거 있지. 어서 말해!!" 하며 다그친다.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선우와 장일, 팽팽한 심리전과 신경전이 계속 되고 있다.
이에 선우는 "사실은.. 나, 사실은..
이렇게 선우는 모든 걸 알고 있고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장일 입장에선 정말 복장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게, 분명 이 넘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속 시원히 털어놓지 않고, 더 꼼수를 부리는 것 같아 미칠 노릇인게다. 그러니 선우가 좋아 보일리가 없다. 속으론 '그때 제대로 죽였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무서운 넘 이장일.. 그는 지금 선우의 심리전과 페이스에 말려들며 이성을 점차 잃어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거. 그렇게 못난 아비가 선우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그 죄책감에 스스로 용서를 구하지는 못할 망정, 그 죄를 덮기 위해서 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막역지우 선우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장일이야말로, 정말 어그러진 욕망으로 내달리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악역이라 할 수 있는데.. 법대를 나와 검사가 돼서 여러 사람을 돕겠다는 포부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여친 과정에 있는 지원에게도 그 따위 맹인이나 돕는 거 집어치우라고 하는 거 보면 소위 싹수가 노란 넘이다. 아비한테도 "왜 진회장의 개가 돼서 날 힘들게 만드냐고요. 아버지도 선우도 다 지겨워요.."로 가슴에 못을 박았다. 이렇게 이준혁이 분전한 이장일의 모습은 엄태웅이 보여준 선우의 모습과 상반되게 냉온탕을 오가는 불같은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자신에 앞길에 도움이 안 된다면 가차없이 차버리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장일의 욕망선이다. 그러니 현재 이런 상태가 꽤 불안하고 못마땅하니, 모두 다 지겹다며 신세 한탄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장일은 언제쯤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1회에서 진회장에게 총구를 겨누는 걸 보면 불안정은 계속..ㅎ
하지만 불균질한 장일과는 다르게, 착하면서 풋풋한 여대생 지원과 실명 속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선우.. 이 두 남녀는 어느새 묘한 감정에 휩싸이듯 서로의 다리와 눈이 되주려 한다. 그것이 흔한 사랑의 감정으로 다가오더라도, 지원이 선우를 대하는 그림은 꽤 보기가 좋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쉽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선우가 누구의 자식인지 안다면.. 그래도 현재로서는 좋은 상태로 나아갈 뿐이다. 이들에게 걸림돌은 역시나 욕망에 휩싸인 친구 장일이가 문제다.
"난, 네가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친구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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