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충만 코믹호러로 기치를 내건 영화 <점쟁이들>은 다소 색다른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결 볼만한 건 기본 장르가 코믹인지 호러인지 애매하다는 점이다. 물론 둘을 섞어서 지향하지만 코믹적 분위기에 호러가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호러적 분위기에 코믹이 들어간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 못하고 그때 그때 가쉽성으로 휘발돼 버린 느낌이다. 한마디로 기운충만 '코믹호러'는 충만되지 못하게 점을 치고선 복채가 아까울 정도. 전작 <시실리2km>와 <차우>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서 사실 기대치도 있었지만, 그 특유의 기발함은 발현되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영화란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게 다, 그만의 코믹지존 '김수로' 특유의 애드립이 저지른 참사일지도 모를 일.. 아무튼 한국식 정서를 지배하는 '점' 문화를 스크린으로 뽑아내며 제목처럼 '점쟁이들'을 희화하면서도 비꼬는 특유의 모양새는 좋은 듯 했으나, 코믹호러에 빵빵 터지거나 무서운 건 고사하고, 실소만 몇 번 나오는 수준에다 마지막 악귀와 한판 대결은 '어이상실'이었으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굿판에 끼어든 관객들은 복채를 아까워 할 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안 그런가..
한국의 버뮤다 삼각지로 불리는 신들린 마을 ‘울진리’
수 십 년간 되풀이 되고 있는 미스터리 사건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점쟁이들’이 모였다!
점쟁이들의 리더이자 귀신 쫓는 점쟁이 박선생(김수로), 공학박사 출신의 과학 하는 점쟁이 석현(이제훈), 탑골공원에서 활동중인 귀신 보는 점쟁이 심인(곽도원), 사물을 통해 과거 보는 점쟁이 승희(김윤혜), 미래를 보는 초딩 점쟁이 월광(양경모), 그리고 사건을 취재를 위해 이들과 함께 하는 특종 전문 기자 찬영(강예원)까지… 이들이 마주하게 된 엄청난 저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 과연 점쟁이들은 누구도 해결 못한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전국에 난다긴다는 점쟁이들이 다 모였다. 아니 그 전에 각기 개성이 독특한 5명의 주인공 점쟁이들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영화는 포문을 연다. 여기에 대기업 비리 전문털기 여기자까지 합세하며 저 땅끝 마을에나 있을 법한 '울진리'에 다들 모이게 된다. 악귀의 원혼이 깃든 건지, 수십년에 이어져온 저주를 풀기위해서 이들은 천도재를 올리며 기세좋게 나서지만.. 여기엔 점쟁이들의 수장 박선생이 개발이권과 관련돼 사주를 받은 사실이 들통나면서 다른 점쟁이들은 떠나고, 주인공 4명의 점쟁이들과 여기자만 남아서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풀기로 뛰어든다. 여기자 찬영은 과거 아버지가 기자였던 시절에 취재한 이쪽 기사들을 훑으면서 서서히 실체에 다가가고, 허세충만 박선생은 계속 허당스럽게 가오만 잡고, 과학을 맹신하는 퇴마사 석현은 각종 장비로 이들을 돕고, 그외 점쟁이도 각각 포지션별로 자리만 잡은 채 병풍을 자처. 특히 초딩 점쟁이 월광과 미모의 춘천 타로쟁이 승희 역이 더욱 그래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울진리 마을 사람들의 공격적인 훼방이 벌어지고, 과거 일제시대에 보물선이라는 뜬금없는 실체에 다가가며 검은구름 형상의 악귀와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정말 후반은 어이상실 그 자체. 이게 진정한 '코믹호러'라 본 것인지, 신 감독의 연출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 말이 나와서 그렇지, 이번 영화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누구인지 모를 사람은 많다. 신창원도 아니고.. 하지만 영화 <시실리2km>나 <차우>를 본 관객 입장에서 이들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아하' 대충 감이 오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낌이 전혀 색다르거나 그렇다고 독특하지 않다는 점. '코믹호러'라는 장르는 전작들에서 있었던 것이고, 여기 <점쟁이들>에서도 그런 기세로 나섰지만, 그 어떤 당위나 동력도 부여받지 못한 채 독창성은 결여돼, 가끔 터지는 단발적인 웃음에 기대며 극을 전개시켜 나갈 뿐이다. 위의 홍보 캡쳐처럼 신 감독 스타일을 전작을 언급하며 그만의 웃음 포인트를 알고 보면 더 재밌다고 했지만, 차라리 알지 못하고 보는 게 나을 정도로, '코믹호러' 연장선의 삼부작이라 봤을 때 '점쟁이들'이 최하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04년작 '시실리2km'는 여러모로 나름 대단한 작품이었다?! (거기서 58년 개띠 '우현'을 보고선 빵 터졌으니..)
