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죄 없습니다”
조국에게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공유).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는 것뿐이다. 놈의 행적을 쫓으며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던 동철은 유일하게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박회장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죽기 전 박회장이 남긴 물건을 받아 든 동철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모두에게 쫓기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이 타겟을 쫓는 사냥개 ‘민대령’(박희순)까지 투입, 빈틈 없이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 놓이게 된 동철. 하지만 자신만의 타겟을 향한 추격을 멈추지 않는데...
“놈을 잡기 전까지, 전 잡힐 수 없습니다”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서 홀로 살아가는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은 목표가 하나 있다. 북에 남겨둔 아내와 딸을 죽은 자를 찾아서 복수를 하는 것. 리광조라는 놈의 행적을 쫓기 위해서 밤에 대리운전을 하며 가깝게 지내던 박회장 부름을 받고 가던 날. 무언가 지시를 받고 나오다가 회장이 눈 앞에서 죽고, 그는 살인용의자가 된다. 바로 수배령이 떨어져 용의자로 지목되자 국정원부터 경찰, 간첩 잡는 사냥개 방첩요원 민대령까지 투입되면서 지동철은 도망자 신세로 숨가쁜 추격을 받는다. 여기에 좌천돼 진실을 파헤치려는 여PD까지 가세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동철에겐 복수의 대상인 리광조만 죽이면 해결되는 일이었으나, 일은 꼬여만 가고 박회장을 죽인 거대한 음모 앞에서 사지로 몰린다. 살인 누명도 벗어야하고, 중국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딸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살아야 한다. 지동철의 쫓기고 쫓는 액션은 그렇게 펼쳐진 것이다. (아래는 스포일러 포함)
1. 액션으로 중무장한 한국판 본 시리즈 : 개봉 전부터 화제에 오른 '용의자'는 오롯이 '액션'을 지향하는 영화다.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액션으로 중무장하며 일찍이 주목을 받아온 터. 더군다나 할리우드 리얼첩보액션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맷 데이먼 주연의 '본'시리즈 한국판이라 불리며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특히 3편 '본 엘티메이텀'과 흡사하다. 기관총 난사를 피하며 지붕을 달리고, 건물에서 뛰어 유리창을 통해 킬러를 덮치고, 물 속에서 총탄을 피하고, 인파 많은 곳에서 추격을 따돌리는 등, 쉼없는 액션은 스크린을 수놓는다. 그만큼 용의자 속 액션 체급은 거의 다 리얼이며 무게감 있게 둔탁하면서도 생생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도심과 골목을 가로지르는 카체이싱과 살인무기와 같은 북한의 주체격술, 미션임파서블의 톰크루즈를 오마주한 듯한 암벽 등반, 공수부대 짬마스타 스카이다이빙 등 다양한 액션들이 과감하면서 화려하고 박진감 있게 재현됐다. 이런 쾌감 넘치는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 한국 액션영화의 이정표를 세울만하다. 원톱 원빈의 '아저씨'가 범죄사회극 모양새에 한 사람의 몸동작 액션에 치중했다면, '용의자'는 대규모적인 액션 스케일을 자랑하며 주목을 끈 것이다.
2. 훈남 '공유'의 액션가이 변모는 성공적 : 주인공 지동철 역을 맡은 '공유'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완벽 변신했다. 드라마와 몇 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로맨틱가이로서 훈남 이미지와 '도가니'에서 지성인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상남자로 변모해 말수가 적은 오롯이 눈빛과 액션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기존에 인장된 이미지 때문에 액션가이 모습이 어울릴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 시스테마 무술을 합친 맨몸 액션은 이른바 인간병기다운 모습을 보인다. 배우로서 첫 액션 변신은 가히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공유의 육체는 그렇게 스크린을 활보한 것. (북한에서 조직에 밀려 교수형에 처할 때 어깨를 탈골시켜 팔을 뒤로 해서 푸는 장면 ㄷㄷ) 서울의 익숙한 도심 한복판에서 펼친 몇 번의 카체이싱(후진하면서 계단을 내려온 것과 진격의 두 자동차 충돌씬)은 임팩트있는 스펙터클로 할리우드에 못지 않으며, 홍콩과 푸에르토리코 해외 로케이션까지 감행해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지동철로 분한 공유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면서 액션영화 주인공 캐릭터에 완벽히 빙의된 것이다. 그의 변신은 무죄다.
3. 사연있는 캐릭터와 액션 드라마 : 그러나 '용의자'는 액션만을 능사처럼 다루지 않는다. <구타유발자들>과 <세븐데이즈>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변은 이러하다. 용의자가 분명 액션중심의 영화이지만, 한두 사람이 중심이 된 캐릭터와 사건이 아닌, 좀 더 깊이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기 위해서 액션에도 드라마를 장착시켰다는 점. 흔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야기되는 탈북자 소재를 액션으로 승화시키기 전에, 주인공 지동철을 사지로 몬 사건과 그를 쫓는 캐릭터들 사연들도 배치시켜 압박하는 수순이다. 권력의 한복판에 선 국정원 실장 김석호 역에 조성하는 탈북조직을 운영하며 할 수 없이 지동철을 살인용의자로 몰고 간 내막이 있고, 간첩 잡기 일가견이 있는 방첩요원 민대령 역에 박희순은 과거 지동철과 악연 때문에 쫓지만 실체를 알고선 조력자로 나서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여PD 최경희 역 유다인은 실은 지동철을 증인으로 내세워 권력에 맞서려는 사연이 있다. 인물이 저마다 동기와 이야기를 갖게 되면서 '지동철' 한 사람에 모이고 그를 추격하게 된 것이다. 그냥 액션만 볼거리로 기능한 게 아닌,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액션 모두를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이다. 그러나 강박에 의한 눌림인지, 조금은 의도한 듯 배치가 드러나 쉼없는 액션을 감싸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용의자는 분명 액션 장르로써 장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본 엘티메이텀'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순제작비 72억원으로 창출한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임에 이견은 없다. 올해만 하더라도 탈북과 간첩 소재의 스파이액션 한국영화의 계보, '베를린-은밀하게 위대하게-동창생' 그리고 마지막에 '용의자'가 방점을 찍은 셈이다. 과연 용의자를 누를 액션영화가 나올 것인가.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3028&mid=22190#tab
PS : 영화 속 지동철을 처음부터 끝까지 쫓는 방첩대원 민세훈 대령 역 박휘순은 주연에 가까운 존재감을 나름 어필 했는데, 드라마 '추적자'로 이름을 알린 용식이 조재윤은 민대령의 오른팔로 나와 익숙한 코믹을 담당했다. 국정원 실장으로 나온 조성하 악역은 '황해' 속 이미지와 다소 겹친다. 지동철이 쫓던 리광조 역은 김성균이 맡았는데 둘은 북한에서 최정예 특수요원 동기다. 동철은 광조가 아내와 딸을 죽인 것으로 알고 쫓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또한 이용당했다는 거. 여튼 김성균이 '이웃사람' 속 무표정의 살인마 포스처럼 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술렁이더라. '응사'의 삼천포가 나왔다고 키득거리면서.. 역시 김성균은 저런 역이 잘 어울린다.
tag : 이글루스투데이, 영화리뷰, 용의자, 액션영화, 간첩, 탈북자, 공유, 김성균, 조성하, 박희순, 원신연감독, 세븐데이즈, 구타유발자들, 액션쾌감, 캐릭터와드라마, 유다인, 볼만하다, 조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