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권의 궁극과 절정을 향해 달리는 '무신' 속 그 이야기는 '최우'(정보석)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서 제2의 서막을 알렸다. 알다시피 이런 류의 사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바로 권력다툼 속에서 그 어떤 과정이 펼쳐내는 볼거리다. 바로 권력의 향배 속 암투를 벌이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귀결되는 것들.. 장남이든 차남이든 아니면 서출이든.. 힘 세고 지략이 출중해 든든한 가신들과 함께 거시적 안목을 볼 줄 알아야 대권을 잡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다만 과거 옛날에는 그 과정에서 지게 되면, 삭탈관직 크리에 유배지로 보내지고 숙청이 벌어지는 등 피의 역사로 점철된다는 점에서 원시적인 그 무언가가 있다. 화합이고 자시고 그딴 건 없다. 패하면 바로 죽음 뿐이다.
그렇다. 바로 엊그제 주말 '무신' 13회와 14회를 통해서 그런 과정이 나름 소상히 그려진 것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는데.. 그전에 사실 역사적 기록에도 그렇고, 아버지 최충헌의 뒤를 이어서 권력을 잡은 이는 장남 최우(훗날 최이)였다. 그러니 드라마 속도 그렇게 수순을 밟으며 그려냈다. 기실 차남 최향(정성모)이 군사도 더 많았고 권세가 셌지만, 그에게는 안목이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권력욕에만 눈이 어두워 일을 그르치고 만다. 더군다나 가신들을 잘 다루었어야 하는데.. 박쥐 같은 '김덕명'(안병경) 낭장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그 계속된 격구대회를 통해서 절대무공의 강자로 떠오른 김준이 잠깐 책사로 변신, 박송비에게 궁지로 몰린 주군의 상황에서 대해서 '한 놈을 잡아서 길을 틀라'라는 고견을 통해서 '김덕명'이 당첨돼.. 그가 간자로 둔갑해 최향 쪽을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안병경 배우의 간신배 역할.. 역시 그런 역엔 지존.. 역사 속 '김덕명'도 그러했다.)
그건 안 봐도 비디오요, 적이 궁지로 몰리는 순간인 셈이다. 삼국지나 초한지, 열국지 등 중국역사물에서 많이 나오는 전형적인 손자병법식 계책으로, 적을 끌어들여 적을 죽이는 수법이다. 간신배 김덕명을 그렇게 꼬득이고 회유해 최향 측 군사들을 사지로 몰았다. 최충헌이 오늘내일 할 줄 알았는데 쾌차했다는 소식에 놀랐던 건 최향 측이었다. 그래도 아비가 위독하다고 거짓으로 알려 최우를 꾀낼려고 했지만, 이미 형은 한 수 앞을 내다봤다. 바로 최우는 김덕명으로 하여금 매복지에 숨어 있던 최향의 부대를 해산시키고 철군하는 그들에게 매복중인 군사로 들이쳐 단숨에 제압하기에 이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그렇게 최향 측 군사는 손도 못 쓰고 죽게 됐다. 그 앞에서 살려달라 외치는 '최준문' 대장군 이하 지윤심과 류송절까지 목을 베어 버리고, -(최준문 역에 윤철영 횽아는 이런 역에 딱이라는 ㅎ)- 대신 끝까지 절개를 지킨 젊은 이장용과 최춘명은 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최우는 권력을 잡게 됐다. 아비가 죽음 직전에 차린 그 연회석에 세 장수의 수급을 선물로 내놓으며, 그는 보란듯이 도방 최고 권력을 거머쥔 것이다. 이에 아비 최충헌은 벌벌 떨고 있는 최향을 보고 "향아. 이 녀석아. 무얼 하느냐. 형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그래도 피를 나누던 형제가 아니더냐. 목숨을 구걸해라. 살려달라고 빌어!"라고 소리친다. 이에 최향은 살려달라 머리를 조아리며 이들 '형제의 난'은 이렇게 끝났다. -(이후 최향은 유배지로 가게 되고, 향후 반란을 도모하다 죽는 게 역사적 기록이다)- 그리고 모든 걸 정리하는 최충헌의 마지막 대사 "모든 우환은 사라졌도다. 나는 이제 세상과의 인연이 다 되어 떠나게 됐다. 내 아들 우가 나를 대신하여 도방의 정치를 맡을 것이오. 참으로 좋은 날이로다"라며 "대고려의 영광을 위해!"라 외친 뒤, 생의 마지막 술잔을 들이키고 눈을 감고 만다.
