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면...?
숨바꼭질 암호 □1○1△2, “제발 그 사람한테 제 딸 좀 그만 훔쳐보라고 하세요”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집집마다 새겨진 이상한 암호와 형을 알고 있는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난다.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주희’는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형의 아파트를 뒤로한 채 자신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봤던 암호가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우리 집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사라진 형과 숨바꼭질 암호.
서로 다른 두 가족에게 찾아온 충격적 진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가 시작된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내재된 문구가 있으니 주의 요망..
1. '숨바꼭질' 괴담에서 출발한 스릴러 : 2008년 도쿄, 1년 간 남의 집에 숨어살던 노숙자가 체포됐다. 그리고 2009년 뉴욕, 남의 아파트에 숨어사는 여자의 모습이 CCTV를 통해 포착됐다. 한편, 2009년 말 서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 초인종 옆에 수상한 표식을 발견했다는 주민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TV에까지 전파를 타며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 했지만 수많은 증언을 토대로 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어주지 못했으며, 경찰조차 범인의 윤곽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풀리지 않는 정체불명의 표식은 2010년 상하이, 2012년 벨기에 등 현재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네티즌 사이에서 ‘숨바꼭질 괴담’, ‘도시 괴담’, ‘초인종 괴담’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화 <숨바꼭질>은 이런 실제 미스터리한 상황들을 모티브로 한 일종의 괴담 스릴러다. 남의 집에 숨어사는 사람과 집 앞에 정체불명의 표식 있다는 괴담이 관통하며, 만약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플롯을 전면에 내세운 스릴러다. 여기에 실종 된 형을 찾아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는 형이 사람을 죽인 살인마처럼 묘사되며 범죄 스릴러의 면모까지 갖춘다. 시작하자마자 옆 집 여자의 죽음이 바로 그런 것. 괴담을 괴담으로만 그치지 않고, 범죄가 가미된 스릴러 코드로 버무리며 시작부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실종된 형이 남의 집에 숨어사는 살인마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며 주목을 끄는 방식이다. 여기에 과거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와 결벽증이 심한 성수가 꿈꾸는 허상은 공포로도 돌변한다. 그래서 <숨바꼭질>은 이런저런 코드가 내재되고 가미된 미묘한 융화를 보이며 괴담공포 범죄스릴러로 안착된다. 다만 그런 응집력과 폭발력은 초반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게 흠.
2. 손현주 vs 문정희, 두 사람의 이야기 : 한편으로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다. 괴담의 공포 스릴러가 관통하며 관류하지만, 직관적인 스토리의 중심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 한 남자와 여자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성수는 가족사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형의 행방을 쫓으며 일종의 용서를 구하는, 종국엔 가족을 지키려 맞서 싸우는 인물로 그려진다. 주희는 어렵게 살아가며 훔쳐보는 누군가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이는, 집에 너무 집착하는 무서운 아줌마로 돌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드라마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 영화 <은민하게 위대하게>에서 "죽디말라"로 회자된 손현주의 연기력은 모나지 않게 극의 중심을 잡는다. 부인 역 전미선은 크게 잡히진 않고 두 아이를 지키는 데만 머무른다. 역시 미친 존재감이라면 영화 <연가시>에서 생수통을 통채로 들이킨 문정희가 맡은 주희 역에 있다. 이번엔 꾀죄죄한 몰골로 어린 딸과 가난에 쩔어사는 역할이지만, 중반 이후 사건에 끼어드는 인물로 반전을 던지며 활약한다. 바로 손현주와 문정희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며 후반부로 달려가는 지점이다.
3. 전반부 긴장과 몰입 좋게 볼만 : 이런 대결 구도가 펼쳐지기 전, 영화의 전반부는 상당한 긴장의 텐션과 몰입을 선사하며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성수 집에 누군가 숨어 사는 게 아닌지, 사라진 형이 살던 그 허름한 집에도 혹시 누가 있었던 게 아닌지, 집집마다 표식이 주는 요상한 기운과 시종일관 검은 헬맷을 쓴 사람의 정체가 누구인지 등, 미스터리를 함께 풀어보자는 식으로 관객들의 동참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런 전반부의 괜찮은 스릴감은 후반부에 가면서 맥이 빠지게 풀려 버린다. 반전 식으로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려낸 사투는 여타 스릴러가 보여준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의 좋은 분위기를 망쳐버린 것. '숨바꼭질'을 연출한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다.”고,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 현실적인 두려움의 공포가 전반부에서 묘사가 잘 되었지만, 후반부에선 전반적으로 지배했던 '톤 앤 매너'가 사라지고 빤한 선과 악의 사투만 그려진 것이다. 차라리 그렇다면, 계속 숨어서 살게 두는 결말은 어떠했을지. 그럼에도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어떻게 당신의 집은 안전한가.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02824&mid=20957#tab
PS : 이 영화에서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문정희다. 그녀의 미친년 컨셉이 나름의 '머니 숏'..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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