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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짧지만 주목된 '경창부원군'의 서글픈 독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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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판타지와 역사물 사이에 놓인 팩션 퓨전사극 '신의'가 월화극에서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맞나?! 그런데 역사 속 이야기의 탈을 쓰고 있는지라 온리 허구로만 일관되게 그릴 순 없다. 고려말을 장식했던 최영과 공민왕이 버티고 있는 한 이것도 엄연히 사극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런 역사 속 인물 때문에 '신의'를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당시 실세의 권력가 '기철'을 비롯해 조일신의 난을 일으킨 '조일신', 그리고 공민왕과 쏠라닥질 같은 감정에 휩싸인 노국공주 등이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이런 모든 걸 날려버릴 기세로 나선 캐릭터가 있었으니, 누가 뭐래도 좌충우돌 푼수끼로 무장한 하늘에서 오셨다는 의선 '유은수'가 아닐까.. ㅎ



지난 주 5회였었나, 기철씨에게 퍽큐와 고투헬 저주를 날리며 깜놀시킨 그녀였다. 뭐, 여기서 김희선의 그런 재미진 극 중 역할을 얘기할려는 건 아니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언급을 간단히 할려고 한다. 이후 6회에서 등장한 인물 중 '경창부원군'이 있어 눈길이 가는 가운데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전에 우린 고려시대 중후반을 책임진 왕들 순서를 알 필요가 있다. 극중 은수 처자는 역사를 많이 알지 못해도 왕들 순서는 잘 외웠다고 자부하는데.. 강호도 그 정돈 외우고 있다. ㅎ

옆동네 얘기긴 해도 사극 <무신>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고종'때다. 그 고종이 원나라의 공격을 무려 7차례나 견텨 낼 정도로 40여 년동안 나름 고생했던 왕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 고종의 아들 '원종'은 친몽 정책을 펼치면서 이때부터 고려는 굴욕적으로 원나라 지배를 받기 시작됐다. 이후 왕들이 원에게 작호를 받는 등, 충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충'(忠)가 오롯이 새겨졌으니 6명의 왕들이 그러했다.

23대 고종과 24대 원종 이후..

25대 충왕 - 원나라에 끌려다닌 충렬왕
26대 충왕 - 고려 왕실을 내팽개친 충선왕
27대 충왕 - 온갖 시련을 겪은 충숙왕 (공민왕의 부왕)
28대 충왕 - 천하의 폭군 충혜왕 (공민왕의 형)
29대 충왕 -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충목왕
30대 충왕 - 아무것도 모르고 죽은 불쌍한 충정왕

이런 충자로 시작되는 왕들은 저번에도 언급했듯이, '열선숙-혜목정'으로 외우면 쉽다.

31대 공민왕 - 고려 국권을 회복시킨 공민왕
32대 우왕 - 위화도 회군으로 쫓겨나는 우왕
33대 창왕 - 가짜로 몰려 쫓겨나는 소년 왕 창왕
34대 공양왕 - 고려 왕조의 최후를 맞이한 공양왕

이것이 고려사 후반을 책임진 왕들의 순서이자 간략한 그들의 개요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신의'에 나온 왕들 중심으로 족보가 어떻게 될까? 먼저 공민왕은 충숙왕의 서자다. 그 장남이 바로 충혜왕으로 공민왕의 형이다. 이미 이 분은 4회에서 나왔었다. 나름의 사이코패스 기질로 나와서 음주가무에 능통한 폭군의 이미지로 적월대 홍일점 처자를 취할려는 무리수를 두셨던 분으로.. 최민수 대장을 단칼에 골로 보내버린 막장 군주였다. 역사도 날마다 술판을 벌이고 짐승 같은 행동을 서슴치 않은 그를 폭군으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충혜왕의 동생 공민왕은 형과 다르게 그나마 고심하고 번뇌하며 이런 악연의 고리를 끊고자 노력했다. 실추된 고려 국권 회복에 앞장섰는데.. 그전에 비운의 역사가 앞서서 두 어린 조카들에게 있었다. 이런 조카들의 부왕이었지만, 워낙 막장짓에 원나라도 기가 찰 노릇이었으니, 충혜왕은 몇 번을 잡혔다가 풀려나는 등 고초를 겪다가 귀양 가는 도중 30세 나이로 비참하게 죽었다고 한다. 아마도 독살된 것으로 추정. 여하튼 이런 충혜왕이 죽은 후 세자의 몸으로 외할아버가 되는 원나라 순제 앞에 가서 작호를 받았으니 그가 바로 충목왕이다. 왕위에 오를 때 12살 어린 나이여서 몽고 출신의 덕녕공주가 섭정을 하게 됐고, 충목왕은 갑자기 병이 들어 12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신돈' 속 정보석의 공민왕과는 다르게 색다른 '공민왕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류덕환..)

