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경쟁이 재점화됐다. 운좋게도(?) 같이 막 내린 '구가의 서' 뒤를 잇는 MBC <불의 여신 정이>와 '장옥정 : 사랑에 살다'에 이은 SBS <황금의 제국>이다. 사극 대결에서 한쪽은 현대극으로 턴 했는데, 김남길과 손예진 주연의 KBS2 <상어>가 제대로 흥행을 하지 못하는 판에 두 신상의 드라마가 들어오면서 월화극은 다시 재밌어졌다. 우선 <불의 여신 정이>를 보면 다소 독특한 소재다. 언제 광해군의 여자에 '정이'라는 처자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의 직분은 도자기를 굽는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으로서 '정이'의 열정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 기획의도를 통해서 눈에 띄는 대목은 사극의 '공간' 창출에 있다. 기존에 주로 보여주었던 수라간과 내의원, 도화서 등의 무대에서 왕실 도자기 제작소 사옹원 '분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새로운 역사지식을 주는 셈. 그러면서 조선 최초의 사기장 정이(혹은 백파선)가 직분으로서 열정은 물론 젊은 광해와 신분을 초월한 로맨스도 펼친다니, 역시 그 놈의 사랑타령은 또 들어간다. 한마디로 이번엔 '사랑과 영혼'의 데미무어처럼 도자기를 빚으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ㅎ
1회만 놓고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정이의 출생이 다뤄지고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려졌다. 빵꾸똥꾸에서 훌쩍 커버린,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왕싸가지 중딩 진지희가 문근영의 아역을 맡았는데, 지금 보니 눈매가 닮아 보인다. 재밌는 건, 광해의 아역 시절 연기를 노영학 군이 맡았는데, 이 친구 정말 많이 보네..ㅋ (둘이 구덩이에서 니캉내캉 실랑이 하는 게 장난하나~) 커서는 이상윤이 광해를, 그의 형 임해군은 이광수가 맡았다. 근데 이건 좀 에러가 아닐까. 과거 <왕의 여자>에서 지성이 광해를, 임해를 김유석이 하면서 포스가 좋았는데 말이다. 뭐, 정통사극은 아니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스킵해도 될 듯. 또 '무신' 속 최우를 제대로 선보인 정보석이 이번엔 선조를 맡았다. 이분도 안 어울리는 게 없다는..
어쨌든 중요한 건 사극 최초의 시도라 할만한, 도자기를 굽는 여인네의 일과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드라마다. 더군다나 20대 후반이 되가는 문근영이 아직도 앳된 모습으로 나오고 있으니 티겟 파워 측면에서도 끌린다. 과연, 조선 최초의 사기장 '정이'의 열정과 사랑의 섹세스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 본다. 개인적으론 조선의 중반기를 관통한 선조시대 사극이라서 유심히 볼 예정이다. 특히 극중에선 한고은이 맡은 양화당 '인빈 김씨'의 악역이 기대된다. 이분이 바로 인조 능양군의 친할머니 되시는 분. 드라마는 총32부작으로 좀 길다.
SBS 새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딱 보는 순간, 이건 '추적자2'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해당 기사 : http://etv.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4337506
"황금의 제국은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경제사 격동의 20년을 배경으로 국내 최고 그룹의 제왕 자리를 놓고 세 남녀가 벌이는 욕망의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특히 ‘황금의 제국’은 전 국민이 황금의 투전판에 뛰어들었던 욕망의 시대에 서민의 아들 장태주(고수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욕망으로 들끓는 황금의 제국, 피로 물든 황금의 투전판에 선 한 남자의 비장한 싸움이 장쾌하게 펼쳐질 박경수 작가 특유의 묵직한 스케일, 내면의 깊은 감정선을 건드리는 탄탄한 대본, 인간 내면의 욕망을 보여주는 간결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는 세 남녀의 욕망의 전쟁을 다루는 ‘황금의 제국’에서 한층 진한 향기를 뿜어내며 폐인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중략.. "
감히 '폐인'을 운운하다니 그건 두고 봐야 안다. 이런 드라마의 홍보성(?) 관전 포인트를 보면 마치 대단한 드라마가 하나 나온 듯 분위기다. 작년에 의외로 대박을 친 '추적자'의 작가와 연출진, 그리고 배우들(손현주, 류승수, 박근형, 장신영 등)까지 다시 동원돼 찍은 추적자 시즌2 격의 드라마다. 물론 추적자와는 다소 다르지만, 이번엔 정치 보다는 '경제' 문제를 제대로 건들며 사회극으로써 보여줄 거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1회만 지켜봤을 땐, 상당히 산만한 구성과 전개로 실망감을 안겼다. 추적자와 비교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극 자체가 가볍지 않아서 톤 자체도 무겁고, 주인공 고수와 장신영의 매치도 왠지 안 어울리는 등, 전작에서 딸을 잃으며 처절했던 국민아빠 손현주의 악역 변신도 그닥 임팩트가 없어 보인다. 여주 이요원은 뭥미 수준?! 추적자 나름의 대박 이후 SBS에서 박경수 작가와 전속계약을 맺고 후속작을 논의해 나온 작품 치고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흡사 '야왕'과 '돈의 화신'을 짬뽕해 놓은 듯한 모양새를 띄는 '황금의 제국'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해 본다. 총 24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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