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잘 나가는 미남배우의 망가짐으로 한껏 주목을 끄는 영화가 있으니 '차형사'다. 제목만 봐서는 일견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진중한 수사물도 아니거니와 개봉 전후로 눈길을 끌었던 이 영화의 포지셔닝은 닥치고 '코미디'다. 형사가 한껏 치장한 슬랩스틱 코믹을 구사하면서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자연스러움과 억지스러움의 경계에서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좌충우돌한다. 그것도 대책없이 시종일관..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소위 '병맛'의 기운도 감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차형사로 분한 '강지환'의 망가진 고군분투에 나름 박수를 보낸다. 어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이런 개고생을 자처했는지.. 역시 배우의 변신은 무죄인가 보다.
영화 팬이라면 알다시피 강지환은 전작 <7급 공무원>을 통해서 김하늘과 호흡을 맞추며 의외의 재미와 수사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이 영화 <차형사>는 그렇지 못하다. 같이 출연한 성유리는 극에 흡수되지 못했고, 코미디 장르적 재미는 어느 정도 있다 하겠으나, 제목처럼 수사물로서 차형사 캐릭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고 메이크오버돼 융화되지 못한다. 그냥 뚝심있게 밀고 갔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7급 공무원>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신상 코미디는 그냥 막무가내로 대책없이 휘발되고 말았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킬 마성의 D라인 차형사, 그의 기상천외한 언더커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마성의 D라인, 거부할 수 없는 궁극의 스멜, 찰지게 떡진 단발머리, 바지를 집어삼킨 빈티지 등산양말, 가진 건 몸뚱아리뿐인 패션 브레이커 차형사! 패션모델로 변신, 런웨이에 잠입하라! 가진 것이라곤 숨 막히는 궁극의 스멜, 마성의 D라인 몸뚱아리뿐이지만 자나깨나 범인검거에 매달리는 집념의 ‘차형사’(강지환).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주 만에 20KG을 감량하여 패션모델로 변신, 런웨이에 잠입하라는 사상 초유의 특급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먼저, 모델 포스가 물씬 풍기는 강지환.. 기럭지도 긴 잘생긴 미남 배우가 아래처럼 제대로 망가졌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주력 포인트자, 영화 초반 빵빵 터지게 만드는 코믹적 요소다.
개인적으로 한 대여섯 번은 정말 터졌다. ㅋㅋ

(냄새나는 마성의 D라인 몸매를 위해서 실제로 10Kg 이상 살도 찌우고 특수분장까지 했다는 강지환..)
하지만 좀더 길게 나왔으면 했는데.. 영화 1/3 지점까지 이런 모습으로 나오고, 그 이후는 모델로 변신한 차형사 강지환이 수사현장에 뛰어들며 사건을 해결하는 그림들이 펼쳐진다. 물론 그것도 코믹하긴 하지만서도..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별거없이 심플한 편. 보통 형사물에서 많이 차용되는 소재들 중 하나인 '잠입수사'를 다루고 있다. 확실한 물증을 잡기 위해서 현장에 해당 역할로 투입되는 거. 실제 수사현장에서도 있는 것으로 하는데.. 여기선 차철수 차형사가 패션모델로 위장해 '런웨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그전엔 언감생심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마성의D라인 몸매에 뚱뚱하고 지저분하고 떡진 머리와 까칠한 수염까지.. 아무리 그간의 잠복수사를 위해서 그렇게 꾸며진 집념어린 형사라지만.. 서울역 노숙자 같은 몰골이 대변신을 꾀한다니 이런 대략난감도 없다. (위 사진처럼ㅎ)

