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은하계 아래 알게 모르게 살고 있는 '지구인과 외계인'.. 이 영원한 SF 아젠다적 난제는 우리네 상상력을 자극해온 이야기로 계속 발전해 온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책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까지, SF 장르가 보여주는 그런 그림에 빠지는 않는 외계인들.. 이제는 낯설지도 않게 친숙함을 넘어서 범우주적으로 공존을 모색해야 될 때가 오지 않았을까 싶지만서도.. 뭐, 흔한 SF적 상념일 뿐.. 그 상념은 또 차고 넘쳐서 이번에도 영화로 임팩트하게 포팅돼 나오며 주목을 단박에 끌었으니 영화 '배틀쉽'이다. 영단어 'Battleship' 전함이나 군함을 뜻하는 사전적 용어지만.. 어찌보면 글자 그대로 '배'를 가지고 바다에서 맞장을 뜨는 해양 액션무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역시 헐리웃의 물량공세로 이른바 돈을 쏟아부으며 2천억을 호가하는 대규모 스펙타클 판타스틱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위용을 떨쳤으니.. 이 정도면 눈이 호강하고 심장이 벌렁대는 게.. 오락적 무비로써 궁극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면서 '배틀쉽'은 그 안에서 이야기적 플롯이나 스토리 보다는 비주얼적 미덕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며 본 배틀을 즐기길 요구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머리론 생각하지 말고, 바다에서 얼마나 스펙타클하게 배틀하는지를 중점으로, 또 지구상 최고의 나라 미쿡이 얼마나 지구의 평화를 잘 지켜내는지 가슴이 따뜻해지도록 보면 될 터. '배틀쉽'은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라 말했으니.. 2천억짜리 해양싸움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 바다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 해군들이 한데 모여 훈련하는 림팩 다국적 해상 훈련. 해상 합동 훈련 첫날,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견되고 쉐인 함장(리암 니슨)은 수색팀을 파견한다. 괴물체에 접근한 하퍼 대위(테일러 키취)가 몸체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괴물체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거대한 장벽을 구축한다. 레이더도 통하지 않고, 부딪히는 순간 모든 걸 파괴시키는 엄청난 위력의 장벽을 시작으로 지구를 향한 대규모 선재 공격을 감행하는 외계의 존재들! 목적 조차 알 수 없는 그들의 엄청난 공격에 평화롭던 지구는 순식간에 초토화 되기 시작하고, 이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육해공을 넘나드는 전 세계 연합군의 합동 작전이 펼쳐지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존재와 전 세계 다국적 연합 군함의 전면전이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시작된다!
(오 마이 지저스 크라이슬러.. 저건 무엇이다냐.. 이것도 이번 해상 훈련인가.. 아니야, 아닐꺼야.. ㅎ)
사실 스펙타클한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걸 알고 봤기에.. 기대치는 처음부터 있기 마련. 하지만 초반부터 그런 위용을 드러내진 않는다. 미국 NASA의 엄청 똑똑하신 양반들이 무슨 은하계 행성에다 신호를 쏴서 교신을 했다는 프로젝트가 밑장으로 깔리면서.. 이 이야기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즉 그 신호탄이 제대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와 외계인이 침공한다는 설정인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침공이 아니라, 지구인들이 우릴 초대했으니.. 그럼 어디 놀러나 가볼까 하다가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니면 자기네 종족간의 싸움에서 피신했을지도)-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 실제 지구인이나 군인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할려고 그런 건 아닌 듯.. 다만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인공위성과 충돌하면서 불시착해 모양새가 어긋났을 뿐.. 또 그렇게 바다에서 보호막 쉴드를 치고 정보만 취합해 조용히 갈려고 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하지만 지구인 입장에선 이건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전세계 내노라하는 해군들이 모여서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이 수행되는 찰나, 바다에서 외계 전함 4척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니.. 이건 박수만 치고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소위 바다의 사나이들은 제대로 훈련하는 날을 잡은 것이다. 그래도 처음엔 무엇인지 알아볼려고 무용담이 필요했던 하퍼 대위가 접근했지만.. 그들이 도리어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고주파를 발현시키고 엄청난 보호막을 치며 본 해상전투의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소위 '밀덕'들이 좋아할만한 전투기가 출동하고 각종 군함과 전함 구축함이 총동원되며, 소금쟁이처럼 바다에서 위용을 드러낸 외계 전함의 화살비 같은 다련다포 화력 공격이 쉴새없이 펼쳐지니 나름 백미다. 배에 박히는 순간 그건 한마디로 아작이 나는 거다. 각 나라별로 알아준다는 그런 전함과 군함이 모두 타이타닉처럼 무너지고 마는데...
(외계 공격력의 막강한 무기는 바로 이 팽이 같이 생겨 먹은 거. 굴러다니며 모든 걸 초토화 시킨다.)
