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동 프로젝트 연구원 우석(정재영)은 투자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의 중단을 통보받는다.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지완(최다니엘)을 비롯한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은(김옥빈)과 함께 위험한 테스트 이동을 감행한 우석은 24시간 후인 내일 오전 11시로의 시간 이동에 성공한다. 하지만
사라진 연구원들, 폐허가 된 기지, 누군가의 공격 24시간 후의 내일, 모든 것은 달라져 있다.
유일한 단서인 CCTV를 확보해 현재로 돌아온 우석과 영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을 복구해 감춰진 24시간을 추적하던 중 CCTV 속에서 연구원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열한시가 다가올수록 CCTV 그대로 죽음이 일어나고 연구소는 폭파의 징후를 보인다. 끝까지 연구를 지속하려는 우석과 그를 말리는 지완과 영은은 숨겨진 시간 속 충격적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용의자, 목격자, 살인자. 모두 이 안에 있다!
러시아 거부에게 3년 만기의 시간 이동 프로젝트 지원을 약속 받은 우석은 기한을 한 달 남기고 급해진다. 3년 동안 이뤄놓은 거 없이, 급한 마음에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시험 타임비행에 나선다. 애제자로 키운 영은을 데리고 24시간 후인 내일 오전 11시로 가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아뿔사 지저스 크라이스트!! 연구소는 폭발하고 붕괴되는 등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자료를 찾다가 괴한에게 살해당할 뻔한 우석은 불안감 속에서 유일한 단서인 CCTV를 확보해 가까스로 현재로 돌아온다. 그런데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깨어난 영은을 통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을 복구해 감춰진 내일의 그림을 보고 다들 놀란다. 저마다 죽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미 연구소도 폐허가 되버리고 바닥은 피투성이에 그곳은 지옥이 되버렸다. 내일을 본 이들의 선택은 단 두가지다. 죽음을 피해 바로 철수해 도망칠 것인가. 예고된 파국에 맞서 원인을 찾아낼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열한시'의 물음은 그렇게 시작된다.
1. 한국 최초 SF 타임스릴러의 탄생 : 한국에서 SF영화는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장르다. 10년 넘게 이런 장르를 관객들은 체험하지 못할 정도로, SF물은 할리우드를 통해서 고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비만 해도 수백억원 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열한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한국형으로 안착시켰다. 스케일 면에서 아직 할리우드에 미치지 못하긴 해도, 미술과 CG에 12억 원 가량과 타임머신 같은 특수 소품에 8천만원 가량을 쓰는 등, 외견적으로 공을 들였다. 세트의 퀼리티가 다소 떨어져도 그렇다고 허접한 건 아니다. 여기에 SF의 요소 중 하나인 타임머신 소재를 차용하면서 영화적 구현을 위해 과학이론을 대거 등용했다. 아이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웜홀'을 통한 시간 이동을 주장하고, 바닷속에 움푹 팬 지형으로 유난히 푸른빛이 감도는 '블루홀'을 시간 여행에 근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이곳의 배경과 무대는 제한된 공간 심해연구소로 세워진다.(제작비 최소화 차원일지도) 연구소의 외형은 CG고 내부는 위처럼 묘사된다. 이질감은 없지만 궁지로 몰린 한정된 공간은 여기서도 도출된다. 영화 초반에 풀어낸 시간여행 구현 설명은 어찌 보면 크게 어필할 요소는 아니다. 문제는 그런 설정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이야기에 있다. 폐허의 내일을 보고 시간을 추적하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통해 타임스릴러는 그렇게 탄생된 것이다.
2. 시간추적과 밀실 스릴러의 동종배합 : 열한시는 SF가 섞인 스릴러 장르로써 흔한 타임머신 소재가 차용된 이야기다. 색다른 점은 시간이동을 단순히 가까운 미래를 보고 오는 데 그치지 않고, 폐허가 된 '내일'의 연구소를 다시 살리려는 사투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철수해서 바로 귀환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우석의 집착 때문에 이들을 사지로 집어넣는 것. 재밌는 건, 맥거핀적 요소로 연구소를 폐허로 만든 이가 인재(人災)일지 모른다는 정보를 흘리며 주목을 끈다. 우석이 시간여행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이유와 아내의 죽음에 얽힌 상관관계. 지완이 연인인 영은을 놓고도 스승인 우석에게 품은 묘한 감정들. 조연 격의 인물들에게 부여된 이기심 등, 갇혀버린 심해연구소에서 군상들 이야기로 변모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장대하고 난해한 시간 이동의 구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 여행'은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활용될 뿐, 살아남아야 할 사투로 귀결돼 한정된 공간에 갇혀버린 밀실 스릴러로 안착된다. 그러다 보니, 미래의 정해진 파국에 맞추면서 인물들의 행동을 편의적으로 시간과 사건에 꿰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강박을 보이며, 왜 상식적인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인지 물음을 만들어 버린다.
3. 나름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 열한시는 오랜만에 보는 한국형 SF라 할 만하다. 할리우드 시스템과 비주얼에 익숙한 한국의 관객들에게 성이 안 찰 수도 있겠지만, 분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엿보인다. <광식이 동생 광태>와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연출해 로맨틱 코미디 수작을 힛달아 흥행시킨 김현석 감독. 이번엔 장르를 갈아탄 첫 SF 스릴러란 점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시간여행 SF 장르 영화임에도, 그만의 컈릭터로 무장한 멜로 코드를 집어 넣으며 이들의 파국을 다루고 있다. 의외로 김옥빈과 최다니엘의 분량은 적었으며, 시간이동 연구에 집착인 보인 우석 역 정재영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내달린다. 과거의 상처가 광기로 터져나오는 과정으로 인해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을 가로막는 장르 자체와의 충돌이 중심에 있다. 이것이 묘한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패러독스로 다가온다. 시간 이동에만 집중돼 있던 시나리오에 '사람' 얘기 넣고 싶었다는 김 감독의 변을 빌리자면, 결국 도덕적 딜레마의 순간에 일단 최선을 다해 볼래, 도망갈래, 이걸 묻는 게 이 영화의 본질이라 말한다. 그 지점이 관객에게 호불호로 다가올 수도 있고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지 못한 한계로 다가올지도. 그럼에도 나름 가능성을 타진한 한국형 SF 스릴러로써 한 단계 나간 건 의미가 깊다 할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까.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5857&mid=22072#tab
PS : 폐허가 된 내일의 연구소. 모두가 죽었다면 누가 범인일까? 놀라운 건, 열한시에서 '큐브'의 전개와 유사한 점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각형 큐브에 갇혀서 탈출을 도모한 이들.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사람들. 과연 열한시도 그랬을까? 아니면 이 규칙을 깼을까? 답은 마지막 엔딩에 있다.
tag : 이글루스투데이, 영화리뷰, 타임스릴러, SF영화, 열한시, 김옥빈, 최다니엘, 정재영, 이건주, 신다은, 박철민, 김현석감독, 시간추적, 밀실스릴러, 볼만하다, 범인은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