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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한국형 갱스터 무비의 색다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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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개봉 전부터 나름 화제가 된 조폭영화가 있으니 바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알다시피, 전작 '악마를 보았다'와 '추격자'를 통해서 국민살인마로 낙인이(?) 찍힌 두 배우 '최민식-하정우' 조합만으도 이 영화는 벌써부터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다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니 위의 대표 포스터만 봐도, 한 시대를 풍미하듯 가오를 잔뜩 잡은 수컷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한마디로 아주 마초적인 영화라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그렇게 마초적이지 않음을 보게 된다. 작금의 세련된 시대가 아닌 80년대 배경을 통해서 좀더 날것 그대로 진한 수컷 냄새를 풍기며, 갱스터 무비로 내달리지만 영화는 그런 마초이즘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 '최익현'.. 구한말 그 의병장과 이름만 같은 그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드보이' 최민식이 맡았기에 더욱 기대되었던 주인공 인물, 80년대 부산에서 세관 공무원으로 나름 착실하게 살았던 그..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인물일 수 있는데.. 그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점차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비열한 인물로 변질되면서 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그려낸다. 그렇다. 90년인가, 노태우 정권시절 사회악을 처단코자 각종 폭력 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그 시절로 돌아가.. 이들 인물 군상들의 활약상?을 담아내며 80년대 조직폭력배의 이권 다툼 속 의리와 배신, 또한 그 과정에서 중재하며 승승장구한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한 시대상을 생생히 담아낸 일종의 보고서적 성격을 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어떠했는지,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시작된다!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보스 최형배를 만나다!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의 한판 승부. 범죄와의 전쟁..

1982년 부산.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 마지막으로 한 탕 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익현은 탁월한 임기응변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주먹 넘버원 형배와 로비의 신 익현은 함께 힘을 합쳐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하고, 두 남자 앞에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조직의 의리는 금이 가고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 사이의 배신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한판 승부, 최후에 웃는 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비리 세관 공무원 출신 '최익현'.. 그가 부산에서 거물급 조폭을 관리하는 '대부'로 성장하게 되는데..)

영화의 시작점은 과거 깡패들을 잡아들이는 그림으로 포문을 연다. 60년대와 80년대 삼청교육대까지.. 그리고 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그 시점에 부산에서 거물급 조폭 두목 '최익현'이 부산지검에 전격 구속된다. 바로 이야기 속 현재의 그림.. 하지만 구속된 최익현은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쓰며 조범석 검사에게 말한다. "검사님, 어디 제가 깡패로 보이십니까? 전 공무원 출신입니더.." 그렇다. 이 영화는 바로 최익현, 깡패 두목인 그가 공무원이라는 걸 강조하며 '이권깡패'로써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관 공무원으로 나름 착실하게 살아온 그를 조망하며 과거 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관직으로 나름 먹고 살만할텐데.. 그는 가장으로써 더 벌고자 좀 더 폼나게 살아보고자 공무 중에 뒷돈 챙기기와 밀수품 받기 등 비리 세관원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관내에 사건이 터져 그는 독박을 쓰고 옷을 벗게 되는데.. 그 직전에 동료를 통해서 알게 된 부산의 주먹 넘버원 젊은 조직보스 최형배(하정우)를 만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형배와 함께 야망을 꿈꾸며 부산을 접수하는 작업에 착수하는데.. 그런데 족보 따지기를 좋아하는 익현이 알고 보니, 형배가 자신보다 항렬이 낮은 경주 최씨인기라.. 이때부터 익현은 형배로부터 '대부님'으로 불리게 된다. 운이 트여도 단단이 텄다. ㅎ 그렇다고 형배 뒤에 숨어서 가오만 잡는 익현이 아니다. 저 그림처럼 아주 폼나게 허세는 물론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등, 자신이 아는 인맥 등을 동원해 밤업소 사업 등을 확장해 나간다.



하지만 이런 조직들 세계에는 분명 반대파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만의 알력과 신경전 그리고 쇠파이프와 야구 방망이가 난무하는 패싸움이 다반사로 펼쳐진다. 부산 넘버원 최형배 그늘에 가려진 넘버투 김판호(조진웅).. 그가 바로 형배를 누르고자 무리하게 치다가 도리어 맥주병에 대갈통이 깨지는 굴욕을 맞보는 등, 이들 세력간의 다툼이 나름 진지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중간에 낀 '로비의 신'을 자처하며 형배를 돕고 승승장구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최익현에게 있어.. 김판호의 존재는 깔끄장 하면서도 때론 동업자가 될 수 있는 코드.. 여기에 둘이 손을 잡는 듯한 모양새가 나오면서 영화는 절정을 맞는다.

의리 빼면 시체라는 그들 세계에서 이런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거. 바로 익현은 형배에게 위협을 받고 그의 부하들에게 헐벗은 채 땅 속에 묻히는 등 굴욕을 맛본다. 이미 이들 사이게 금이 가 버린 것인데.. 이런 와중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계기로 조폭들 검거령이 떨어지면서 전국 각지에 깡패들이 잡히고, 그 와중에 익현은 마지막 '신의 한 수'를 두면서 그만의 살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과연 부산의 넘버원 최형배와 넘버투 김판호는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정작 조폭도 아니면서 '대부'라는 호칭까지 받은 최익현은 어떻게 금수만년 행복하게? 살았을까.. 조 검사왈, 조폭도 민간인도 아닌 '반달' 그의 행보와 최후는 어찌보면 그 시절의 씁쓸한 자화상일지 모르겠다.


