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에 예상이 가능한 그림이었다. 더군다나 오래되었지만 허영만의 원작만화까지 있는 상황에서 '각시탈'의 이야기는 사실 정체나 실체를 감추듯 드러낸 채 흘러가는 어떤 영웅담으로 그칠 공산이 컸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안에서 변용을 꾀한다. 그렇다고 그런 변용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드라마가 주는 감동적 코드를 근원적으로 끄집어내며 제대로 감정이입케 만든다. 그렇다. 이 넘의 몹쓸(?) 탈바가지가 문제였다. 그것도 형이 먼저 쓰는 바람에 불러오는 어떤 피바람 아니, 비극의 전조를 알리는 이강산으로 분한 신현준의 각시탈이었다. 위처럼 화려하고 정의롭고 영웅담스런 컨셉을 차치하더라도, 멘발의 기봉이와 한끗 차이 바보 이강산은 주야를 오가는 이중생활로 조선바닥을 누비며 영웅처럼 활약했다. 하지만 영웅에겐 시련이 따르는 법이다. 결국 어머니 한씨가 죽었다. 그것도 자신을 대신해서...

그전에 조일은행이 지불유예로 착복한 돈을 털어 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돌아온 이강산..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당도. 하지만 지붕 위에서 갑작스럽게 뛰어 내린 게 화근이었다. 그 넘의 탈바가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걸어오던 어머니 한씨가 "위에서 뛰어 내리면 안 된다"며 나무라며, 순간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주워들고 표정이 싸해졌다. 결국 한씨는 바보 아들의 정체를 알고 말았다. '아니.. 이넘이 니가 정녕.. 각시탈이었구나..' 그러나 한씨는 그런 걸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바보 아들을 애초롭게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다. 이씨 문중의 장손이 아비의 뜻을 이어서 이렇게 반도인들을 위해서 활약하고 있다니.. 내심 기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 강산은 그간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새가 없었다.

각시탈을 잡는 거라면 이강토를 따라 잡을만큼 혈안이 된 기무라 켄지(박주형)가 강산이네 집을 들이닥친 것. 여러차례 놓치고 깨지고 소위 빡이 돈 정말 악질 일본인다운 켄지는 나름 짱구를 굴리며 이강산을 잡아들이려 했다. 이강토 오목단을 두고 심지어 자신의 동생 슌지(박기웅)까지 각시탈이 아닌가 의심까지 한 켄지는 제대로 짚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켄지는 이강산에 총을 겨누며 “각시탈인 것 다 알고 왔다. 어디 미친척 해보라”며 “서로가 변명해보라”고 말했고, 이에 강산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게 정상적으로 사색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앞에서 바보 강산이 흉내를 낼수가 없을 정도로 위급존망이었다.
이때 강산이 각시탈임을 알아버린 어머니 한씨는 이강산을 말렸고, 아들에게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가로저은 한씨는 강산을 끌고 가려는 켄지를 막아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켄지가 쏜 총에 맞고 말았다. 그렇게 어머니는 온몸을 던져 아들을 정체를 끝까지 막은 것이다. 결국 강산은 어머니 한씨를 붙잡고 오열했고, 켄지는 '각시탈이 조일은행을 털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 나갔다. 그렇게 눈 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이강산은 결국 분노의 폭풍오열로 눈물을 한움큼 쏟아냈다. 말 그대로 신현준의 폭풍눈물 연기로, 어제(13일) 방영된 각시탈 5회 최고의 하이라이트자 마무리였다.

이렇게 각시탈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강토의 형 강산은 그렇게 바보와 영웅 사이를 오가며 1대 각시탈로 활약했지만, 이 자체가 비극적 운명을 예고하는 수순으로 가며 결국 어머니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다. 피를 나눈 형제애는 이런 어미의 죽음 앞에서 피끓는 복수로 일어설 판이다. 일본 앞잡이가 된 강토가 그렇게 각시탈을 잡으려 했지만, 그 정체가 형임을 아는 순간 말 그대로 '멘붕'으로 이어질 것이며, 형은 동생 손에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동생은 지나온 과오를 안고 대오각성 모드로 돌변, 형에 이어서 탈바가지를 쓰고 각시탈로 활약한다는 게 본 드라마의 전개과정이다. 다들 알다시피..
결국엔 이런 비극적 운명의 전조는 이강산이 자처한 각시탈로 인한 결과물들이다. 동생과 어머니까지 속이며 영웅으로 활약했지만, 돌아온 건 어미의 죽음과 동생의 계속된 압박 속에서 참된 형제애의 발현이다. 형은 그토록 동생을 사랑하고 아꼈다. 동생도 물론 그런 바보 형을 겉으론 미워했어도 진심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지난 주에 옆으로 누워서 형을 끌어안으며 실토했던 그 감정들처럼..

어쨌든 두 형제는 지금 위기의 절정으로 가고 있다. 이강토는 각시탈 잡기에 혈안이 되는 과정에서, 미끼로 던지며 자신이 총으로 쐈던 목단 처자가 첫사랑임에도 과거 그 강토임을 말하지 못했고, 절친 슌지마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에 좌절하듯 혼란스러워했다. 더군다나 강토를 처단할려고 온 섹시한 스파이 채홍주마저 과거 강토가 구해준 은인이었다는 점에서.. 이 네 명의 청춘남녀의 사각(?)관계가 미묘하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영웅담 속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러브라인 구도.. 뻔하고 흔한 설정이긴 해도, 각시탈의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남녀간의 사랑은 또 다른 비극을 낳는 결과가 될 거라 예상되지만.. 여하튼 드라마 내내 비극의 전조를 이미 알렸던 바보 이강산으로 분한 '신현준'의 각시탈은 이젠 작별을 고할 시간이 왔다.
오늘 밤 6회에서 바통 터치가 이루어질지.. 큰 아들은 그렇게 어미 뒤를 이어서 갈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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