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거침없는 가족사를 담은 듯한 모양새를 띄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 제목부터가 유쾌한 기운을 발산하는 이 영화는 일종의 코믹한 가족 드라마다. 한 가장을 중심으로 혼연일체돼 "애쓰지 말고 남쪽으로 튀어"라는 문구처럼 그들은 그렇게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주한다. 국가의 간섭이 미치치 못하는 자연의 섬으로.. 그것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단순하고 단란한 가족의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며 자유인을 노렸던 한 남자가 중심에 서며, 유쾌하면서도 영화내내 뼈있는 대사와 행동거지로 국가에 반하는 이 시대의 갑으로 떠오른 '최해갑'. 이젠 천만배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김윤석'이 또 한번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으면서 주목을 끈 영화다. 둘의 시너지가 제작 과정에서 대본 수정과 개입 등 다소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치더라도, 영화는 그런 걸 불식시킬 정도로 유쾌하다. 하지만 그 유쾌함은 내내 지배하지 않고 소소한 타입으로 그쳤으니, "나 대한민국 국민 안 해"를 외치며 '북쪽으로 튀어' 했으면 위험할뻔한 영화 '남쪽으로 튀어'.. 이들 최해갑 가족에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못마땅한 건 안 하고, 할말은 하는 이 시대의 갑, 최해갑 가족이 온다!
못 마땅한 건 안하고, 할 말은 하며 살고 싶은 최해갑(김윤석)과 가족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남들과 달라도 잘 살수 있다고 믿는 그들은 행복을 찾아 남쪽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섬을 뒤흔드는 뜻밖의 사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사실 영화는 별거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우리네 사는 가족의 모습과 다를 게 없으나, 이 집안의 가장인 '최해갑' 때문에 가족이 주목을 받는다. 한마디로 최해갑은 '꼴통'이다. 대충대충 적당히 타협하며 가족들 의식주 챙기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을, 최해갑은 모든 걸 부정한다. 국가의 간섭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마치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처럼 투사를 연상케 한다. 실제 그의 과거 전력이 그랬으니, 그게 영화 속 최해갑의 캐릭터다. 할말은 하고 살지만, 그 수준이 불순분자같이 보일 정도로 유쾌하게 제멋대로 대드는 방식이다. 급기야 이래저래 간섭을 피해 고향후배와 조부가 남긴 '들섬'의 고향땅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게 된 최해갑네 가족들. 이때부터 팍팍했던 도시생활을 마치고, 그렇게 고대하던 자연과 함께 자유인이 된 듯이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곳이 리조트 개발건으로 철거될 위기로 몰리자, 최해갑은 사즉생의 각오로 그 땅을 지키고자 가족들과 고군분투하는데.. 과연 그들은 따뜻한 남쪽의 그 땅을 지키며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시대를 거부하며 자유인이 된 최해갑은 그렇게 또 다시 어디로 튈지도 모를 일이다.
책 리뷰 : http://mlkangho.egloos.com/10601563 - 1권, http://mlkangho.egloos.com/10606435 - 2권
이 영화는 아는 사람들 알지만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인기 코믹소설 <공중그네> 속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로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 <남쪽으로 튀어>가 원작이다. 이미 국내에 번역된지는 꽤 됐고, 개인적으로도 2010년 가을 경에 두 권을 읽고서 영화보다 자세하게 각 권 리뷰를 남긴 적이 있었다. 지금 다시 훑어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영화를 보면서도 주요 장면들이 원작과 오버랩돼 낯설지 않은 기운을 계속 느끼기도 했다. 원작소설은 '우에하라 지로'라는 한 소년에 중점을 맞추는 분위기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2권에선 섬으로 이사를 오게 된 지로네 가족들의 사투를 재밌고도 유쾌하게, 이때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가 전면에 나서는 걸로 방점을 찍은 작품이었다. 일견 시대를 반영하듯 사회소설처럼 느껴질 정도로 일본 특유의 유쾌한 비판이 들어가 단순한 소설은 아니였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여하튼 안 읽어 보신 분들이 있다면 영화와 함께 챙겨서들 읽어 보시길.. ㅎ
시대를 거부한 최해갑 가족의 소소하지만 유쾌한 일탈기 '남쪽으로 튀어'
이렇게 일본 원작소설을 토대로 새롭게(?) 각색된 한국판 <남쪽으로 튀어>는 코믹한 가족 드라마다. 오쿠다 히데오 원작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우리식 정서에 맞게 탈바꿈된 이야기는 많을 걸 공감케하고 시사했다. 누구나 세금을 내고 국가의 범주 안에서 나름 열심히들 살아가는 국민들을 자처하지만, 한번쯤은 국가에 반한 행동과 의견을 비출 때가 간혹 있듯이, 최해갑은 그런 정신으로 똘똘무장한 백수형 타입의 한마디로 무정부의자. 그래서 국정원 요원 둘이 그를 24시간 감시하며 코믹스럽게 붙어다녔는데.. 어떻게 보면 정치적 인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그런 색깔 보다는 무채색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젠 영화판에서 그만의 입지가 굳건해진 '김윤석'의 아우라가 이번에도 빛을 발하며, 최해갑의 캐릭터를 제대로 선보인 것이다. 얼핏 연기하는 모습이나 느낌이 머리만 덥수룩해진 <완득이> 속 '똥주샘'이 연상되는 지점이긴 해도, 시대와 국가를 거부한 채 가족들을 데리고 섬으로 내려간 그야말로 가족애로 똘똘뭉친 그런 가장이였다.
그리고 오래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최해갑 부인 역에 오연수 또한 부창부수답게 나름 찰떡호흡을 과시. 고향후배로 나온 김성균의 홍만덕 역 또한 기본은 했고, 그외 최해갑의 1남2녀로 나온 세 명의 자식들도 재밌게 묘사됐다. 특히 원작소설 속 '지로'의 캐릭터 보단 좀 유하게 나온 백승환군의 똘끼는 그냥 귀요미 수준. 아무튼 국가의 시스템을 거부한 채 무소유스럽게 자연인으로 살고자 남쪽으로 튄 최해갑네 가족 이야기는 영화내내 유쾌한 기운을 발산했다. 극 자체가 다소 심심하게 전개되는 연출의 아쉬움이 느껴지면서도, 최해갑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선동질처럼 보이는 일탈의 모양새를 띄며 각박한 우리네 삶을 벗어나 동경케 만든 판타지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영화적 매력이 발견된다. 종국엔 임팩트한 거 없이 소소하게 무난하게 그려낸 따뜻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였을까. 도시와 전원에서 펼쳐진 최해갑 가족의 유쾌한 일탈은 그렇게 그려지고 완성된 것이다. 뭐, 가끔은 누구나 어디론가 튀고 싶을 때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3715&mid=19645#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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