('범죄와의 전쟁' 속 캐릭터가 확실한 이들.. 특히 조진웅과 김성균의 조연은 매력적..)

이렇게 영화는 범죄 드라마 양상을 띄며 내달리는 전형적인 조폭영화다. 하지만 그 전형성이 기존의 것과 색다른 맛을 풍긴다. 그것은 단지 80년대 시대상이 생생하게 들어가 있다 해서 나오는 그런 시퀀스가 아니라.. 바로 극 중의 두 주인공 '최익현' '최형배', 둘의 조합에서 나온 그 어떤 시너지다. 한쪽은 오리지널 주먹 넘버원 조직 보스를 제대로 보여주었고, 한쪽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권 개입과 청탁 등 '로비의 신'으로 활약하며, 이 둘은 파트너로써 때로는 적으로써 맞닿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린다. 물론 극의 중심은 최익현 역할을 하고 있는 '최민식'이 그만의 허세와 비열함을 동시에 오가며 제대로 보여주었고, '하정우' 또한 '추격자'나 '황해'의 그런 이미지와는 색다른 조폭 두목 연기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병맥주와 마이크로 대갈통 후려치기가 주특기.. ;;

기존 조폭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한국형 갱스터 무비의 도약, 역시 '최민식'이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것은 이 영화의 힘이기도 한데.. 워낙 거친 수컷들만 나오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넘버원 최형배와 세력 싸움을 하는 넘버투 김판호 역할의 '조진웅'.. '뿌나'의 그 '무휼'이 이렇게 변모하며, 정말 이런 역을 조진웅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거 영화 '친구'에서 나온 '장동건'을 오마주 하듯이 그만의 조폭 색깔을 찰지게 보여주었다. 이런 그와 함께 최형배 바로 밑의 행동대장으로 나온 '박창우' 역의 '김성균'이라는 배우.. 이 영화에서 기존의 배우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배우 정말 대단했다. 80년대 헤어스타일과 옷맵시하며 얼굴이 얼핏 개그맨 '김진수'랑 닮아 보이는 그..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고 임팩트했던 조연임에 틀림없다. 이외에 낯설지 않은 불끈남 스타일의 '마동석'이 최민식 매제로 나와 무도인답게 가오만 잡으며 그를 도왔고, 최민식을 개패듯 패며 수사를 한 조범석 검사 역도 눈길을 끌었다. '황해'에서 하정우에게 계단에서 칼침 맞던 그 분.. ㅎ

아무튼 영화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만큼 꽤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앞서서 애기했듯이 그렇게 마초이즘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그 이전에.. 어찌보면 각종 청탁과 이권이 난립하던 그 시절의 세관 비리 공무원에서 조폭의 대부로까지 불리며 살았던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돈과 권력이 공생하는 현장을 그려내며 그 어떤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그 속에서 다양한 군상을 통해서 의리와 배신이 교차하는 정글 속의 인물들을 생생히 담아냈다. 그것은 바로 '최익현'을 통해서 투영시키고, 복고와 향수를 자극하는 80년대를 배경으로 조폭들의 세계를 생생히 그려내며 영화적 퀼리티도 나름 좋은 편.

하지만 이것은 그 시절 '이권'이 어떻게 개입하고 난무했는지 보여주는 과정 속에서 한국형 갱스터 무비로 천착하며, 그들 세계가 어떻게 뭉치고 와해되는 과정까지 그린 일종의 보고서라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열한 시대의 보고서라 하더라도, 어쨌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그 시절의 한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나름 성공한 듯 보인다. 바로 이런 연출을 한 79년생의 젊은 감독 '윤종빈'의 색다른 역량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흔하면서도 세련된 갱스터 무비가 아닌, '최익현'이라는 이 남자가 살아가는 법 아니, 그 가열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색다른 보고서.. 결국 이런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영화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최민식'은 '올드보이' 이후 '악마를 보았다'의 이미지를 타파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당당히 이 영화를 올려놓아도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재밌게 잘 봤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2540&mid=16943



ps : 온리 수컷들만 나오다 보니, 여자 배우가 안 보이는데, 유일한 홍일점으로 업소 여사장 역에 '김혜은'이 나름 섹시하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과거 8년간 마봉춘에서 기상 캐스터하던 그 언니.. 이 영화에서 최민식과 베드씬이 있을 거라는 후문이 있었는데.. 영화에선 옷만 걸치고 드러누워 토킹 어바웃만 하더라는.. 물론 그 전에 잡아먹을 듯 싸우는 씬도 인상적이었고.. 아무튼 여자 사람 구경하기 힘든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미혼남들은 여친 보다는 동성 친구랑 보고 술 한잔 빠는 게 더 좋을 듯 싶다. 영화에선 일체 베드씬도 없고, 개XX 등 욕설 난무에 술과 담배씬이 참 많다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노래, 장기하의 OST '풍문으로 들었소'는 초반에 딱 한 번 나오더라는.. 최익현이 형배랑 손을 잡은 그 시점에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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