'점쟁이들', '코믹호러' 굿판 보러 간 관객들 아까운 '복채' 생각나게 만들다.
그래서 '점쟁이들'은 이들 캐릭터 색깔에 주안점을 두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각양각색의 4인방 점쟁이들, 전국구로 활동중인 귀신 쫓는 박선생 역에 김수로, 무속 보다는 과학을 중시하는 공학박사 점쟁이 석현 역에 이제훈, 절간에서 뛰쳐나온 땡중으로 귀신 보는 점쟁이 심인도사 역에 곽도원, 춘천에서 타로로 점을 치는 미모의 점쟁이 승희 역에 김윤혜, 어린 넘이 신기가 있어 미래를 볼 줄 아는 꼬마 점쟁이 월광 역에 양경모, 그리고 이들 4인방 속에서 진짜 개고생을 자처한 특종 전문 기자 찬영 역에 강예원까지.. 캐릭터들이 한바탕 저지른 좌충우돌은 그럭저럭 볼만했다. 하지만 일개 소동극스런 이들의 굿판은 그 어떤 진지함이라든지, 코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자연스런 웃음을 선사하지 못했다. 코믹지존 김수로의 애드립은 초코파이를 몰래 먹는 씬으로 회자되는데 이젠 웃기기 보다는, 그 특유의 허세적 코믹장기일 뿐, 여기자로 나선 강예원의 모습 조차도 <해운대>와 <퀵>에서 보여준 그 이미지 그대로 답습한 수준.
그나마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에서 떠오른 충무로 신예스타 '이제훈'의 색다른 코믹적 모습이 주목할 대목. 특히 물을 무서워해 샤워도 못하고 물티슈로 온몸 구석구석을 닦는 씬은 유일하게 빵빵 터진 부분이었다. (저 위의 그림. 그걸 뒤에서 강예원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외 곽도원의 스님 분전은 어울린 듯 싶지만 큰 역할은 없었다는 거. 김윤혜의 미모와 초딩 월광의 어른스런 점쟁이 말투도 그다지. 아무튼 영화는 다소 B급스런 캐릭터적 색깔은 분명했으나,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소동극스럽게 굿판을 버렸지만, 기운과 웃음 충만은 고사하고 '코믹호러' 그 특유의 색깔을 내지 못했다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코믹도 호러도 아닌 이들 굿판을 보러간 관객들 다수는 '복채' 생각이 날 정도로, 영화 '점쟁이들'은 그런 류의 영화였다는 점. 원톱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팀 플레이'가 이래서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천만을 넘긴 대박의 <도둑들>과 중박의 <바람사>와는 분명 차원이 다르면서도 그 차원을 넘지 못했다는 게 이 영화의 한계점이다. '코믹호러'도 이젠 잔재미 보다는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메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8453&mid=18564#tab
PS : 실제 한국의 점쟁이들이 태국으로 단체 관광을 갔을 때 벌어졌던 실화에서 시작해.. 최근 론칭된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산적수괴 이성계로 분전 중인 '지진희'가 본 영화 시나리오의 원안 제공자라니.. 나름 능력자?! 하지만 결과는 시망 분위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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