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장의 엔딩 장면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의 성격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마치 익숙하게 옆동네 K본부의 이태곤이 '버럭 광개토대왕'으로 매회를 그렇게 종식시키며 왕의 포스를 보였다면, 여기 '무신'에서 김주혁도 포효하듯 외친다. 어제(18일) 3회에서도 그랬고.. 하지만 여기서 김주혁의 포효는 생의 끝자락에서 살고자 버티는 그런 울부짖음이다.-(저런 모습은 마치 그의 아버지 김무생과 많이 닮았다.)-절간에서 의남매처럼 지낸 월아와 생이별을 한 그 현장에서 어떻게든 다시 만나려 노력하는 남자 '김준'.. 이 남자의 상황이 현재 이렇다. 하지만 역사가 기록하는 김준은 고려 무신정권의 끝자락에서 정권을 잡아 종결시킨 권신이었고, 최충헌과 그의 아들 최우의 그늘에 가려진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현재 '무신' 사극의 주요 플롯이다.
역사적 토대하에 최씨 일가의 노비였던 김윤성의 아들로 출발한 김준, 본 '무신'을 통해서 최우의 충복으로 가신으로써 나아가며 정권을 잡는 과정이 그려지게 되는 거. 우선은 드라마가 극 초반인지라 그가 몸을 담았던 '무상'이라는 승려 신분이 승군들 반란사건 진압 과정에서 노예로 전락하며 이른바 한국판 '스파르타쿠스'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그런 '미드'처럼 잔혹과 선정성에서는 밀리지만 공중파 수준에선 다소 수위가 높은 편이다. 발바닥 숯불구이 같은 고문은 물론 계속되는 채찍의 매질과 노역장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는 등 한마디로 개고생이 펼쳐져 그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다. 지금껏 우리 사극에서 못 보여준 장면들인데.. 기껏해야 고문신 정도였다면, '무신'에서는 이른바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선정성 논란.. 난장 역 고수희의 가혹한 한딱가리와 몸소 보여준 월아 역 홍아름.. )
그러면서 난장(고수희)이 대장으로 있는 그 도방의 부엌에서도 가열한 '음식노역'이 벌어지고 있다. 월아가 난장으로부터 계속 구타를 당하는 건 물론 옷까지 벗는 수모를 겪으며 그녀는 매일밤 울음바다다. 개인적으로 처음 본 연기자인데, 마치 김현주와 김아중을 합쳐 놓은 듯한 인상에 신인치고는 연기가 꽤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홍아름'이 가여울 정도다. 그것은 상대역 고수희가 제대로 아우라를 뿜으며,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준 그 마녀 역이 오버랩 될 정도로, 독하게 여자 노비들을 다루고 있어 더욱 그렇다. 선한 여자라고 볼 수 없는 그런 페이스에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깔끄장한 육성과 몸짓, 정말 잘못했다가는 뼈도 못추릴 판이다. 바로 위 그림들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 주 일요일 2회의 한장면들이다. "젖무덤가리개도 모두 벗어.. 이년들아.." ㄷㄷ
아무튼 월아의 생고생은 김준 못지않게 계속 펼쳐질 것이다. 만씨 두 형제도 노리고 있는 등.. ;;
이렇듯 무신의 주인공인 김준과 월아의 생고생이 앞으로 계속 펼쳐지며 주목을 끌고 있다. 그리고 어제 3회(18일)에서도 그랬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노역장에서 끌날 인생이 아니였기에 격구장에 나아가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 경기에서 이기면 노예에서 벗어나 군관으로 나설 길이 열리는 것으로 최우의 가신 중 한사람인 송길유의 추천이 있었던 거. 그렇다면 격구는 무엇? 이른바 공놀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당시의 마상격구는 그 수준이 높았고, 무예 등을 잘 겸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하지만 김준은 승려였기에 살생을 할 수 없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무신정권 야만의 시대에 살고자 끝까지 버틴 '김준', 그의 생존은 지금부터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김준 입장에선 그게 또 아닌기라.. 어차피 다시 절로 못 들어가고, 이곳에서 살아남아서 월아를 만날려면, '싸워야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존재적 가치에 눈을 떠 길을 돌아서 그는 최양백을 향해 외친다. "이보시오 소군장, 격구에 나가겠소이다, 격구에 출전하겠소" 그렇다. 그의 이런 외마디 외침은 격구를 통해서 살고자 '신의 한 수'를 둔 것이다. 강제 노역으로 생을 마감하느니, 어떻게든 살려면 무언가 끈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는 과감히 도전하기에 이른다. 역시 주인공답다. 그러면서 최충헌의 두 아들 최우와 최향이 아비에 뒤를 이어서 권력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중에, 최우의 장인 정숙첨이 숙청대상으로 임팩트하게 쫓겨나는 것도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역시 권력이란 무서운 거.
아무튼 이런 격구대회를 통해서 두 최씨가 세를 과시하는 그 현장에 한낱 노예놈 '김준'이 나서게 됐다. 정말 드라마틱한 설정이 아닐 수 없는데.. 그래서 나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마치 미드 '스파르타쿠스'에서 매회 검투사들의 핏빛 살육전의 격전을 보여주듯, '무신'에서도 리얼 격구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아무튼 지금 김준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모든 설정 등이 꽤 마초적 분위기로 치닫으며 그를 그려내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봉건 전제군주시대 그것도 왕은 허수아비에 무인들이 득세하며 정권을 잡던 그 야만의 시대에.. 아직은 단순히 살고자 버틴 이 남자의 선택이 그래서 더욱 끌리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김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내용에 대해서 차치하더라도, 현재 무신에서 보여주는 김준의 모습은 간만에 남성적 사극물의 전형적인 그 어떤 플롯의 울림과 직관적 행사로 불끈하게 만드는 근원적 매력까지 담고 있다. 물론 앞으로 노예에서 무신정권을 종식시키는 과정의 그림이 어디 쉽게냐만은..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며 살고자 했던 이 남자의 생존 본능과 야만이 생생히 살아서 꿈틀대고 있음을 본다. 오래만에 훈남 스타일의 김주혁에서 마초적인 '고무남'(고려무신남아)을 만난 기분이랄까.. 바로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김준'.. 그의 활약을 계속 기대해 본다. ~
[#ALLBLET|1163#]
tag : 주말드라마, 무신, 무신정권, 사극드라마, 김주혁, 최충헌, 최우, 정보석, 김준, 고수희, 홍아름, 야만의시대, 생존본능, 격구대회, 고려시대, 한국판스타르타쿠스, 무신3회, 계속기대중, 고무남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