여기에다 외계 전함이 쏟아올린 난쟁이 공 같은 아니.. 무슨 팽이 같이 생겨 먹은 게, 이 무기의 위력이 가공할만큼 놀랍다. 이게 군용기지와 도심을 굴러 다니며 완전 초토화시켜 쑥대밭을 만드니.. 지구쪽 방위대는 난리가 났다. 바다에서는 소금쟁이 같은 외계전함이 버티고 있고, 도심과 산기슭에선 이들이 어디를 기점으로 송수신을 하는 등, 지구는 위기로 몰린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역시 달랐다. 일본함대 나카타 함장을 위시로 좌표대전을 제대로 시전하며 외계 전함에게 맞불을 날리고, 지상에선 하퍼 대위의 여친과 의족을 단 상이용사와 모냥 빠진 과학자가 그들의 전초기지를 박살내려고 하는 등, 전세는 나름 반전된다. 그럼에도 바다에서 계속 버티는 외계 전함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결국 궁지로 몰리자, 하퍼 대위 일행은 '신의 한 수'를 두며 결전에 방점을 찍으려 한다. 과거 2차대전 때 일본 항복 조인식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퇴물로 물러난 전시용? 군함 '미주리호'를 발진시켜.. 퇴역 군인 할배들과 함께 판타지한 마지막 배틀을 하게 되는데..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저 팽이를 조심해라.. ㅎ
(아이언맨스럽게 생겨먹은 외계 종족, 나 원래는 착하다?! 하퍼 제군, 이건 게임이 아니란 말일세..)
이렇게 영화는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답게, 바다 즉 해상 위에서 외계인과 전투 장면을 리얼하면서도 CG로 점철된 스케일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보통 지상이나 공중전 등에서 봤을 외계 종족과의 전투를 해상으로 끄집어내며 색다른 비주얼을 보여주었고, 역시나 그 스케일은 스펙타클했다. 하지만 이런 액션의 전개는 사실 반복적인 느낌이 짙다. 해양 액션의 신세계를 보여준 듯 싶지만,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로 기시감이 든다. 영화 '진주만'에서 첫 공습처럼 팽이들이 공격하는 건 변신로봇 '트랜스포머' 액션의 리듬을 보는 것 같고, 소금쟁이처럼 생겨서 움직이는 외계전함의 위용 또한 그렇다. 이게 '하스브로'의 원작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그렇게 신선도는 좀 떨어진다. 더군다나 지구인과 외계인이 대척하는 그 관계 또한 중반 전후로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설정되고 전개돼 스토리적으로 아쉬운 측면이 있다.
해양 액션의 궁극을 보여준 '배틀쉽', 오락무비로 손색없는 미덕만은 건졌다.
그러면서 이런 외계 전함과 맞서 싸우는 지구인들의 존재.. 바로 해군 네이비 대원들의 모습도 그렇게 임팩트하진 않다. 약간은 코믹까지 선보이는데 어설프고 심지어 과장돼 보이기까지 하다. 특히 주인공 하퍼 대위로 분한 '테일러 키취'.. 외계행성 '바숨전쟁의 서막'을 제대로 연 '존 카터'로 나왔던 그 배우다. 여기선 바다에서 나름 고생을 자처하며 리더쉽 부재의 대위였지만, 일본군 함장 '나카다'를 만나 '마이웨이'처럼 간담상조해 적을 물리치는 장면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는다. 퇴역 할배 군인들의 마지막 전투 참가는 이건 블랙코미디로 봐야하는건지.. 그러면서 또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심히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SF 영화에서 미쿡이 없으면 우리 지구는 진즉에 망했어도 벌써 망했다. ㅎ
그외 기대를 모았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중년 배우 '리암 니슨'은 모든 걸 총괄하는 함장사령관으로 나오는데 존재감이나 역할이 의외로 미미하다. 그런 임팩트한 전투가 났는데도 전화통이나 붙잡고 명령만 내리며, 섹시한 딸내미에게 접근한 하퍼를 채근하는 게 다다. 훤칠한 키에 중후한 목소리로 적을 제압하자는 건가?! 그리고 하퍼를 옆에서 도운 해군 중위 역은 낯설어 보이는 흑인녀 '리하나'는 인기 팝스타라는데.. 강호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 ;; 대신 그 일본군 함장 역에 '나카타' 캐릭터는 좀 어울려 보이고, 쫌 띨하게 나오며 과거 '맷 데이먼'과 비스무리하게 생겨먹은 그 해군 사병은 좀 재밌긴 했다. 함장님, 외계인들 헬멧이 참 요상하네욤.. ㅎ
아무튼 이런 주인공들의 역할 보다는 또 스토리 보다는 역시나 '배틀쉽'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비주얼'이다. 2천억을 호가한 그 대규모 물량공세의 위용은 그대로 적중했고, 좀처럼 보기 힘든 해양액션에서 마음껏 전함들의 배틀을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책무를 다한 셈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보여준 최소한의 오락적 미덕이자, 스케일로 점철되게 그려낸 SF 블록버스터의 지향점이다. 즉 오락적으론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는 점. 다만 이것저것 따지고 들면 본전만 생각날 수도 있으니 주의.. 역시 영화 '배틀쉽'은 시원하게 쿨하게 팝콘무비로써 대하면 그만이다. 이젠 지상전과 공중전 그리고 해상전까지 다 했으니, 다음 무대는 어디가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7128&mid=1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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