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한 가족 앞에 나타난 여자의 직업은 가정부다. 그런데 분위기가 요상하다. 당최 웃질 않는다. 엄마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네 남매를 돌보는 가사도우미치곤 상당히 의뭉스럽다. '시키면 다 한다'는 모토로 은씨네 집에 알게 모르게 들어와 사이보그처럼 행동한다. '수상한 가정부'가 지향하는 건 이런 색다른 캐릭터 설정에 있다. 하지만 본 드라마는 2011년 일본 니혼TV 방송 당시 4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바로 붐처럼 진행 중인 일드의 리메이크란 점이다.
올해만 해도 여러 편이 있었는데, <직장의 신>과 <여왕의 교실>이 대표적. 재밌는 건, '직신'의 미스김과 '여교'의 마선생, 그리고 '수가'의 박복녀 캐릭터가 상당히 닮아 있고 겹쳐 보인다는 점. 첫회 방영되고 쏟아내고 있는 평가가 이런 거다. 무미건조하고 표정 없는 말투. 하지만 자신의 일과 다른 일에도 만능인 듯 속내를 알 수 없이 매사 철두철미한 성격 등, 닮아도 너무 닮아 보인다. 일드 특유의 그 성향이 한국식이 아닌 그대로 가져오면서 오는 일종의 괴리감이기도 하다. 원작 일드를 안봐서 예단하긴 그렇지만, 우선은 일드 느낌과 같다는 얘기가 많다. 이젠 소재 고갈에서 온 또 하나의 아류작으로 그칠지 좀 더 지켜봐야할 터.
출연진 조합을 보면, <구가의 서>에서 악역 존재감으로 선보인 조관웅 역 이성재가 가장 은상철 역으로 불륜남에 다소 무기력한 아빠로 나온다. 처제로 심이영이, 내연녀는 왕지혜가 맡았다. 중년배우론 김해숙과 박근형이 포진돼 있는데, 네 남매 중 큰딸 한결 역 김소현을 제외하고 다른 아역들 연기가 별로다. 특히 한짓골 똘복이는 왜이리 자주 나오는지.. 특유의 눈 부라리는 연기는 여기서도 작렬하며 박복녀의 뺨을 강타.. ;; 어린 막내 딸의 포지션만이 죽은 엄마를 애닳게 찾는 등, 가족의 위기와 갈등은 그렇게 표출된다. 1화 마지막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호숫가로 들어가는 장면. 도대체 박복녀의 꿍끙이는 무엇인가.
그 점을 부각시키는 거, 즉 그녀의 사정과 과거가 드라마 내용에 있어서 주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은 빤하다. 앞선 일드 리메이크 작들도 그러했다. 미스김이나 마선생이나 다 사연이 있었듯이, 박복녀만의 무언가 있을 듯. 하지만 일드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면, 차별화라 볼 수는 없다. 가족드라마의 원형이면서도 젊은 가족들의 해체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복녀가 어떻게 나설지가 앞으로 눈여결 볼 대목이다. 오랜 만에 긴 대사없이, 감정의 기복없이 일관된 말투로 유지되는 최지우의 연기가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과연 제2의 미스김이냐 마선생이냐, 아니면 새로운 박복녀의 출현인가. 굿닥터의 '안됩니다' 박시온을 누를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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