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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마동석'같은 이웃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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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람>은 우리가 같이 살고있는 이웃들 중에 '살인마'가 있다는 소재로 다시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한 편의 사회극 같은 범죄 스릴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스릴러다운 면모를 보이진 않는다. 꽤 현실적이고 드라마를 지향한다. 다소 밋밋할 수 있으나, 영화적 사운드와 분위기를 통해서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런데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 원작이 히트 치면서 영화로 연출돼 소스는 이미 나왔다. -(개인적으로 강풀 원작인 동명의 웹툰은 안 봤다. 그 얘기는 여기서 논외)- 알다시피, 살인마는 102호에 사는 승혁 역에 '김성균'이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선 저 천인공노할 미친 넘을 어떻게 잡아서 족쳐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풀어내는 맛이 영화적 연출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데.. 전체적 배분으로 따지면 초중반이 좋고 중반 이후 막판으로 가기 전이 좀 어긋난 느낌이랄까. 마지막은 좀 코믹스런(?) 느낌도 드는 게.. 어쨌든 바로 2층 윗집 여중생을 납치해 지하실에 감금하고 무참히 토막 살인한 미친 놈이다. 할배 경비원까지 죽이고, 가방가게 아저씨까지 감금하는 등, 재개발로 이래저래 낡아빠진 맨션주택엔 그런 살인마와 이웃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죽은 소녀도, 살인마도, 그를 막는 사람들도 모두 <이웃사람>

202호 소녀의 죽음, 그리고 열흘 간격으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범인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강산맨션의 이웃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그러던 중 이웃사람들은 수십 만원대의 수도세, 사건발생일마다 배달시키는 피자, 사체가 담긴 가방과 똑 같은 가방을 사 간 102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인마 또한 이웃사람들을 눈치채기 시작하고, 두 번째 소녀의 죽음을 막기 위한 마지막 대결이 시작되는데…



본 영화는 수많은 캐릭터 아니, 낯설지 않게 소소한 이웃사람 캐릭터들이 포진해 있다. 이미 시놉시스에 나와 있듯이, 극중 이름 대신 실명을 써서 보자면.. 강산맨션 야간병비원으로 묘한 비밀을 간직한 천호진, 무참히 살해 당한 후 일주일째 집으로 환영처럼 돌아오는 소녀 김새론, 그런 죽은 소녀의 환영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 새엄마 김윤진, 맨션상가 가방가게 주인 임하룡과 피자가게 배달원 도지환, 죽은 소녀와 똑닮은 여중생으로 또다른 김새론, 그 여중생의 엄마이자 부녀회장 장영남, 그리고 딱 조폭 스타일의 악질 사채업자 마동석과 이런 이웃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살인마 김성균까지.. 이렇게 10명 내외의 인물들이 적시적소에 배치돼 있다. 그런데 이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마동석 캐릭터다. -(물론 사견일 수 있다는 점)-나머진 우리가 흔히 보는 소소한 스타일의 이웃들이다.



악질 사채업자로 안하무인격에 장애인 차량 딱지를 붙이고 주차에 민감한 이 아저씨의 포지션의 일종의 수호신(?) 같은 역이다. 이게 다소 비약일지 몰라도, 강호가 보기엔 그랬다. 분명히 동네 여중생이 그렇게 살해되고 다른 경비원이 살해돼 사라졌음에도 다른 이웃들은 집값이 떨어질세라 쉬쉬하기 바빴다. 김성균이 토막 살인 후 시체를 담기 위한 가방을 몇차례 살 동안 가방가게 주인 임하룡은 부인의 만류로 신고를 하지 않았고, 부녀회장 장영남 조차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음에도 그 무서운 분위기에 그냥 넘어가는 수준. 피자가게 배달원 도지환은 그나마 서비스 쿠폰으로 몇차례 피자를 배달하며 의심만 했지, 신고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죽은 소녀의 새엄마 김윤진은 '멘붕'에 빠진 상태에서 그런 김성균을 보고도 무서워 피할 뿐이었다. 심지어 안경낀 할배 경비원이 죽고 나서 계단 바닥이 피로 흥건한 걸 닦는 그를 보고도 그냥 무서워 지나쳤었다. 아니, 그런 피바다를 보고서 신고를 안 할 수가 있는건지.. 이건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데 맨션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천호진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다. 분명히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음에도 신고는커녕 시달리는 모양새로 종국엔 이곳을 무작정 떠나려는 무리수를 둔다. 그 어떤 과거의 과오와 죄책감일 수 있겠으나.. 그런 딜레마는 이 중년의 아저씨를 계속 무겁게 짓눌렀다. -(기무라 타로를 여기서 또 보다니..)- 그것도 모르고 영화내내 귀엽게 사랑의 복지센터 전단지를 돌리는 또다른 여중생 김새론양의 분주한 모습이 영화적 무게감을 덜어내고 있을 뿐. 유독 무대뽀 스타일의 악질 사채업자 마동석의 캐릭터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살인마가 살고 있는지도 아니면 알면서도 관심도 없는 건지, 아침 일찍 나갔다 밤에 들어오는 터라 그런 내막을 잘 모르는 분위기 정도. 하지만 번번히 자신의 장애인 주차구역에 버젓이 대논 김성균 차를 발견하곤, 비오는 날 먼지나게 개패듯 쌍욕을 하며 그를 폭압적으로 짓누른다. 살인마의 포스는 날라가고 한 순간 깨갱한 김성균.. ㅎ

