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편의 공대스러운 제목의 영화 '건축학개론'이 따스한 봄기운을 안고 살랑대는 봄처녀의 치맛바람처럼 전국 극장가를 흔들어대고 있다. 무엇이 그토록 대단한 영화이길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봉 직후 의례적으로 곧바로 누리는 그런 관객몰이인지.. 아니면 2011년 상반기 최고의 인기드라마 '해품달'의 히로인 '한가인'이 출연했다서 얻는 티케파워의 수혜인지 몰라도, 보편적으로 첫사랑의 알싸하면서도 아련하게 품어대는 감성을 자극하며 한껏 주목을 끌고 있다. 당연 영화팬이라면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래서 강호도 이런 대열에 동참해서 봤다.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모 여인네와 함께.. 단독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 '건축학개론'은 멜로와 로맨스의 정점과 궁극의 시발점이 되는 우리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첫사랑'에 대한 어떤 개론서자 담론의 성격을 띈다.
즉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은 건축의 과정처럼 쌓아가는 재미이자 만들어가는 묘미, 바로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복기돼 이들의 첫사랑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제목 '건축학개론'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저간에 얼핏 의미를 알 수 있듯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것은 하나의 과정과 추억이 서린 첫사랑의 담론을 담아낸 개론일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게 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툭 까놓고 말해서, '첫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그렇게 알고 습득해 왔는지 묻는다면.. 아니지 않는가? 못다핀 꽃 한송이처럼 이룰 수 없는 첫사랑.. 바로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사에서 첫사랑은 한마디로 습작의 단편으로 남겨진 어떤 사랑의 유산물처럼 고스란히 편린된 조각일 뿐이다. 그것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동안 반추하면서 때로는 슬퍼하고 기뻐하며 스스로 러블리했을 인생의 타임캡슐로 간직할 뿐이다. 그렇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첫사랑의 타임캡슐을 끄집어 낸 영화 '건축학개론'은 어떠했을까.. 시놉시스는 이렇다.
어쩌면…사랑할 수 있을까?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배수지)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어쩌면 다시…사랑할 수 있을까? 15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서른 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한가인).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건축학개론의 4명의 주인공들, 배수지와 이제훈 그리고 엄태웅과 한가인.. 다들 극에는 잘 어울렸다.)
먼저, 이 영화는 참 착하다. 첫사랑에 대한 보편적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며 나쁘게 빠지질 않는다. 영화는 그런 정공법을 노린 듯 싶다. 그런 점에서 '건축학개론'은 나름 영리하고 우직하다. 아니 첫사랑에 대한 총론이자 개론서로 충분해 보인다. 첫사랑이 주는 선한(?) 이미지에 대한 모든 게 담겨져 있다할만큼 꽤 사실적이다. -(하지만 현실도 그러했을까?)- 영화라해서 그렇게 덧칠하지도 않거니와 다소 쑥맥이고 조금은 찌질스런 1년차 대딩남을 통해서 그대로 투영시킨다. 이른바 이것이 '남자의 첫사랑'으로 비춰지며 극을 전개시킨다. 그렇기에 승민의 첫사랑은 학창시절 여자를 처음 대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발그레'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대하는 서연의 입장은 다르다. 다소 적극적으로 친구로써 사귀고 이끌어가며 그들만의 청춘을 직접 밟아나간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적 터울 속에서 승민과 서연은 서로가 알게 모르게 첫사랑의 추억을 쌓아두게 된다. 30대 중반의 강남 이혼녀가 된 서연이 제주 앞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집을 새로 짓겠다고 아니, 리모델링 명분하에 건축가 승민을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서로가 서먹할 사이일 것 같지만, 일상에 찌든 남녀처럼 대화를 나누고 계약을 맺어 집짓기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과거 그 아련했던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승민의 약혼녀의 물음으로.. 바로 90년대 중반 이들의 대학교 1년 시절이 그려진다. 참으로 담백하고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갈하다. 군더더기 없이 이들의 연애담을 보고 있자니, 다소 심심하긴 해도 강호의 대딩시절과 맞아 떨어지는 게, '그땐 그랬었지'로 나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주로 쑥맥 승민의 입장이 주체적으로 그려지고, 그런 승민의 연애코치로 나선 납뜩이 '조정석'의 각론이 깨알같은 재미를 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이거 나름 대박이라는.. 납뜩이 왈 "키스라는 게 스네이크처럼 막 혀가 섞이면서.."ㅎ
(대학 시절에서 15년이 지난 후 만난 승민과 서연.. 바로 일상의 데면함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그렇게 대딩 시절 연애사의 청춘이 그려지고, 어떤 중요한 순간에 다시 현재로 돌아와 30대 중반의 승민과 서연의 그림이 또 전개된다. 바로 집짓기에 돌입한 이들의 상황이 전개되는데.. 다소 밋밋하긴 해도 이제는 삶과 일상에 찌든 이들처럼 데면하게 대할 뿐이다. 특히 승민이 그러한데, 그것은 바로 과거 그에게 안겨준 그 사건으로 인한 발현일지도 모른다. 다만 서연 만큼은 현재의 과정에서 승민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며 서서히 다가간다. 그것은 집이 완성돼가는 과정 속에서 점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또 다시 과거로 회귀, 그들의 청춘 연애담이 계속 흐르는데.. 서클 선배를 좋아한다는 서연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는 승민에게 있어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할 첫사랑의 고백은 참으로도 힘들었던 거. 급기야 어느 쫑파티에서 거하게 취하고, 서연이 선배와 함께 들어간 자취방에서 무너진 승민은 그녀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만다. "너, 꺼져줄래!!" 이들의 첫사랑은 이렇게 무너지고 만 것일까.. 다시 15년이 지난 후에도 이들의 첫사랑은 오롯이 간직된 것일까..
