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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 쓰지도 달지도 않은 밍밍한 커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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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에서 고종 역 박희순을 사이에 둔 메인 포스터와는 다르게 주진모와 김소연이 나오는 이 포스터는 꽤 매력적이다. 대신 주진모는 말고, 바로 김소연의 상반신 뒷태가 풍기는 고혹적인 분위기와 함께 "그녀의 커피가 조선의 왕을 노린다"는 그 문구 때문이라도 영화는 무언가 치명적인 걸 내포하며 주목을 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죄송스럽게도 그렇게 치명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다만 '가비'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영화 제목으로 채택해 묘한 분위기를 주었지만, 본 뜻은 커피의 영어발음을 따서 부른 고어(古語)란다. 그래서 그런가, 그 고어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풍기며 커피의 진한 맛을 근원적으로 내품고 있다.

하지만 본 커피의 맛은 쓰지도 달지도 않게 밍밍함을 보여주며 잘못 뽑은 자판기 커피 같다는 거. 의도는 다양한 커피 맛을 우려낼려고 했는지 몰라도, 어느 것 하나 맛이 제대로 살지 않는다. 분명 '아관파천'(1896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고종이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이라는 역사성을 띈 근대사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고종암살사건에 투입돼 스파이 첩보질을 한 두 남녀의 픽션을 가미하며 무언가 모던하면서도 아크로바틱한 걸 추구했다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속에서 과한 욕심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잃었으니.. 영화 '가비'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896 고종, 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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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년, 고종(박희순)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따냐(김소연)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된다.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 따냐,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주진모)란 이름으로 스파이가 된 일리치, 그들은 사다코로 인해 은밀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리게 되는데…  ‘가비 작전’이 시작되면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야만 한다!


(고종 곁에서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 따냐.. 김소연 처자가 나름 보여주었다. 고종의 모습도 함께..)

본 영화는 역사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 사극 같은 타입은 아니다. 19세기 말, 고종이 명성황후를 잃고 아관파천한 그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근대화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서양 열강의 구도 속에서 조선은 한마디로 풍전등화.. 그렇다고 그런 역사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건 아니다. 러시아 공사관을 주 세트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 속에서 가비를 내리는 따냐와 그것을 음미하며 시국에 대한 한탄으로 고뇌하며 까칠해진 '희순고종'..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런 고종을 암살할려는 무리들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바로 이야기 속 '따냐와 일리치', 이 둘은 원래 소싯적부터 연인 사이였다. 다 커서도 어디 일지매스럽게 러시아 군용열차를 털어 금괴를 탈취하는 등, 그렇게 살아가다가 붙잡혀 죽을 위기에 처해지고, 이때 불현듯 나타난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가 사주하며 목숨을 담보로 한 고종암살 '가비' 작전에 투입된다.

한마디로 고종이 즐겨 마시는 그 가비에 독을 넣어서 죽이라는 거. 다소 간단한 첩보활동이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가기 위해선 쉽지가 않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로 러시아어에 유창한 따냐가 고종 켵에 붙었지만, 그녀를 통해서 정보를 빼내고 또한 지키기 위해서 이중스파이가 되버린 남자 '일리치'.. 이 둘의 상황이 다소 언밸런스하게 펼쳐진다. 고종이 암암리에 추진중인 무기거래 루트와 공사관 안에 밀실을 찾기 위한 전개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뚝뚝 끊기며 몰입감을 방해한다. 그러면서 커피에 독을 타야할 따냐가 고종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조선을 가슴에 품게 되면서 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고, 따냐를 위해서라면 조국도 자신도 버릴려는 끝장남 일리치는 마지막 한방을 노리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그 가비로 인해 한 남자는 사랑을, 한 남자는 제국의 꿈을 품었던 걸 아니었을까.. ㅎ



고풍스런 커피 '가비', 다양한 장르로 인해 그 본연의 커피 맛은 잃고 말았다.

이렇듯 영화는 꽤 의미심장한 영화처럼 들려오고 그렇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런 깊은 맛은 나질 않는다. 커피가 주는 그 본연의 그 진한 맛은 커녕 위에서 언급하다시피 쓰지도 달지도 않게 밍밍할 뿐이다. 왜 그랬을까? 사실 본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 영화 초반 주진모가 영화 '놈놈놈' 비스무리하게 뒷배경은 CG스럽게 열차를 강탈하는 장면에선 액션활극을 보이고, 김소연과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선 강도가 약한 멜로로, 그러다 고종암살을 위해서 공사관에서 펼친 스파이 첩보활동은 내밀하지 못하다. 그리고 따냐로 분전한 김소연만의 커피교실까지.. ㅎ 이렇듯 다양하게 나름 볼만한 장르로 포팅된 영화가 '가비'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와 닿지가 않는다. 맛보기로 줬다면 모를까.. 과한 욕심이 부른 다양한 장르 포섭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영화의 퀼리티가 떨어져 보인다. 1896년 고종의 '아관파천'이라는 팩트적 배경 속에서 고종 '독살' 음모설에 상상력을 더한 두 캐릭터를 전진 배치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이마저도 매력을 잃어 버렸다. 특히 '주진모'가 연기한 이중스파이의 변화무쌍한 캐릭터는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느낌이다. 다만 커피를 내리는 여신 '따냐'로 분전한 '김소연' 만큼은 볼만하게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이 가져올 그 어떤 파국의 상황적 묘사는 감정이입에 실패했다. 그렇게 애절하지 않다는 거. 그럼에도 고종 역에 박희순은 본 영화에서 꽤 독특하면서 색다른 고종 역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커피향에 외로움을 달랜 위기의 남자 아니, 고뇌하는 고종이라.. ㅎ

그외 이들에게 스파이질을 명령한 '유선'이 분전한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 역은 그냥 기본적 느낌이다. 그녀를 다시 조정하는 일본군 수장 역에 '김응수'옹까지 눈에 띄는 캐릭터도 있다. 여기에 이 영화의 강점이 될만한 건, 러시아 공사관 내의 커피실과 집무실, 일본과 러시아 조선 3국의 문화적 특색을 표현해낸 각종 화려한 복식들이 볼만하다. 바로 이런 비주얼로는 한껏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 인기를 구가했던 영화 '접속'과 '텔미썸딩'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작품치고는 그 스타일을 제대로 못 살렸다. '아관파천'의 역사적 팩트와 최초의 커피를 즐겨마셨다는 마지막 왕 '고종'의 역사적 인물의 배치는 그나마 좋은 편. 그렇지만 픽션으로 가미된 두 스파이 남녀가 펼친 미스터리 드라마는 인물간의 갈등과 멜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전개 또한 매끄럽지 않아 그 커피의 진한 향은 고사하고 밍밍한 맛으로 금방 식어버렸다. 결국 아름답고 치명적인 독이 될 '가비'는 그렇게 맛을 잃버리고 만 것이다. 강호만의 평은 아닐지다.

그래도, 김소연 처자가 타주는 커피라면 감사하게 마시곤 싶다. "가비, 한 잔 하실라에.."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2081&mid=1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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