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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김준'보다 돋보인 '박송비'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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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남성적 사극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바로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으로 점철된 그 어떤 아우라다. 그런 점에서 MBC 주말 사극드라마 '무신'은 눈여겨 볼 만한 인물로 가득하다. 우선 고려 무신정권 내내 절대권력자로 당시를 호령했던 '최충헌'을 비롯해-(지금은 오늘내일 중이지만)- 아비에 이어서 권력의 정점에 설려는 두 아들 '최우와 최향'.. 그러면서 이 두 세력에 붙어있는 가신들이다. 그렇다. 바로 가신들의 라인업이야말로 역사극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다. 그 중국 춘추시대 진문공 '중이'를 모시며 대륙을 유랑해 10여 년을 개고생했던 '개자추'를 비롯한 가신들을 보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하나의 인간 승리처럼 말이다. ㅎ

뭐,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 중국고전 삼국지와 초한지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는가.. 촉나라 유비의 가신들, 오나라 손권의 가신들, 그리고 조조의 그 엄청한 무장들과 가신들까지.. 또한 장량과 한신 소하 등을 거느린 유방과 할배 범증만으로 버텼던 항우처럼.. 원래 임팩트한 역사적 인물에는 가신과 무장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무신' 속 최우와 최향의 가신들 라인업도 볼만하다. 최우 쪽엔 이공주, 송길유 등 선하거나 우직한 인물들로 포진돼 있고, 최향 쪽은 윤철영처럼 좀 간사스럽고 포악한 스타일의 인물들로 대거(?) 포진돼 있다.



그중에서 생소한 역사적 인물들이긴 해도, 특히 '박송비' 무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영필이라는 배우가 이 역을 맡았는데, 개인적으론 이 연기자를 처음 보지만서도.. 무언가 조용하면서 발성도 나름 묵직하니 꽤 듬직해 보인다. 가르마를 탄 게 약간은 일본무사필이 나긴 하지만 책사 스타일의 무장 분위기다. 그러면서 그는 김준의 됨됨이를 알아봤다. 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최우 일행이 동생 최향의 암습이 있을 걸 알면서도, 흥왕사에 스승님을 찾아뵈러 마실을 나간 행차 때.. 망나니 만씨 형제의 보디가스 김준은 절간 어느 곳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부처님 가라사대 금강경을 비롯해 사서삼경에 각종 무술비법서까지.. 주인공이 도를 터득하고 무공비법을 순식간에 습득하는 무협스런 설정이 아닐 수 없다. ㅎ

어쨌든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스님들과 최우의 가신들 속에 박송비는 김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 속으로 놀랬다. "저 놈이 일자무식인지 알았는데.. 저렇게 단박에 모든 책을 순식간에 보면서 그 속의 도를 깨우치다니.. 가볍게 볼 놈이 아니구나.." 그렇게 김준을 점찍어 놓았던 박송비였다. 그러던 차에 그 절간에서 최향측이 사주했을 자객승려들의 공격이 있을 때, 주군 최우가 위험에 처해지자 김준이 나서서 해결하는 통에 박송비는 그의 무예실력까지 재차 확인하며 가볍게 보질 않았다. 급기야 김준을 불러 놓고 고견을 듣게 되는데.. 그때 그는 대뜸 무릎을 꿇는다. 가히 놀랄만한 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도리어 생각해 보면 제자를 잘못 가르친 선생님이 도리어 회초리를 맞는다는 심정으로, 박송비는 먼저 상대방을 제압해 들어간 '신의 한 수'라 봐야 할 것이다.



무신 12회, 김준을 알아본 박송비 무장.. 고견을 듣는 그의 아우라가 돋보였다.

그렇다. 주군 최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체면 따위 접어두고 한낱 노예 출신이었던 김준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한마디로 이거다. "아까 보니 당신이 만만치 않더이다. 내가 지방 형리를 해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 사람의 스타일과 됨됨이를 알아보는 능력이 좀 있거든. 김준 너, 딱 걸렸어. 어서 고견을 내놓거라." 쯤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즉 주군인 최우가 동생 최향에게 연일 밀리는 형국인데다, 그쪽에선 어떻게든 최우를 치기 위해서 암중모색인 가운데.. 주군 최우는 괜찮다며 숨기만 하면 되겠냐고 대책없이 돌아다니는 판국이라, 가신 박송비는 이게 못내 아쉽고 매 순간이 위험했던 거. 그래서 이런 사태에 대해서 묘안이 없을까 하던 차에, 한낱 가병인 김준에게 고견을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묻는 자세가 고압적인 게 아니라, 손수 먼저 무릎을 꿇고 상대방을 도리어 감복케 했으니.. 마치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하는 심정으로 봐야 할까? 어쨌든 이 박송비의 매너좋고 한 수를 내다보는 아우라에 김준마저 감탄해 마지 않는다. 저 같은 무지렁이가 무엇을 알겠나며 처음엔 잡아떼더니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저쪽 최향 쪽에 '누군가를 잡아서 길을 트라'는 마치 방통이나 제갈량스런 언질로 박송비를 놀라게 하는데.. '김준, 이 놈이 난 놈일세 그려.' ㅎ그러면서 김준은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박송비에 무릎을 끓으며, 이날 둘의 선견지명의 고견을 듣는 자리는 그렇게 샘샘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무신 12회에서 꽤 의미심장하게 눈길을 끄는 씬이 아닐 수 없는 장면이었다. 종국엔 최우의 최측근 절대무장으로 활약하며 무신정권을 종결시켰던 김준이라지만.. 그 궁극으로 가기 전, 그 아래 가신에게 먼저 인정받고 나가는 절차로 본다면.. 그 속에서 김준 못지 않은 박송비의 점잖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아우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노 정호빈이 보여주는 '송길유'와는 다르게, 또 김준의 친구가 된 쾌도남 스타일의 '최양백'과도 다르게, 조용한 듯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이는 '박송비' 무장.. 위의 캐릭터 설명처럼 앞으로 그는 김준의 후원자로써 어떤 활약을 보일지 계속 기대해 본다.

역시 무림의 고수는 먼저 접고 들어가 적을 공략하는 법이다. 안 그런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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