1219년 9월의 일이다. 고려시대 듣보잡(?)으로 무신정권에 휘둘렸던 임금 '명종 신종 희종 강종'까지 4명을 갈아치우며, 20여년간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무신정권 궁극의 아우라 '최충헌'은 그렇게 '무신'을 떠났다. 드라마 속에서 짧았지만 그 육중한 몸을 지탱한 자리에 앉아, 시종일관 시국에 대해서 주절이 떠들며 주목을 끈 주현옹.. 정말 수고하셨어라.. "나라에 스님네들이 너무 많아.." ㅎ
최충헌에 이어 권력에 오른 '최우'의 무신집권기, 김준의 활약은 지금부터다.
이어서 아비에 뒤를 이어서 등극한 '최우'는 그 격구장의 단상에 올라 일장연설을 통해서, 혼란과 누란에 빠진 사직을 바로 잡아 대고려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보무도 당당하게 기치를 내건다. 최우 역 정보석의 단아한(?) 발성과 지적이면서도 무언가 힘이 있는 모습이 역시 아우라를 내뿜는 주목할만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이때 역사적으로 그렇고, 최우는 도방에 이어서 능가하는 '정방'을 만들어서 무신과 문신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됐으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무신' 속 최우의 모습은 절대 권력자로만 나설지는 의문이다. 당장 몽고군의 침입도 막아야 할 판이고, 가신들과 아직 남은 권신들도 정리하는 한편, 자신의 가병으로 들인 '김준'을 어떻게 대할지가 나름 관건이다.
당장은 이번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책사같은 계책으로 공이 상당했던 '김준'은 한단계 격상돼 내방의 호위를 맡게 됐다. 즉 주군 '최우'을 최측근에서 모시며 그림자 수비를 하라는 것인데.. 그러면서 박송비가 교정도감 내에서 자신과 함께 주군을 도와 보필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한마디로 김준에겐 탄탄대로의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인가? 월아와 혼인도 이미 결정났고, 대신에 김준을 '사내 중에 사내'라며 치켜세웠다가 헛물킨(?) 송이는 젊은 김약선 장군과 혼인을 앞두며 못마땅한 상태. 그것만 빼더라도 순리대로 척척 진행되는 것일까? 그렇게 격구대회를 통해서 개고생을 하더니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인지 몰라도, 김준에게 있어서 이번 최우의 권력집권은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뭐, 자기 편이 이겼으니 이런 논공행상은 당연한 일. 그럼에도 김준이 앞으로 계속 탄탄대로 일지는 의문이다.
알다시피 기획된 50부작의 나름 긴 호흡으로 가는 사극 드라마이기에, 김준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최충헌의 이어서 제2기 최우의 권력집권하에서 그가 어떻게 활약하며, 또 어떤 음모로 궁지로 몰릴지 앞으로 '무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왜냐? 명색이 주인공인데, 그를 가만두면 재미가 없어진다. 송이 아씨의 그 묘한 눈총을 계속 피하며 월아와의 사랑도 지켜야 하고, 두 난봉꾼 만씨 형제의 비위도 계속 맞추어야 하고, 또 최우 측근들과 시기로 인해 어떤 음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김준'이 주군 '최우' 권력하에서 어떻게 나아갈지 계속 기대해 본다. 어찌보면 김준의 고생담은 지금부터다. 당장 최양백에게 보기좋게 차인 춘심이(김하은)가 김준을 죽인다고 벼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김준 조심해라.. 여자가 앙심을 품으면 뼈도 못 추린다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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