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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전쟁 스케일에 묻혀버린 이야기적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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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편의 전쟁 영화가 지금 화제의 중심에서 호불호는 물론 거의 뭇매를 맞다시피하며 주목을 단박에 끌고 있다. 개봉 전은 물론 개봉 이후로도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마이웨이'.. 도대체 어떻길래 영화에 대한 이른바 잡설이 많은 것일까?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강호도 그 대열에? 합류코자 해를 넘기고서야 봤다. 그런데 개봉한지 꽉 찬 2주가 지나가면서 영화는 거의 끝물 타임이라 느껴질 정도로, 이제는 지쳐보이기까지 하다. 최소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할텐데.. 2월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 심히 우려와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과거 90년대 '은행나무 침대', '쉬리'로 단박에 주목을 받고,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며 천만 관객의 흥행 신화로 인기 반열에 올랐던 감독 '강제규',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근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장동건', 일본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오다기리 조', 그리고 대륙의 여신 '판빙빙'과 전쟁의 파고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주요 전쟁을 스크린으로 스펙타클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서 살고자 사투를 벌였던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게 영화 '마이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종국엔 휴머니즘을 말하고자 함일까? 아니면 직관적인 전쟁물로 천착하려 했던 것일까.. 보통 전쟁물이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이데올로기 등, 그 불편하고 불온한 심정을 대변하듯,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고집스럽게도 스스로 옥죄고 말았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건 목숨이 아닌 희망이었다.

1938년 경성. 제 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선수 타츠오(오다기리 조).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강한 경쟁의식을 가진 두 청년은 각각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기의 라이벌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준식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고 그로부터 1년 후,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던져진 두 청년은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겪으며 점차 서로의 희망이 되어가는데… 적으로 만나 서로의 희망이 된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 국적을 초월한 인간애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일본 황군으로 징집된 준식과 조선 청년들.. 조선인 대표로 항상 버팅기는 준식은 고생을 자처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분명 이것은 전쟁물을 알 수가 있는데.. 영화의 시작은 묘한 이질감을 부여한다. 근 20여 분 동안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무작정 뛴다. 마치 '말아톤'에 나온 조승우처럼 장동건이 분한 '준식'은 그렇게 달리기에 목숨 건 행보를 걷는다. 심지어 그 전쟁의 파고 속에서도.. 그러면서 이런 준식에게 라이벌로써 대일본제국이 자랑하는 깔쌈한 청년 '타츠오'가 대항마로 떠오르며 이들은 대결 구도를 갖는다. 당시 일장기를 단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이들을 그런 이야기 속에 집어 넣고 있는 것이다. 즉 달리기에 목숨 건 두 청년의 인연으로 시작해 전쟁의 파고 속에서 이들의 질긴 악연.. 그리고 종국엔 이들의 화해와 휴머니즘으로 내달리기한 위한 전초전을 초반에 깔아 놓는 방식이다.

당시 올림픽 출전 선발을 위한 경기에서 준식은 보란듯이 우승한다. 일본의 타츠오를 이긴 조선 청년의 자랑이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판에 진로를 방해했다는 처사로 그는 실격처리 되고, 이에 격분한 조선인 참관자와 사람들이 마라톤 행사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리고 일본 법정에서 준식 이하 그의 친구들, 조선의 수많은 청년들이 일본 천황폐하의 군대로 강제 징집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다. 마라톤 경기를 그대로만 승복했다면.. 어쨌든 준식은 그 사건으로 전쟁의 한복판으로 발을 담그며, 이른바 '개고생'이 시작된다. 모 노래 가사처럼 '서울 대산 부산 찍고..'처럼 일본군 찍고 소련군 찍고 마지막엔 독일군까지.. 그는 전무후무한 다국적 군인으로 탄생한다. 마치 전쟁테마관을 체험하듯이..

그런데 일본군 황군 소속때부터 일은 꼬였다. 달리기 라이벌이었던 타츠오가 그 부대에 대좌로 임관돼 오면서 그는 모진 고초를 겪는다. 조센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한 얼차례는 기본이요, 군영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힘든 나날이 펼쳐진다. 그래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준식은 매일 거르지 않고 연병장을 뛴다. 급기야 소련군과 대전투를 앞둔 시점에서 준식 이하 종대(김인권)등, 조선인 청년 위주로 자살특공대로 차출돼 죽음이 임박해 오자, 이들은 밤에 탈출을 감행한다. 잘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소련군이 아침 나절에 탱크를 몰고 기습을 감행하는 것을 보고 일본군으로 다시 돌아가는 준식.. 그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겠다는 것인데, 정말 대책없는 놈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친구들과 이쁜 판빙빙을 데리고 강을 건너가면 될 것을.. 영화는 이런 준식의 행동으로 그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


(준식의 친구 종대.. 산초에서 기회주의자로 변모된 그의 모습.. 김인권이 제대로 해냈다.)

일본 황군이 아무리 잘 나간다해도, 총칼로써 어찌 소련제 가열한 탱크 부대를 이기겠는가.. 그냥 장렬히 전사하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좌 타츠오는 일본군의 위세를 과시해 끝까지 독려하며 버티지만 황군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포로가 된 타츠와 준식은 대륙간 횡단열차 같은 걸 타고, 소련의 어느 깊숙한 포로 수용소로 입성한다. 이때부터는 이젠 엄청난 추위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이곳에 작업반장으로 종대가 와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 놈은 그때 나룻배를 타고 도망갔는데, 어찌 이곳에 잡혀 온 것일까? 이름은 종대에서 '안똔'으로 바뀌었다. 위대한 소비에트 연방을 외치면서..

