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인가 '썰전'에서 강변이 언급한 이후 급격한 조회 상승으로 단박에 화제에 오른 미드 '레볼루션'은 재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다. 재난이라서 근원적인 재미를 내포한 듯 싶은데, 제목부터가 무언가 남달라 보인다. 재난 속에서 핀 혁명인가. 각설하고, 레볼루션은 미드 '로스트'와 많이 닮아 보인다. 로스트를 본 이라면 분명 어느 정도 공감할 지점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난을 소재로 한 장르적 재미가 둘 다 깔려 있는데, 이게 관통하는 핵심이 아니라는 점. 로스트도 그랬고 여기서도 재난은 그냥 허울이자 거들 뿐 관조하듯 주요 요소로써 이야기에서 기능하지 않는다. 지구 대정전 이른바 '블랙아웃'을 다루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반경은 불빛이 필요없는 낮에 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사투를 벌인다. 바이러스 재앙도 좀비와의 사투도 아닌, 자기들끼리 팀을 갈라 나눠서 싸우는 꼴이다. 지구 대정전이 발발한 15년 이후를 그린 레볼루션은 전기가 사라진 미국에 무정부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민병대'가 이끄는 먼로공화국으로 대변된다. 이외 조지아 등 연방체가 더 있지만 악독한 건 먼로 쪽. 이들은 식량과 무기를 점거해 군사정권처럼 암흑시대를 재현한다. 이런 군사공화국에 맞선 반군이 존재해 충돌하는 세력으로 기능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전기공급이 끊긴 지구. 비행기는 추락하고, 병원은 문을 닫고, 의사소통은 단절되는 이른바 암흑의 시대가 찾아온다. 그로부터 15년 후,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나름의 적응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찰리는 갑자기 들이닥친 민병대의 총에 아버지를 잃고, 남동생 대니는 그들에게 끌려가고 만다. 15년 전의 전지구적 정전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는 시카고로 가서 자신의 형제인 마일스를 찾아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하고, 찰리는 매기, 아론과 함께 시카고로 향한다.
주인공 마일스 매더슨은 배스(먼로공화국 수장)와 함께 했던 '절친'이였다. 이들이 대정전 이후 자신들의 공화국을 세웠지만, 어떤 이유로 마일스는 민병대를 떠나 홀로 지내게 됐고, 마일스의 형 밴은 무언가를 차지하려는 민병대에게 죽고 아들 대니마저 납치되자 그의 누나 찰리가 삼촌 마일스와 함께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마디로 로드무비 식으로 진행되면서 각종 사건을 겪으며 먼로공화국 민병대의 아지트로 접근하는 것. 급기야 이야기의 중반 즘에서 남동생도 구하고 갇혀있던 어머니와 상봉한다. 먼로 대 반군의 전쟁은 본격적으로 서막에 오르며 시즌1 완결을 향해 그렇게 달려간다.
미드 '레볼루션'을 볼수록 기시감이 드는 건 '로스트'의 영향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떡밥계의 제왕 'J.J 에이브람스'가 연출한 전작 '로스트'는 2010년 시즌6으로 종결이 됐지만, 섬에 갇힌 군상들의 이야기를 몰입감 좋게 표출하면서 반전식의 떡밥을 날린 재능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통한 것일까. 로스트가 섬에 불시착한 재난을 다루고 있고, 레볼루션도 지구의 대정전 이후의 재난이다. 재난 코드로 다시 승부를 건 쌍제이는 각본 참여는 물론,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 등에게 연출을 맡기고 제작에 나서 본 드라마에 애정을 과시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군상들의 과거 사연을 에필로그에서 전하는 것도 로스트와 흡사하다. 지구 대정전 6달 후, 2틀 전, 2년 전, 몇 년 전과 후 식으로 인물들을 내밀화시킨다.
또한 로스트도 그러했듯이, 본 드라마도 딱히 누가 주인공인 건 없다. 먼로공화국을 이끄는 배스 장군 이외에 부대장 톰 네빌을 위시한 군인들도 마찬가지고, 반군에 가세해 먼로를 없애려는 마일스 일행은 민간인들이 주다. 이들을 이끄는 마일스 역에 '빌리 버크'는 낯익은 배우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어장관리녀 벨라의 아버지로 <레드 라이딩 후드>에선 아만다의 아버지로 나온 늑대였다. 조연급으로 활약하다가 이번 레볼루션을 통해서 우뚝섰다. 남동생을 구하기 나선 당찬 누나 찰리 역에 '트레이시 스파이리다코스'는 신예인데, 뭐라 언급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매력은 있는 듯. 남미풍의 강단있어 보이는 노라 역은 여전사급에 가깝고, 그외 눈에 띄는 건 마일스의 형수로 나오는 레이철 역 '엘리자베스 미첼'이다. 이 여배우는 이미 로스트에서 의학박사 줄리엣 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여기서도 펜턴트를 이용해서 증폭기를 만드는 숨은 고수 공학박사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녀는 무언가 엄청난 비밀이 숨기고 있는 듯 하다. 그게 쌍제이만의 매력 아니겠는가..
시즌1 레볼루션의 재미 보장은 확고하지 않지만 충분히 즐길 만하다. 20화까지 내쳐 달리기엔 조금은 지치게 만들지만, 초반의 루즈함은 빼면 먼로와 반군이 맞붙는 중반부터 후반까지 몰입감 좋게 탄력을 받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대정전 때문에 혹시 그런 재난영화 유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정전은 그냥 배경의 밑그림일 뿐, 그 전기를 다시 일으키고자 아니, 전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제목처럼 '혁명'을 일으킨 두 세력간의 전쟁 같은 이야기다. '먼로 대 반군'이 관통하고,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밀도감 있게 떡밥을 날리며 이야기를 전개시킨 로스트와 궤를 같이 한 재미가 관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 전개라면 금방 끝날 레볼루션이 아닌 듯 싶다. 시즌1이 6월에 완결됐고, 올 9월에 시즌2를 예고 중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떡밥을 날릴지 주목해 본다.
배스와 마일스는 절친이면서도 영원한 맞수다. 어느 한 쪽이 죽어야 이 사투는 끝날 것인가.
여전사급 활약을 선보이는 노라와 먼로공화국에서 말을 갈아탄 톰 네빌의 존재감은 레볼루션의 색다른 재미다. 어떨 땐 마냥 사람 좋아보이지만, 정색하고 무게잡을 때 포스는 ㄷㄷ.. 아들 제이슨과 관계가 좋지 않은 그. 톰은 과연 어디까지 활약할 것인가.
얼핏 보면 몇초간 스칼렛 요한슨처럼 보이는 찰리 역 처자. 색다른 매력은 있는 듯.. 남편 밴이 죽고 대정전과 관련돼 엄청난 정보와 비밀을 갖고 있는 레이첼은 레볼루션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중년으로(70년생) 접어든 엘리자베스 미첼의 매력도 볼만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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