(싱숭생숭이를 사귀는 납뜩이 조정석의 리얼 연애코치담.. 본 영화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 ㅎ)
이렇게 영화는 첫사랑의 추억이 좋든 나쁘든 그렇게 서로에게 기억돼 작용하는 하나의 편린으로 다가오며 그려진다. 15년이라는 시간의 공간을 뛰어넘어 이들의 대학교 시절과 현재 30대 중반의 상황이 수시로 교차되며 극을 전개시킨다. 그런 과정은 꽤 담백하면서도 솔리드하다. 나름 절제미를 살리면서 심플하니 정갈한 맛까지 자아낸다. 특히나 대학교 시절의 연애담을 보여준 젊은 승민과 서연의 청춘사는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개론의 담론일 뿐 '격정'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격정은 어떤 질 나쁜 사랑의 그런 격정이 아니다. 무언가 몰아치는 파고다. 그것은 과거 승민이 그런 상황을 보고서 택시 문간을 잡고 울분을 쏟아내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첫사랑의 아련함 속에서도 얼마든지 몰아닥칠 격정에 대한 그림은 없다. 그것은 30대 중반이 된 승민과 서연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데면했을 사이임에도 그저 오래된 친구처럼 대하며 속내를 감출 뿐이다. 마지막 키스 한 방으로 해결.. ;;
'건축학개론', 첫사랑의 알싸하고 아련했던 담백한 담론 속 격정없이 무난하다.
그런 점에서는 영화는 담백함을 무기로 첫사랑을 그려냈지만, 그런 격정의 파고는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도리어 이런 파고적 표출은 개그로 승화시킨 납뜩이 재수생 '조정석'의 연애코치담이 와 닿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쑥맥 승민에게 여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키스의 원리와 방법, 그녀가 왜 X년인지에 대한 발호, 종국엔 한없이 우는 친구를 보듬는 그야말로 사랑학 개론의 고수이자 각론으로 들어가는 어떤 교보재다. 다소 코믹하면서 오바스럽게 보여진 측면이 있지만.. 영화 전체가 담백하게 다소 밋밋하게 흐르는 강물에 돌을 던지듯 납뜩이의 모습은 학창시절 여자 좀 사겨본 그런 친구의 전형처럼 꽤 친숙하고 익숙하다. 솔까말로 이 영화에서 납뜩이가 없었다면 여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는 이 영화가 꽤 심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조정석 때문에 난 빵빵 터졌다. 강호의 대학시절에 그런 친구를 보는 듯 해서리.. ㅎ
아무튼 '건축학개론'이 품고 쏟아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첫사랑의 이야기는 사랑의 감성을 끄집어내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캐릭터적으론 쑥맥의 다소 찌질스럽게 나온 승민 역에 '이제훈'은 역시나 연예계 라이징 스타답게 재발견이라 할 정도로, 4명의 연기자 중에서 단연 돋보이게 극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그와 함께 '해품달' 연기력 논란이 웬 말이냐며.. 30대 중반 이혼녀 '한가인'의 연기 또한 극중에서 그녀만의 심상을 간직하며 나름 잘 보여주었다. 어린 서연 역의 '배수지' 처자도 다소 새침스럽지만 괜찮아 보였고, 다만 엄포스 '엄태웅'은 그저 기본만 한 느낌이다. 마치 정려원과 같이 출연했던 전작의 로맨스물 '네버엔딩스토리'때처럼 변한 게 없어 보일 정도로 일상적이다.
어쨌든 '건축학개론'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름의 화제를 몰고온 영화답게, 첫사랑의 추억에 대한 보고서이자 그 담론을 펼쳐낸 개론으로 건축적 사랑을 말하고 있다. 쌓고 짓고 만들어가는 그 재미와 묘미 속에서 사랑이 완성되듯이, 알싸하고 아련했던 아니면 누구에는 기억하기도 싫은 혹은 심하게 열병을 앓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 하나의 추억열차라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완행이든 급행이든 아니면 탈선이든..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그렇게 다가오는 우리네 사랑 이야기의 담론이 아닐까 싶다. 비록 격정은 없다손 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첫사랑은 결코 잊지 못할 사랑학개론의 영원한 테마인 것이다.
그 테마에 어울리게 여기 '전람회'가 부릅니다. "기억의 습작.. "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8426&mid=17228
[#ALLBLET|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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