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여기 메인의 스틸컷 한장만 보더라도 포효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게, 마초적이면서 잔혹과 선정성을 넘나드는 미드 '스파르타쿠스'와 외견상 비슷해 보인다. 물론 느낌은 다르지만서도.. 바로 기원 전 70여년 경 로마 제정시대에 노예의 반란을 일으킨 역사 속 인물 '스파르타쿠스'를 오마주 하듯이, 본 드라마 '무신'은 우리 역사 속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고 외쳤던 고려 노비의 궁극 '만적'과 함께, 그 시대 중반 무신정권 하에 최씨 일가 중 최우의 사노였던 '김준'(본명 김인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물론 공중파 드라마인지라 '스파르타쿠스'처럼 잔혹과 선정성으로 도배를 하기는 힘들고 물론 궤적도 다르지만, 어쨌든 그런 비주얼 보다는 노예에서 최고의 권력까지 올라가 최의를 죽이고 최씨 무신정권 시대를 끝내게 한 공신?의 이야기로써, 나름 역사성을 갖추고 있다.
물론 퓨전이 들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하겠지만, 그래도 고려시대 무신정권을 기본 배경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 가열했던 대몽항쟁사도 언급할 것 같은데, 우선 본 사극은 그 예전의 나름 인기를 끌었던 정통사극 '무인시대'를 보듯, 그 시대의 말을 다루고 있다. 바로 1170년부터 시작된 무신정권의 역사적 인물 계보, '이고-이의방-정중부-경대승-이의민-최충헌-최우(최이)-최항-최의-김준-임연' 순으로 이어진 1270년까지 실제 백년 가까이 왕은 제쳐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치렀던 임팩트한 이야기.. 바로 '무신'은 그 이야기의 궁극을 달렸던 끝자락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극은 오리지널 정통은 아니다. 작금의 사극들이 그러하듯 퓨전으로 혼합돼, 역사성을 기본 전제로 깔며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무신은 정통과 퓨전의 조합 속에서 다소 정통스럽게 나가는 스타일로 가볍지가 않아 보인다. 서두부터 극 배경 설명을 진중하게 하는 것을 보면은..
그렇다면 본 드라마의 출연진은 어떤 포진일까? 우선 나오는 배우들 면면이 가히 좋다. 당장 무신정권의 중심을 보여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최충헌'.. 오랜만에 '서울뚝배기'의 '주현'옹이 그 역할의 무게감을 잡으며 그 시대 말의 절대 권력자로 나서고 있다. 위의 캐릭터 설명 중 '사직을 바로 잡으려 노력했다는' 조금은 오버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과거 '무인시대'에서 최충현 역에 '김갑수'가 보여준 모습과는 다소 색달라 보인다. 권력욕이 대단했던 인물이었는데.. 아무튼 최충헌이 마치 상왕처럼 군림하며 고려23대 군주 '고종'을 쥐락펴락하던 집권시절, 그의 두 아들 바로 장남 '최우' 역에 정보석과 둘째 '최향' 역에 정성모가 포진돼, 역시 아우라를 뿜고 있다. 워낙 연기파 배우들인지라 이들의 형제간 권력타툼도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주요 인물 관계도 : http://www.imbc.com/broad/tv/drama/moosin/cast/)
(최충헌 못지 않은 무신 정권의 절대 권력자 '최우' 역의 정보석.. 박상민이 분전한 '최양백' 무장..)
그러면서 1219년 최충헌 사후 '최우'의 권세는 엄청 났기에 그것 또한 기대되는 대목이다. 자기 집에 설치한 정치기구 '정방'을 통해서 모든 정치는 물론 문무백관의 인사 업무까지 본 무신정권 궁극의 절대 권력자 '최우'.. 바로 '정보석'이 제대로 보여줄 판이다. 그러면서 그의 노비 출신인 김준(김인준), 그는 이 드라마에서 '무상'이라는 승려로 나오는데 승군들 반란 사건의 여파로 한순간에 노예로 전락, 이후 죽을 뻔하다가 최우의 고명딸 '송이'(김규리)의 눈에 띄어서 기사회생한 인물로 나온다. 현재 노예로 전락하기 직전인데.. 실제 역사 속에 김준, 즉 김인준은 본랜 최충헌의 노비 김윤성의 아들로, 몸집이 크고 활을 잘 쏘았던 쾌남아로 최우의 충실한 심복이었다는 거. 바로 이 팩트를 가지고 바로 정보석과 김주혁의 라인 형성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남성적 사극물 '무신', 무신정권의 궁극을 달리는 '김준' 일대기,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인물 구도 속에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최양백'.. 실제 역사 속 인물은 아닌 것 같고, 설정상 천민이지만 타고난 머리와 능력으로 갖은 고초를 이겨내고 무장의 자리에 오른 캐릭터, 앞으로 김준과 대립관계의 라이벌로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로 기대가 되는 그림인데.. 이와 함께 최향 역에 정성모는 물론 윤영철과 이주현 등, 라인업도 좋은 편이다. 이와 함께 여자 주인공? '월아' 역에 '홍아름'이라는 신예가 나오는데, 나름 참신해 보인다. 2회 예고편에서 노예로 전락하면서 상의탈의를 하던데.. 앞으로 주인공 무상 아니, 김준과 남매스런 연인으로 아마도 송이와 삼각관계를 이룰 듯 싶다.
아무튼 '무신'(武神)이 주말 밤 사극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듯이 포문을 무게감 있게 펼쳤다. 이것이 월화에 '빛과 그림자', 수목에 '해를 품은 달'를 이은 연장선에서 인기 가도를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궁중로맨스 '해품달'과는 다른 남성적인 포맷으로 초반부터 주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승군들 반란 사건으로 승려들의 강력한 탄압 등, 무신정권이 판을 치며 궁극으로 치닫는 고려시대 중반의 그때, 정점의 최충헌 일가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의 장남 '최우'라는 절대 권력자를 중심으로, 정통과 퓨전을 오가는 역사적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물론 '운명의 사슬을 끊고, 노예에서 최고 권력으로!'라는 부제처럼 드라마틱한 설정과 전개가 주를 이루겠지만, 이 또한 끌리는 구석이 보인다.
어쨌든 노예 출신의 한 남자 '김준'의 일대기를 대서사시(?)로 그려내고 있는 점에서 볼만한 요소는 있다. 물론 그것이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비스무리하게 '노예사극'으로 초반부터 풀어내고 있지만.. 그것과 궤적은 다르게 잔혹과 선정성 보다는, 힘있는 이야기로써 시대상을 반영한 정치와 살고자 하는 액션 사극으로써 보여주기에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것은 과거 아우라를 보였던 정통사극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 무게감 있는 사극을 집필한 '이환경'식의 21세기판 사극이 될 수도 있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지만.. 그래도 1회를 보고 나선 소회감은 앞으로 노예로 고생길이 열린 '김주혁'의 '스파르타쿠스' 같은 설정과 이야기는 '무인시대' 속 마치 '신돈'을 퓨전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꽤 야망적인 사극 드라마 '무신'이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이 남자 무상, 아니 '김준'의 활약상을 주목해 보자.
개인적으론 역시 여성 취향의 '해품달' 보다는 마초삘의 '무신'이 더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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