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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정려원 여치 역 '오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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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자명고' 이후 3년 만에 복귀작이라 그런가, 너무 의욕이 넘쳐서인지 몰라도, 정려원이 SBS 새 월화 미니시리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보여주는 여치 캐릭터가 좀 오버스럽다는 걸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브라운관 보다는 최근에 스크린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주의깊게 봐온 여배우다. 09년작 '김씨표류기'에서 보여주었던 그 방콕녀는 나름 리얼했고, '웰컴 투 동막골'스러운 전쟁휴먼물 '적과의 동침'에서 순박한 시골처녀의 모습도 그렇게 거부감은 없었다. 심지어 작년에 권상우와 호흡을 맞춘 '통증', 그 날것 그대로 보여준 로맨스에서도 그녀는 극에 찰지게 잘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엄태웅과 같이 출연하며 시한부 인생을 다룬 로맨스물 '네버 엔딩 스토리'까지.. 정려원은 최근 충무로에서 활약을 펼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넘나들었다.


(천하그룹의 재벌녀로 나오는 정려원의 여치 역.. 안하무인 까칠녀에 도도하고 천방지축 타입..)

그러다 이번에 드라마로 복귀하며 안방극장에 나선 그녀의 모습은 웬지 기존의 영화판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보통 '재벌녀'로 불리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사실 색다른 건 없다. 아버지빽 믿고 까칠하고 도도하며 온갖 치장으로 럭셔리한 삶을 사는 게 그들이 보여주는 우선 평면적인 모습이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점차 진화하면서 그 평면이 다각적으로 부각돼 내면의 아픔이나 성장을 통해서 평범한 남자를 만나든, 같은 급의 진솔한 남자를 만나든, 개과천선해? 사랑에 골인한다는 게 정석이다. 옆동네 '브레인'에서 하균신에게 빠져든 그 재벌녀처럼 말이다. 그게 보통 드라마상의 재벌녀의 포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보여주는 정려원의 여치 역은 이런 재벌녀를 뛰어넘는 마구방발식의 느낌이 짙다. 한마디로 대책없이 까불고 나불대는 완전 싸가지 타입인데.. 문제는 그런 설정이 리얼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웬지 부자연스러운 게 마치 딱 맞는 옷이 아닌, 피트감이 없이 헐렁하거나 아니면 억지스럽게 입으려는 그런 모양새다. 외할아버지 진시황(이덕화)이 운영하는 천하그룹이 사활을 걸고 개발한 신약 개발 리셉션에서 그녀는 소위 깽판을 쳤다. 그렇게 할배가 아끼던 20억짜리 닭 금옥이를 통닭구이로 만드는가 하면, 무대에 올라 볼썽사나운 허세를 떨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고압적인 자세는 물론, 회사 주요 간부진들에게 대하는 모습은 하인 부리듯 다룬다. 

급기야 이런 모습을 좌시하지 않은 진시황은 손녀딸 여치를 강제적으로 입사케 해, 회사 일을 배우라 시킨다. 하지만 제대로 낙하산으로 들어온 그녀가 열심히 일할리가 만무하다. 회사를 자기네 안방처럼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 여기에 항우 쪽 장초그룹에서 손을 써, 유방을 모르게 회유해 천하그룹에 집어넣으며 이 두 남녀 주인공은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다. 이미 1회 말미에서 그녀의 치마 실타래를 모르고 풀다가 유방은 변태로 오인돼 유치장 신세를 졌고, 입사 후에는 그녀의 치마자락으로 구두를 닦다가 치마가 아예 벗겨지는 등, 이들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자처하며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어떤 것이 더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



이렇게 '샐초'에서 보여주는 여치의 캐릭터는 위 소개에도 나왔듯이, 마구방발식의 안하무인에 천방지축 캐릭터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이런 캐릭터기에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그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치 역에 정려원은 조금은 힘을 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옛말에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했거늘.. 여치의 천방지축은 너무 힘이 들어가 오버스러운 면이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하면서 그대로 묻어나는 도도함과 까칠함이 있어야 하는데, 정려원의 여치는 그 자연스러움 대신 인위적인 냄새가 짙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그것은 남자 주인공 유방 역에 '이범수'와 비교가 될 정도다.

'샐초'에서 정려원 여치 역, 오버스럽지만 유방과의 찰진 호흡을 기대해 본다.

이미 1회를 통해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이범수는 그만의 코믹 연기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뽑아내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소위 빵터지게 만들 정도로, 이건 작위적이고 오버스러운 연기로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범수는 상당히 고단수다. 이 드라마가 흥행에 나름 성공한다면, 그건 다 '이범수의 힘'이라고 싶을 정도로, 그의 역할은 지대하고 또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그런 반면에 그와 호흡을 맞추는 여치 역에 정려원이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계속 언급했다시피, 작위적인 재벌녀의 마구방발식 오지랖이 마냥 재밌게 보이지 않고, 이야기 전개상 구색을 맞춘 듯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로 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오랜만에 정려원이 기존의 여린? 모습의 색깔을 벗고, 안하무인 재벌녀 캐릭터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나 하면서 기대를 할 수도 있을 터. 배우와 드라마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기에 가능하다. 그렇게 여유를 준다면, 강호 또한 정려원의 여치 역을 마냥 까는 건 아니다. 인위적인 모양새에 오버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극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워낙 다른 배우들의 포진들이 좋고, 이범수 하나 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여주인공이기에 정려원은 좀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안하무인의 천방지축 여치 역을 보여준다면 더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정려원 여치 역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차라리 '이시영'이 낫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강호는 월화에 이제 포문을 연 '샐초'를 나름 재밌게 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서 이범수의 찰지고 자연스러운 코믹과 진중의 조합이 어우러지며 극은 재밌게 흘러가고 있다. 신약 개발을 둘러싸고 진시황쪽 천하그룹과 이를 막고 뺏으려는 항우쪽 장초그룹의 대결, 그 속에 알게 모르게 들어가며 생고생을 하게 될 유방과 여치, 그리고 이들을 돕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들.. 그 직장내에서 펼쳐지는 '초한지' 고전을 빗댄 한 편의 판타지 코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음 주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

이건 여담이지만.. 맨들에겐 여치 말고 우희 역의 '홍수현'이 더 인기가 있다는 거.. 오케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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