하지만 차형사는 대한민국이 알아주는 엄연한 강력반 형사다. 범인을 잡는 게 그에겐 지상최대의 과제다. 그러니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이 대규모적으로 밀반입된 사건이 입수돼 그가 투입된다. 왜? 하필 그가.. 원래는 후배 형사 경석(이희준)이 뽑혀서 할려다가 어의없게 웃기면서-(오줌발 개그는 나름 빵 터진다 ㅋ)-다리를 2번이나 다치는 바람에 기럭지가 긴 차형사가 착출된 거. 이때부터 차형사는 허당끼는 있어도 실력파 패션디자이너 고영재(성유리)를 통해서 환골탈태된다. (둘은 학창시절 친구이자 첫사랑) 즉, 살을 빼고 엣지있는 모델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도 못 먹는 등 나름 피나는 고생이 눈물겹다.
그렇게 차형사의 다이어트는 성공한다. 그것도 2주 만에 20Kg를 뺐으니.. 이것 자체가 코미디다. 어쨌든 마성의 노숙자 차형사가 살을 빼고 모델로 다시 태어나 현장에 투입돼 마약 사건을 해결하려 드는데.. 하지만 단박에 해결 될리가 없다. 조금은 어리숙하게 접근하다가 저쪽 모델 대표도 차형사가 모델로 위장해 잠입한 걸 알게 되면서 사건은 난항에 빠진다. 이때부터 영화는 수사물로 치닫는 구도다. 그런데 엉성하니 치밀하지 못하게 막무가내로 그려져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코믹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그래도 차형사는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한다. 그 찰지고 재밌었던 마성의 노숙자 포스는 잃어버린 채.. ㅎ

마성의 D라인과 패션모델로 분한 '차형사', 강지환의 대책없는 코믹 원맨쇼..
이렇게 영화 '차형사'는 제목처럼 수사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사물이 아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임팩트한 차량신이 2건이나 있음에도 이걸 코믹으로 승화시키는 무리수를 둔다. 이른바 '물뽕'에 맛이 간 차형사의 캐릭터는 일종의 코믹북 같은 희화화다. 영화 '스피드'를 오마주한 듯한 버스기사의 코믹대사는 그런 액션을 무색케 만든다. 뭐, 작정해 웃기자고 한 거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여기 강지환이 차형사로 분한 캐릭터 자체가 판타스틱한 코미디다. 마성의 D라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노숙자 포스를 보이며 초반에 빵빵 터지게 만들었지만, 중반 이후론 대오각성하고 진중한 형사로써 내달리는 것도 아니다. 웬지 그만이 신명나게 그 와중에도 개그와 코믹을 할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런데 앞선 것과 상충돼 억지스러움이 있다.
중반 이후 캐릭터인 패션모델로 분한 모습은 외모적 포스가 있어서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꼴이지만.. 같이 출연한 실제 모델 이수혁(드라마 '뿌나'에서 반쪼가리로 나온 윤평 역)과 김영광(드라마 '사랑비'에서 윤아를 짝사랑한 대학선배 역)도 극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냥 병풍처럼만 나올 뿐이다. 마약사건에 어떻게 연루됐는지도.. 분명 패션계에 암약중인 마약사건을 다룸에도 상당히 치밀하지 못한 수사물로서 코믹을 의도하든 아니든 작위적으로 남발하는 느낌마저 든다. 거기에 옛사랑 패션디자이너와 로맨스까지 흔하게 마무리짓는 등, 성유리 또한 병풍에 지나지 않았다. 그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가 좀 거슬리는 게, 패션디자이너 모습이 그렇게 어울려 보이질 않는다. 뭐 그것도 코믹이라면 할 수 없지만, 좀 허당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수훈갑은 누가 뭐래도 '강지환'이다. 이 잘생긴 미남배우의 망가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영화라 할 수 있다. 나름 곤욕이었을 살 찌우기와 특수분장을 참아내며 마성의 노숙자 포스로 분한 차형사 캐릭터는 이 영화를 초반 빵빵 터지게 만드는 코믹한 매력 포인트다. 그런데 사실 그게 다다. 패션모델로 분한 뒤 그려낸 차형사는 다른 코믹 수사물에서 본듯이 절제하지 못한 기시감으로 마구 내달리며 매력을 잃고 만다. 더군다나 수사 자체도 치밀하지 못해 수사물로써 성공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7급 공무원> 제작진의 안이한 코믹 내달리기가 가져온 나름의 패착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강지환이 신명나게 보여준 마성의 D라인과 패션모델 차형사 캐릭터는 스크린 속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그게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지든 의도적으로 터지든..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본연의 코미디로써 나름 충실했다. 결국 제목 때문에 수사물을 빙자한 강지환의 대책없는 코믹 원맨쇼 '차형사'..
그의 필모그래피에 이런 노숙자의 모습이 자랑 혹은 수모가 될지는 영화의 흥행에 달렸다. 퐈이어..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8252&mid=17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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