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출발 때부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의 여심을 흔들줄이야.. 역시 줌마들의 파워는 아직도 세다. 아니 젊은 처자들에게 어떻게 보면 이건 일종의 로망이자 연애에 대한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미끈한 아이돌 스타가 없어도, 불혹을 갓 넘긴 여기 꽃중년들이 펼쳐내는 우정과 연애담은 꽤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한 측면을 부각시키며 주목을 끈 측면이 많기 때문. 사회적 지위와 돈이 여유롭게 안정적인 싱글남(한명은 제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우정을 과시하며 각자 맡은 연애담 속에서 그만의 품격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품격은 그렇게 고상하거나 한껏 가오를 잡는 게 아니다. 일견 모양도 빠지게 때론 삐걱대고 철부지처럼 보일 정도로 친근하고 익숙하다. (개인적으로 메인 포스터에서 4명이 자세잡고 서 있는 것 보다 이런 사진이 '신품'의 성격과 더 어울려 보인다)
보통 매너와 돈과 명예 등을 갖춘 '신사'라지만.. 이들은 신사 보다 자신들의 우정과 연애에 솔직한 남자들이 아니였을까.. 그런 점에서 '신사의 품격'은 연애의 정석 혹은 판타지적 측면을 다루며 주목을 끌어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런 남자들에 걸맞는(?) 여자들 아니 숙녀분들을 포진시켜 이야기를 꾸려왔다. 하나의 커플로 끌어가는 '로코물'도 재미난 반면에, 무려 4인4색 4커플의 로코로 내달리니 이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각각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에피소드는 서로의 캐릭터에게 시너지를 안기며 전체적으로도 조화가 잘 맞게 전개돼 '신품'의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이제 마무리 타임이 된 이때, 20%대에 안착하며 '신품'은 그렇게 갈무리 단계에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러블리한 4커플을 강호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본다. ~
1. '신품'의 주인공 격 커플이다. 김도진과 서이수.. 모습만 봐도 20대들처럼 풋풋하고 꽤 사랑스럽다. 물론 처음에 서이수가 김도진을 사랑한 건 아니였다. 첫사랑의 남자는 임태산(김수로)이였다. 그렇게 '태산앓이'를 하던 이 노처녀 교사에게 김도진이 불도저처럼 들이밀었다. 강남식으로 쿨하게 돈과 명예 사회적 지위를 동원하고 여자 좀 많이 만난 본 것처럼 구는 '불꽃독설가' 김도진의 매력에 서이수는 점점 빠져들었다. 앞선 그런 건 진심이 아닌 귀여운 허세일 뿐, 이 남자의 사랑법에 대한 진정성에 마음을 연 것이다. 이 정도면 땡큐였을지도.. 그러다 21살 때 사고를 쳐서 낳은 19살 '콜린'이라는 다 큰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멘붕'이 왔다. 결국 서이수는 감내하긴 힘들었지만 도진의 두번째이자 끝여자가 되기로 작정했다. 밀당이 아닌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는 서로가 마음을 아는 계기가 됐고, 그렇게 안착하며 갈무리 단계의 '신품'에서 지금 가장 행복해 하고 있다. 도진은 말한다. "우리 사랑 이대로 쭉 가는 걸로~"
2. 가장 현실적인 커플이 아닐까 싶다. 임태산과 홍세라(윤세아).. 특히 이런 커플이 낯설지 않은 게, 서로에게 부족함이 없지만 무언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선 '결혼은 노 연애는 예스'라고 견지를 하는 커플들.. 여기 홍세라가 그런 케이스다. 그러니 태산이는 죽을 맛이다. 연애만 해다가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이는 차고 넘쳤는데, 여자는 결혼을 싫어한다. 아이를 낳고 몸매가 나빠지는 걸 죽을만큼 싫어하는 섹시골프녀 홍세라에게 있어 그냥 이대로 연애만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게 이 커플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자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둘은 갈등했고, 서로의 상황을 주입시키며 일방적인 행보를 걸었다. 하지만 서서히 세라가 이 남자의 결혼 제안설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내 남자의 지킴을 평생 안정적으로 받을 생각에 세라도 수긍한 것. 쿨하게 센 척했던 세라의 마음 속에도 서서히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어진 것이다. 그게 바로 여자이고, 현실적인 여자로서 삶이 아니였을까.. 결혼하고도 섹시하게 골프는 계속 칠 수 있다. 태산이가 그렇게 보디가드를 해왔으니까. 캐리어우먼은 계속된다.
3. 최근에 화두가 된, 아니 어떻게 보면 '신품'에서 가장 가슴앓이를 많이 한 최윤과 임메아리 커플이다. 왜? 둘의 나이차는 무려 17살.. 임메아리는 임태산의 여동생이다. 친구의 여동생을 사랑한 죄.. 아니 사랑한 게 아니라 최윤은 진짜 동생처럼 귀엽게만 바라본 게 죄였다. 임메는 그런 게 아니라, 소싯적부터 윤이 오빠는 내꺼라고 점찍어 놓을 정도로 스토커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 오빠는 당최 사랑의 감정을 열지 않았다. 그러니 매번 화내고 눈물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그 두꺼운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신품'에서 윤진이의 전매특허가 될 정도로 나중엔 안쓰러울 보일 정도였다. 이 정도면 최윤도 마음을 열 만할텐데..-(어디서 그렇게 띠동갑을 뛰어넘는 젊고 이쁜 색시감을 만나겠는가..)-결국 최윤은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외국으로 떠날려는 임메를 잡아서 부둥켜 안았다. "그래, 이 오빠가 널 지켜줄께" 임메는 감정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임태산, 그는 절연까지 선언하며 둘 사이 관계를 처음부터 견지해 온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의 기분도 묘해졌다. 이젠 친구 최윤이 내 동생의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태산이만 오케이하면 이 커플의 사랑도 완성이 될지다.