그럴수록 이 넘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욱 부채질해 또다른 김새론을 죽이려 드는데..



우리 <이웃사람>에 '살인마'가 살고 있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어쨌든 영화 전반적으로 꽤 암울하거나 그렇게 깔끄장한 정도는 아니다. 나름 센세이션널했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급은 아니고, 살해 장면이나 시체유기 같은 건 아예 보여주질 않는다. 풀샷으로 목과 가슴을 찌르는 순간, 이른바 피가 뿜어져 솟구치는 장면들은 없다. 카메라를 돌려 상상에 맡기는 타입이다. 물론 그런 게 더 잔혹할 수도 있겠으나, 올초 <범죄와의 전쟁>으로 "살아있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성균'의 살인마 연기는 꽤 어울리게 연출됐다. 다소 선한 얼굴이 아니다 보니, 꽤재재하게 나와 양키스 모자에 후질그레한 점퍼 스타일로 일관, 진짜 이웃에서 그런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며 생활형(?) 타입의 살인마 연기를 제대로 선보였다. 좀더 디테일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지만, 얼굴 자체에 분위기는 꽤 좋고 이 정도면 무난했다. 피자를 게걸스럽게 먹는 것 자체가..

하지만 이런 살인마를 알게 모르게 혼줄을 내주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긴 '마동석'이야말로 이 영화의 나름 수훈갑이다. 개인적으론 <심야의 FM>에서 처음 보고선 저 놈이 범인인가 했다가 '연기 좋네'로 각인. 이후 <통증>에선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며 거기서도 사채업자로 나온 포스도 나름 굿.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에선 최민식의 매제로 나오며 가오만 잔뜩 잡다가 김성균한테 한방 얻어맞으면서 뭥미.. ㅎ 아무튼 이번에도 착한 모습이 아닌 힘좋게 나와서 눈길을 끌었던 마동석이었다. 실제 이런 악질 사채업자가 이웃에 산다면 그 또한 불편하겠지만, '살인은 노 그나마 의리는 예스'를 아는 나쁜 남자라면 이건 사실 게임도 되지 않는다. 영화적 캐릭터이긴 해도, 살인마를 법으로 심판 받기전 이런 처단은 마치 <친절한 금자씨>를 보듯 일종의 통쾌함까지 안긴다. 

이 지점에서 영화 <추적자>처럼 김윤석과 하정우의 대결 구도처럼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선 그런 대결이 아닌 지나치듯 싸움이 붙고 마지막에 좀 코믹하면서도 허무하게 한방에 끝난 게 아쉽긴 해도, 마동석 또한 영화 속 '이웃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미성년자 김새론양의 출연 때문인지, 하드코어적인 피칠갑의 범죄 스릴러가 아닌 '이웃사람'은 드라마적으로 우리네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사회극 스타일이다. 아직도 잊을만하면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무시무시한 살인과 성폭행 사건들.. 영화는 그런 걸 파고들며 가까운 우리 이웃에 그런 살인마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절대 영화가 될 수 없는 그런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언가 숨기고픈 군중의 모습과 심리를 그대로 담아내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살인마의 등장은 이 영화의 반전일 수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악질 사채업자로 분한 '마동석'이야말로 이 영화를 그나마 후련하게 만든 심리적 안착일 것이다. 살인마 김성균 보다는 사채업자 마동석 살아있네!!

결국 죽은 소녀가 내 집에 일주일째 들어온다는 그 심령에 살인마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3090&mid=18316#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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