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청춘남녀들이 한번쯤은 홍역을 앓듯 교과서적으로 거쳐간다는 '연애'. 그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싹티우며 달콤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둘을 가만두지 않고 여러 상황들로 인해 힘들게 만든다. 그만큼 호락하지 않기에 연애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되고, 서로를 이성의 감정으로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투며 때론 지치기도 한다. 그리곤 둘은 과감히 헤어진다. 어떻게, 아주 제대로.. 영화 <연애의 온도>가 그리는 지점이 바로 그런 거다. 헤어지게 된 두 남녀를 다시 조망하는 방식이다. 대다수 연애물이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달달하면서도 코믹하게 종국엔 러블리한 과정을 다루는 데 중점을 둔다면, <연애의 온도>는 연인이 헤어진 후 상황부터 출발해 이들이 냉온탕을 왔다갔다한 연애담의 열기를 전달하고 있다. 소위 로맨스물의 단골 레파토리인 '밀당'의 작업이 여기선 필요없다. 서로 젤 필요도 없다. 이미 연인인 사이였고 속속들이 다 알고 있기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커플처럼 다양한 연애적 감정의 파노라마를 솔직 담백하게 펼친다. 그것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판타지가 아닌 보통의 현실 연애담을 보여주며 연애의 온도를 느끼라 한다. 지금 연애중인 청춘남녀들이여~ 당신의 연애의 온도는 몇 도인가?
헤어져, 라고 말하고 모든 것이 더 뜨거워졌다.
은행 직장동료 이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은 3년차 비밀연예커플. 남들 눈을 피해 짜릿하게 사랑했지만 오늘,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직장동료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요금 폭탄을 던지고. 심지어는 서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SNS 탐색부터 미행까지! 헤어져, 라고 말한 후에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들었다 놨다 밀었다 당겼다, 사랑할 때보다 더 뜨거워진 동희와 영. 연애가 원래 이런 건가요?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이 그렇게 펼쳐진다.
연인 이동희와 장영은 3년 연애 끝에 과감히 헤어졌고, 둘을 다큐멘터리처럼 인터뷰하며 극 상황을 전개해간다. 서로가 쿨한 척 영은 "왜 슬퍼요?"라며 컽으로는 태연한척하지만 자신의 방에 들어가 대성통곡하고, 동희는 남자답게 "XX, 해방이다"를 외치며 이제서야 자유인이 됐다며 좋아한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랬을까? 동희는 새로 사귄 여친을 대동한 술자리에서 '장영 XX년'하며 술주정과 행패를 부리고 다른 장소에선 영 또한 동희를 증오한다. 은행 직장동료인 이들은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이다. 서로에게 사준 물건과 돈까지 토해 내라며 둘다 찌질하게 군다. 말 그대로 연애의 흔적을 없애겠다는 것. 그렇게 완벽히 헤어지는가 싶었는데 얼굴을 보니 마냥 으르릉이다.
동희가 어린 대학생 처자를 본격적으로 사귀고, 영은 직장선배를 사귀면서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흐른다. 서로를 탐색하기에 이르고, 영은 직장선배랑 그만 술 기운에 하룻밤 자고 만다. 그런데 몰카까지 찍히면서 직장내 그 소문이 떠돌게 된다. 회사 워크샵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동희는 순간 빡침이 올라오자, 그 차장이라는 놈팽이를 훌씬 두들겨 패준다. 이런 동희의 오지랖에 영은 잠시 혼란이 오고, 둘은 그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사귀게 된다. 그러면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었을까?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웬지 서로가 서먹해지고 또 헤어질까봐 조심하게 되면서 무미건조해진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은 무려 82% 그 중에서 성공할 확률은 고작 3%, 동희와 영은 그 3프로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래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연애가 힘든 거다.
솔직 담백하게 그린 현실적인 연애담 '연애의 온도', 당신 커플은 몇 도?
영화 <연애의 온도>는 한마디로 솔직 담백한 연애물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운치를 보이거나 우연을 가장하며 판타지스럽게 두 남녀를 멋지게 그리질 않는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타입이다. 그래서 간혹 이들의 연애담이 영화스럽지 못하게 밋밋해 보이는 구석이 있다. 대신에 영화 속 영화(다큐멘터리)의 구성이라는 플롯을 이용해 변용을 꾀하며 주목을 끈다. 애초 '헤어지다; 그와 그녀의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영화는 두 주인공 위주로 찍은 연애의 다큐를 영화 안에 다시 녹여내는 방식으로 연애담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잘 알려지 않은 신예 여감독 '노덕' 특유의 섬세함과 자전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왔다는 전언처럼, 연애의 감정을 공감 백프로에 가깝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만하다. 포장이 아닌 보통의 '현실연애'의 디테일한 풍경을 포착해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가 한창 뜨거울 땐, 비밀공간에서 은밀하게 즐기는 사내연예는 물론 그의 집에서 하루 종일 같이 보내기, 평일 월차 내고 놀이공원행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헤어지고 냉냉해졌을 땐, 연애시절 베푼 걸 다시 회수하는 작업들을 그린다. 빌렸던 노트북 박살내서 돌려주기, SNS 비밀번호 알아내세 내 멋대로 채팅하기, 남들 보는 앞에서 거침없는 육두문자와 육탄전을 벌이며 연애중 보다 헤어졌을 때가 확실히 진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다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활력있는 연애를 할 것 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걸 영화는 말하고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탓에 더욱 조심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무미건조한 연애로 빠지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후반에 솔직하게 담아낸다.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반복의 모습을 통해 '연애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실체를 까발리며 현실연애란 이런 거다를 주창한 것이다. 이민기의 치사해 보이면서 저돌적이고 때론 사랑의 감정선을 타는 연기와 평범한 여자의 일상적 연애의 모습과 감정을 제대로 보여준 김민희는 발군이다. (전작 <화차> 때완 색다르게 이런 모습에 제격이 아닐 수 없다)
둘의 앙상블은 좋았으며 사실적인 연기로 한몫해 연애담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구석은 보통의 현실 연애를 직관적으로 다루다보니, 영화적으로 크게 어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실, 그래도 영화니까 현실하고 다른 무언가 색다른 연애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소위 밋밋하다고 할까. 그것은 현실감이 주는 느낌에서 오는 어떤 반사작용 때문일지도. 그래도 제목 '연애의 온도'처럼 냉온탕을 오가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애의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선보이는 몰입감은 좋은 편이다.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펼치는 주변 인물들의 가쉽거리도 쏠쏠한 재미가 있고,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튀지않게 말 그대로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연애영화란 점에 이견은 없다. 판타지를 입혀 두 남녀 주인공을 멋스럽게 그리거나 로맨틱 코메디처럼 큰 웃음을 선사하는 건 아니여도, 우리의 현실 연애가 '다 그렇고 그런 거지'하는 상념을 <연애의 온도>를 통해서 목도하게 될 것이다. 과연 연애중이라면 당신의 연애의 온도는 몇 도인가? 뜨겁거나 차갑게.. 혹은 밍숭맹숭하게. 그렇다면 둘이 손 꼭잡고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6959&mid=20040#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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