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조차 없는 놈의 모든 것을 기억하라!
범죄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 동물적인 직감과 본능으로 범죄를 쫓는 감시 전문가 ‘황반장’(설경구)이 이끄는 감시반에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신참 ‘하윤주’(한효주)가 합류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감시반의 철저한 포위망마저 무용지물로 만든 범죄가 벌어진다. 단 3분만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벌어진 무장강도사건. 얼굴도, 단서도 남기지 않은 그들의 존재에 모든 시선이 꽂힌다. 철저하게 짜여진 계획 하에 움직이며 1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범죄 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 자신의 존재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그는 감시반의 추적이 조여올수록 더욱 치밀하게 범죄를 이어간다. 더 이상의 범죄를 막기 위해 반드시 놈의 실체를 알아내야만 하는 감시반. 황반장과 하윤주는 모든 기억과 단서를 동원해 놈을 쫓기 시작하는데...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신입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한 꽃사슴 아니, 꽃돼지 하윤주 신참과 동물적인 촉을 자랑하는 베테랑 감시 전문가 황반장이 이끄는 감시반 팀이 범인을 쫓고 쫓는 영화 <감시자들>. 이들에게 범죄 조직의 리더이자 직접 행동보다는 건물 옥상에서 지시 내리는 걸 좋아하는 제임스가 타겟이다. 은행강도 총격사건이 터진 후, 그날 CCTV에 잡힌 용의자 '물먹는 하마'를 쫓는데 전력을 다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드디어 놈의 아지트를 알게 되고, 이들이 준비하는 두 번째 계획까지 알게 된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자 있다' 했다. 제임스는 경찰 감시반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걸 알고 계획을 포기해 내뺀다. 도주한 행동파 조직원들은 잡히거나 죽는 등 와해되고, 제임스만이 유유자적 추적의 망을 통해 도망간다. 드디어 놈의 실체를 알게 된 감시반은 마지막 기억의 촉과 단서를 동원해 놈을 쫓기 시작하는데, 역시 그 몫은 신참 하윤주."그래, 난 이자를 처음 지하철에서 봤었지."
'감시' 소재의 영화적 활용과 추적의 묘미까지 갖춘 스릴러 '감시자들'
영화 <감시자들>은 여타 강력반 형사들이 활약하는 범죄스릴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범인의 실체와 정체를 알기 위해서 쫓고 쫓기는 추적의 묘미까지 살리는 기본적인 구도를 답습한다. 여기서 도드라져 보이는 건 영화가 내세운 '감시'라는 소재의 활용성에 있다. "우리는 잡을 수 있어도 잡지 않는다", "감시로 시작해 감시로 끝난다", "우리의 임무는 두 눈으로 용의자를 쫓는 거다"고 말하는 오랜 연륜과 감각을 지닌 감시전문가 황반장의 지론처럼, 난무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실제하진 않지만 범죄 감시반이 범인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 각종 감시망이 작동되고, 현장에서는 범인을 막판으로 몰기 위한 작전이 펼쳐진다. 서로의 별칭을 갖고 있는 감시반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체스 게임을 연상하듯 움직인다. "타겟 100% 일치, 마무린 다람쥐가 합니다" 처럼 각자 위치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쥐를 코너로 몰듯이.
현대사회에서 '감시'는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 정도로 날카로운 '매의 눈'과 같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가 그것을 대변하지만, 영화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사람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활용된다. 서울 시내 올로케로 익숙한 거리에서 바로 탐색에 들어가 감청과 수색 등, 관객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감시 기술력을 영화적으로 선보인 장기가 그것이다. 초중반에 펼쳐지는 이런 그림은 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면서도,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는 감시가 아닌 추적으로 치환돼 장르적 쾌감에 방점을 찍는 식이다. 다만, 마지막 그림은 다소 허무하게 용두사미꼴의 기운을 감출 수가 없는데, 그래도 소재와 목적이 뚜렷한 각본대로 움직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꼼꼼하게 연출한 시퀀스는 충분히 볼만하다. 여기에 주연배우 3명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게 잘 조응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반창고>를 통해 천만여배우로 부상해 스크린에서 모습이 낯설지 않는 한효주는 여주인공으로서 그러하듯 장르적 컨벤션에 지나지 않으나, 소위 '민폐'가 아닌 천부적 기억력과 관찰력을 겸비해 특유의 감각으로 범인을 쫓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잘 활약한다. 이를 조율하고 감시반 팀원들을 이끄는 오랜 연륜의 감시전문가 황반장 역에 설경구 또한, 그동안 보여준 무대뽀 기질의 형사 강철중이 아닌 팀원을 가족처럼 이끄는 모습으로 탈바꿈된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범죄 조직의 리더로서 지시만 내리면서도 액션을 도맡은 제임스 역 정우성의 존재감은 상당히 좋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과거 <비트>시절의 그 헤어스타일과 강렬한 눈빛으로 <올드보이> 오대수의 액션을 오마주하듯 펼쳐보인다. 아저씨급의 액션까지도. 역시 그에겐 대사가 없는 게 더 낫다.
메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8146&mid=20795#tab
영화 <감시자들>은 양가휘와 임달화 주연의 2007년작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 속에서 캐릭터를 가져오면서 액션과 스케일을 좀 더 업시킨 한국판 감시 스릴러로써, 영화의 7할을 담당한 '감시' 소재를 영화적으로 기능하고 적극 활용하면서도 마지막에 추적의 묘미까지 잘 조응시켰다. 개봉 당시 우려를 말끔히 벗고 입소문을 타면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감시자들'. 한국영화 범죄스릴러 장르에서도 이젠 '감시'가 제대로 선보이고 먹히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200만을 넘으면서 극 중 한효주가 꽃돼지 공약으로 화제거리다. 그녀의 매력이 스크린에서 계속 필 것인가. 주목해 본다. ~
PS : 조연으로 감시반의 이실장 역에 '진경'이 나왔는데 진두지휘하는 폭풍 존재감을 과시. 요즈음 이 아줌씨 제2의 장영남급으로 뜨는 것 같다. '구서'에서 여주댁과 '여교'에서 현실감 백프로 여선생으로..ㅋ 그리고 또 한 분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요상한 전도사의 모습으로 임팩트를 날렸던 배우 조병옥. 여기서도 짧지만 강렬한 역을 맡았다. 이분은 목소리가 참 좋아.. 또 마지막 엔딩에서 그 분이 우정출연으로 제2의 제임스를 선보였다. <천공의 눈>에서 황반장 역..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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