4. 개인적으로 아니, 남자들이 제일 부러워할만한 이정록과 박민숙 커플이다. -(이종혁과 김정난이 이렇게 뜬 것도 간만이지 싶다.)- 위 커플들과 다르게 이들은 부부다. 그러면서 이른바 남자들이 꿈꿔온(?) 셔터맨.. 아내가 돈이 워낙 많아 그냥 문이나 열고 닫아주며 여생을 돈 걱정없이 무난하게 사는 거.. 여기 이정록이 그런 케이스다. '청담마녀'로 불리며 빌딩을 몇 개나 보유한 재력가 박민숙 아줌마.. 일견 싸가지도 없이 고자세의 강남 사모님처럼 행동하며 눈쌀을 찌푸리지만, 그런 도도함에는 인간미가 내재돼 있다. 무턱대고 돈지랄에 허세를 떠는 게 아니다. 그런 씀씀이엔 이유가 있고, 커피전문점과 술집을 운영케하는 남편을 종부리듯 하지만 사랑에 목말라온 그런 여자였다. 이정록, 이 남편이 워낙 바람끼가 심하고 철부지 스타일이라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도 사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여자로써 못 갖게 된 상황까지 겹치면서 박민숙 여사는 힘들어졌다. 최근 들어서 남편이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의부증은 갈수록 심해져 급기야 이혼선언까지 하고만 이 부인만의 사정.. 그렇게 헤어질 부부가 아니다. 보라, 이정록이 비록 철부지처럼 굴긴 해도,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스타일리쉬함을 견지한 채 아직도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유부남.. 박민숙 여사는 행복한기다. ㅎ
색깔이 분명한 4커플의 연애담을 그린 '신품'.. 로코물다운 품격이 서려있다.
이렇게 '신품'은 4인4색이 뚜렷한 4커플의 사랑 이야기 즉 연애담을 그리고 있다. 물론 한쪽은 부부커플이긴 해도, 그쪽도 부부간의 연애솔루션이라 봤을 때, '신품' 속 이야기는 연애 그 자체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연애가 보여줄 수 있는 정석적인 코스와 전개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장동건과 김하늘이 보여주는 커플은 한 남자의 구애방식에 초점을 맞추며 그 여자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연애를 말한다. 일종의 일방적 연애가 불러오는 상황들의 묘사가 그 안에 담겨져 있다. 불꽃독설이 얼마나 상처가 될지라도, 그것이 진심을 담아낸 사랑의 세레나데라면 독설이라도 좋다. 김도진은 원래 그런 게 매력이었으니까.. 김수로와 윤세아 커플이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연애를 오래했어도 남자든 여자든 한쪽에선 결혼은 'NO'라고 말할 때 닥치는 상황들이 리얼하다. 그게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남녀커플에게 제시하는 바가 아니였을까 싶다.
여기에 17살의 나이 차이로 연애의 딜레마에 빠진 김민종과 윤진이 커플이 보여주는 건 근원적 단상이다. 바로 친구의 여동생이라 더욱 조심스럽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나이 어린 여자의 일방적인 구애와 나이든 남자의 조건반사는 그렇게 허물어지며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시대 띠동갑 전후의 나이차를 극복한 커플들, 그들이 그렇게 만나고 교제하고 살아온 게 아니였을까.. 마지막으로 부부커플 이종혁과 김정난 케이스. 돈 많은 아내와 그런 아내가 차려준 가게를 운영하는 남자, 남부러울 것 없는 이 부부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게 바로 아이를 못가지게 되면서 오는 어떤 쓸쓸함과 철부지 남편으로 인한 아내의 고민거리들.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행복해 보인다. 절대 이혼할 수 없는 커플이다. 돈 많은 아내 앞에서 제대로 굽히고 굴복할 줄 아는 남자, 그렇게 흔치 않기 때문이다. ;;
어쨌든 '신품'의 이런 4커플을 보고 있으면, 꽤 총천연색스러운 연애의 정석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처럼 다가온다. 뭐, 장르가 그런 것이니까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 속에는 네남자의 우정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우정의 시작은 20년이 지났어도 여러가지 소스를 만들어내며 재미난 프롤로그를 통해서 과거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게 '신품'만이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이기도 한데.. 그래서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이들의 연애담은 꽤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하게 부각된다. 흔한 '밀당'으로 그리기 보다는 각각의 4인4색으로, 다소 쿨하면서도 센 척 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그래서 영화처럼 재밌다. 그것을 받아주고 결국엔 그 사랑 앞에서 함께 호흡하는 4명의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사랑스럽다. 그게 '신품'이 제대로 그려낸 4커플의 연애담이다. 어차피 '로코'가 판타지한 연애담을 담아낸지만, 현실을 반영하듯 '신품'처럼 찰지고 재밌게 또 와닿게 그리면 드라마로써 '품격'이 절로 사는 법이다. 이젠 2회가 남았단다.
여기 불혹을 갓 넘긴 꽃중년들 사랑의 세레나데에 건승을 기원하며.. 마지막회까지 닥본하는 걸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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