어쨌든 종대를 만난 준식은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타츠오 이하 일본군과 섞여 지내면서 일은 계속 터지고, 그 와중에 종대 아니 안똔 이 나서서 중재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춘복(김희원)까지 죽게 만드는 등, 이미 과거의 산초 같은 종대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오로지 살고자 기회주의자로 전락한 '안똔'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준식의 일관되고 평면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인상깊었던 종대로 분한 김인권의 다면적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그 포로수용소 씬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그런 벌목장 수용소 생활에서 닥친 독일군과의 전투를 알리는 소식.. 이번에도 준식과 타츠오는 물론 전쟁에 참가해 총알받이가 되는 수용소 군인들.. 처참한 사투의 그 현장에서 종대마저 죽으며, 이젠 조선인 군인은 오로지 준식에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생명력이 길다. 그 독일군의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의 현장에서도 끈덕지게 살아남는다. 타츠오도 함께.. 그리고 이들은 이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눈 깊은 산맥을 넘고 생사를 함께 하는 동지로써 발현된다. 준식은 의식을 잃은 타츠오를 둘쳐메고 어떻게든 살리려 했지만, 약을 구하러 간 사이 타츠오와 영영 헤어지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일본군에서는 상사와 부하 관계인 앙숙으로, 소련군에서는 같은 포로 신세로 전락하며 무언가 끈을 발견했던 그들.. 그리고 마지막 독일군 코스프레로 이들은 마지막 전쟁의 파고 속에서 방점을 찍기 전, 노르망디 해변가에서 우연히 만난다. 참, 극적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러면서 해변가에서 붉은 노을을 보며 영화적 대사를 날려주는 준식과 타츠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제2차 세계대전의 알짜배기?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 일컫는 그 전투 속에서 살아남았을까..
아니면 이번엔 연합군으로 들어가 또 고생을 자처했을까.. 다 떠나서, 누가 죽고 누가 살았을까?


(영화 '마이웨이'의 모티브가 된 한장의 사진.. 독일 군복을 입은 채 연합군에 포로가 된 동양인 병사..)

이렇게 영화적 줄거리를 나름 길게 써봤는데.. 물론 마지막 스포일러는 남겨 두었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이른바 '달리기에 매료된 두 청년의 다국적 전쟁체험 수기?'라 볼 수 있다. 영화적 홍보는 '적으로 만난 서로에게 희망이 된 두 남자의 이야기'라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바로 그 이야기에 있다는 게 문제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파고를 겪은 두 청년의 이야기가 그렇게 와 닿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마이웨이'에서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한 게, 보통 전쟁물은 처참한 전투씬을 벌이면서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살고자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광기를 보이는 등, 내면 변화가 중심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 영화 '마이웨이'는 그런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이웨이', 직관적인 전쟁물의 스케일에 묻혀버린 빈곤한 이야기적 서사.. 

이미 전작의 같은 전쟁물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은 눈알을 허옇게 까 뒤집으며, 그 역을 충실히 해내 천만 이상의 관객을 매료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 '마이웨이'에서 보여주는 준식의 캐릭터는 꽤 평면적이다. 오로지 달리기를 좋아하는 청년이 삼국의 군복을 입는 과정에서 어떤 심경의 변화라든지, 또 적으로써 동지로써 대하는 타츠오와의 대립구도나 갈등 묘사가 전무할 정도로 빈약하다. 그런 점에서 장동건이 고생하며 연기했던 준식의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부족할 정도로 거의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타츠오 역에 '오다리기 조'나 종대 역의 '김인권'의 연기는 나름 볼만했던 게, 이들은 그 전쟁의 과정에서 자신의 입지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표출하는데 신경을 쓴 편이다. 특히 종대 역의 김인권은 말 그대로 산초에서 기회주의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장렬히 산화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야기적으로 많이 허술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각국을 돌며 전쟁과 군복 코스프레 하는 게, 개연성은 고사하고 마치 미션을 부여하듯 전쟁씬을 다루었다. 물론 그 전쟁씬은 스펙타클하게 볼만한 비주얼로 포팅돼 시선을 끌었지만 그것은 스케일과 사이즈의 문제일 뿐, 그것이 영화의 전부라곤 할 수는 없다. 그 전쟁씬을 받쳐줄 이야기의 내적인 필연성이 결여가 된다면, 그것은 한낱 비주얼에 지나지 않는 전쟁물일 뿐이다. 그래서 '마이웨이'는 이야기적으로 빈곤한 서사로 내달리며, 전쟁의 비주얼은 좋았으나 감동은 고사하고 강제규 감독이 말하고자 한 그 어떤 휴머니즘에 안착하는데도 마치 강요를 하듯,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걷고 말았다.

분명 한국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도 있을 법한 영화였기에 기대가 많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300억 가까이 쏟아부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전쟁 액션을 관통하는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 그 의욕과 야심은 향기없이 지고 말았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된 이 실화 같은 '마이웨이' 이야기는 그렇게 스케일에 묻히고 만 것이다. 그런 비주얼과 스토리를 놓고서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이런 장대한 전쟁 서사는 그 어떤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자신만의 스타일을 견지하며 내달린 한 남자의 뚝심으로 발현된 것 같아 아쉬움이 짙게 베인다. 그것은 영화를 찍으며 고생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터. 전쟁물은 이래서 잘 해야 본전, 못하면 뭇매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닐까.. 결국 '마이웨이', 이 제목은 웬지 강제규 감독에게 어울릴 듯 싶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1628&mid=16567


그나저나, 강호가 싸랑하는 대륙여신 '판빙빙' 처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진기여.. 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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