이런 충목왕이 어린 나이에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자 충혜왕의 서자이자 충목왕의 동생 왕저가 왕위를 이었으니 그가 바로 충자의 마지막을 이은 충정왕이다. 그 또한 1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서 정치력이 거의 없었다. 기존의 덕녕공주와 어바마마 희비 윤씨 세력 사이에 치열한 권력 다툼 속에서 희생양이 될 뿐이었다. 때문에 나라가 어수선해졌고 1350년부터 경상도를 중심으로 왜구가 노략질을 일삼는 바람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고려 조정은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왜구 침략에 관리들은 도망가기 일쑤.

이렇게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전국이 뒤숭숭해지자 원나라 순제는 고려 조정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충정왕을 쫓아내고 강릉대군 왕기를 왕으로 세우게 됐다. 그가 바로 '공민왕'으로 이때가 1352년 10월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결국 왕위에서 쫓겨난 충정왕은 강화도에 귀양 가 몇 개월 동안 쓸쓸히 지내다가 1352년 3월 15세 어린 나이에 독살되고 만다. 그게 공민왕에 의한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어쨌든 충정왕도 앞선 충목왕과 같이 어린 나이에 죽은 비운의 왕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6회에서 나온 '충정왕'이자 경창부원군은 죽을 운명에 처해졌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그것을 '신의'는 기철의 음모로 그리며 최영을 끌어들여 그 어린 왕을 데리고 역모를 꾀한다는 설정으로 몰아치고 있는 것. 6회 말미가 그랬다. 최영은 예상치못한 자객들의 습격에 불가피하게 유배중이던 경창군과 은수를 데리고 나와 자신들을 막아선 관군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데, 갑자기 자객들이 방향을 틀어 관군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지며 엔딩을 맞아 최영이 경창군을 옹립하려는 역모죄에 휘말렸음을 암시해 긴장감을 높였던 씬이었다. 한마디로 사극류에서 뻔한 역모죄로 몰아가기 위한 수순이자, 그 재료감으로 선왕 경창부원군을 쓴 것이다.

고려역사 속 충정왕의 독살을 '신의' 식으로 그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다

물론 이 부분은 팩트와 픽션이 가미된 것으로 봐야겠으나, 어찌됐든 선왕 경창부원군은 드라마 전개상 최영을 궁지로 몰아가는 매개체이자, 공민왕과 최영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이른바 기철에게 이용당하는 작전세력이라 볼 수가 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어제(3일) 7회에선 결국 경창군을 빼돌리며 반역으로 몰린 천하의 똘장군 최영이 관군에 포위돼 무릎까지 꿇으며 허망하게 시선을 내리꽂고 있다. -(은수는 저 반대편에 서 있고)- 물론 이런 모든 게 고투헬 기철의 주도하에 기밀하게 짜여진 것이지만, 어쨌든 고려 역사 속 존재감 1g도 없어 보이는 어린 충정왕 경창군의 출현은 극 전개상 필수불가결하게 최영과 연결 고리로 작용시켜 그려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 경창군을 옥죄온 건 덕성부원군 기철의 생사여탈권 압박이었다. 결국 최영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딜레마 속에서 어린 경창군은 기철이 건네준 화고독을 마시고 서서히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고 말았으니, 역사 속 경창부원군은 그렇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영아, 아프다, 너무 아퍼.." 하자, 최영은 "제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하며 어린 경창군을 끌어안았고, 결국 영의 손에 의해서 안락사로 운명의 끈을 놓고 말았다. "전하, 많이 아프십니까?" 캬.. 이런 어린 선왕의 죽음은 짧고도 주목된 존재감으로 나름 심금을 울리는 씬이 아닐 수 없었으니.. 충정왕은 그렇게 '신의'식으로 가셨다. 이에 분노의 최영은 기철을 공격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이미 폐위당한 경창군까지 빼돌리며 죽게 한 최영의 죄는 씻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회복이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건 원래 사극 속 주인공들의 시련인  셈이다. 뜻하지 않게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반역의 역모로 몰리는 그림들.. 퓨전사극 '신의'도 크게 다를 바 없음이다. 아무튼 기철이 놓은 덧에 알면서도 경창군 때문에 역모죄로 몰린 최영은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역사 속 인물을 가지고 그리는 팩션, 그러면서도 무협 판타지의 쏠쏠한 재미까지 견지한 '신의' 속 이야기는 계속된다. 의외로 열쇠는 여주인공 은수 처자가 기철에 호응하듯 맞서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인의 형상을 한 그녀만의 개그는 계속된다. "이봐요 기철씨! 고투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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