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늦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든 이때, 극장가에 한국영화의 포진은 '너는 펫', '티끌모아 로맨스', '완벽한 파트너', 그리고 어제(1일) 개봉한 '오싹한 연애' 까지 이른바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이룬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11월 말미에 나온 영화 '특수본'.. 내심 기대를 했다. 기실 '남자들의 영화'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게, 그 제목의 의미처럼 이 영화는 바로 액션물이자 범죄물을 다룬 수사극이다. 그런데 기대를 해서 그런가, 아니 개봉한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시나 보고 나니.. 이건 뭐.. 심하게 말하면 대책이 없다. 어찌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낯선 이름 '황병국'이라는 배우. 아니 이 감독은 05년작 '나의 결혼 원정기'이후 이렇다 할 작품없이 '해결사', '부당거래', 최근에 '의뢰인'까지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맛?을 들이시며 배우로 나선 것인지 몰라도, 이건 감독의 역량 부족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우리가 미드의 쩔어준다는 CSI 같은 범죄수사물에 익숙하다 해도, 그래도 우리식의 범죄극은 충분히 어필이 가능할 터. 액션에 치중해서 그릴 수도 있고, 잔혹한 스릴러로 비주얼하게 보여줄 수도 있고, 아니면 스토리적으로 몰입감 좋게, 혹은 엄청난 반전을 던지며 임팩트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강호가 본 '특수본'은 그 어느 것 하나도 건진 게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익스큐즈하게도.. ;;
위의 포스터만 보더라도 얼핏 포스가 묻어나오는 듯 하지만.. 뒤집어서 보면 제대로 촌스런 분위기가 풍기는 그림이기도 하다. 강력반 형사들의 활약상을 담아낸 영화처럼 그 인물들 중심으로 내세웠지만.. 포스는커녕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한껏 눈에 힘을 주었지만, 도리어 분위기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위적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단도직입적으로 왜 영화가 소위 '망필'이었을까? -(물론 이건 지극히 강호 생각이지만서도)-그 전에 이 영화의 시놉시스부터 보자.
역시나 시놉시스는 거창하게 보이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한솥밥을 먹던 동료 경찰이 살해되면서 이들은 '특별수사본부' 즉 특수본을 차리고 범인 잡기에 나선다. 그런데 크나큰 국민적 관심사도 아닌 일개 범죄를 소탕하는데.. 이들은 멋부터 부릴려고 한다. 큰 사무실에 집기도 채우고 인력을 보강하며 나름 모양새를 갖추지만.. 강호가 보기엔 도떼기 시장처럼 시끌버쩍할 뿐이다. 그러면서 저기 미국 FBI에서 범죄 심리학을 공부하셨다는 박사출신의 신출내기 형사 김호룡(주원)이 가세하면서 주인공 김성범(엄태웅) 형사는 못마땅해 한다. 동물적 감각과 지독한 근성으로 버텨온 이 강력계 생활전선에서 저런 엘리트는 소위 밥맛이라는 거. 그렇다고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버디무디처럼 제대로 활약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주원의 캐스팅은 미스 캐스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에 어울려 보이질 않는다. 다소 센 인상이 분위기는 있어 보이나, 다소 악해 보이는 신체 조건이 범죄물에 맞지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 둘을 줌심으로 동료 경찰 살해사건을 탐문 수사하면서 포위망을 좁혀가는 가운데.. 경찰 조직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비리 경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영화 홍보 전단지에도 나왔듯이-(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바로 악역에 잘 어울리는 김정태.. 그가 극중에서 맡은 박경식이라는 은퇴한 부패경찰이 이 사건에 연루된 거. 그리고 사건을 파헤쳐 갈수록 그 박경식과 친하게 지냈던 박인무(성동일)팀장까지 그를 빼돌린 것을 알게 되면서, 김형사는 내심 고심에 빠진다. 한마디로 믿었던 팀장에게 뒷통수를 맞은 격..
하지만 양파 껍질을 까면 깔수록 계속 나오듯, 단순하게만 보였던 이번 경찰 살해 사건 뒤에는 이를 사주하고 조정하는 더 큰 세력이 있음을 간파하게 되면서.. 두 젊은 김형사는 위험에 빠지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게 된다. 한마디로 참 교과서적인 흐름이 아닐 수 없다. 강호는 보는 내내 진정한 범인은 누구란 걸 중간 이후에 간파했고, 그건 그대로 적중했다. 그렇다. 이것은 범죄 수사물의 장르 중에서도 고전적으로 많이 쓰는 것 중에 하나 '내부 비리'에 관련된 내용이다. 즉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개발과 이권에 관련된 유착들, 특히나 지역 상권과 관련돼서 이것을 경찰이 뒤를 봐주고 도 의원들과 이른바 짝자꿍한다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 '특수본'은 그 사회적 현상을 그대로 담아낸 범죄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내부 비리'로 계속 달리다 보니, 액션 수사극이라는 장르에서 그 액션이 온데간데없이 잘 표출이 안 됐다. 초반 엄태웅이 야마카시인지, 마약범을 쫓는 모습을 익스트림처럼 잠깐 선 보인거랑, 김정태의 지게차 액션씬, 그리고 마지막 총격씬, 사실 이게 다다. 그러면서 이들의 탐문 수사는 절차를 밟으면서 나가는 듯 보이지만, 그 앞에 답이 있다는 듯 정해놓고 진행시키는 무리수로 개연성은 소위 밥말아 먹었다. 그러니 앞이 훤이 보이고, 지루함까지 들게 만든다. 어느 것 하나 눈길을 확 끄는 요소의 태부족이다. 심지어 강호는 중간에 잠깐 졸기도.. ㅎ
'특수본'에 걸맞지 않게 특별하지 않은 범죄 수사물, 위의 호평이 무색할 정도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포진은 좋아 보인다. 조연 명품배우로 각인된 김정태와 성동일의 조합은 일견 어울리지만, 방송 등에서 흔하게 보다 보니, 이제는 식상해 극중에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유일한 홍일점이자 개인적으로 처음 본 처자 '이태임'의 역할도 거의 없어 병풍 역할만 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버디무비로 완성되는 그 한쪽의 주원이 맡은 김호룡 범죄분석관 역은 제대로 시망이다. 역 자체에 몰입은 물론, 연기나 발성 등이 이런 센 범죄물에 너무나 안 어울려 보인다는 게 패착. 하지만 엄태웅만이 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고생하며 발군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나마 건진 캐릭터다. 다소 오바스럽기 하지만 실제 열혈 형사를 방불케 했다.
아무튼 '특수본'이라는 그 제목의 아우라 때문인지, 그런 분위기에 눌려서 제대로 특수하게 보여주지 못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 전개도 연루된 인물들 간에 다소 얽히고 설키게 만들며 무언가 궁금증을 유발시켰지만, 이것은 예상가능한 경로로 진행되는 패착을 두며 진부하게도 관전의 재미를 극감시켰다. 그러니 바로 위의 포스터에서 극찬하며 마치 언플처럼 쏟아낸 호평이 무색할 정도다. '사회고발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고발성은 '부당거래'처럼 무언가 매력적인 포인트로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올해 청룡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을 휩쓴 '부당거래'를 뛰어넘는 웰메이드 액션 수사극이라니.. 그건 아니라고 본다.
결국에 이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은 이거다. 꽤 익숙한 배우들을 가지고, 그려낸 한 편의 미니 시리즈를 압축시킨 비리 경찰 이야기라는 거. 그런데 이것을 영화적으로 포팅하며 한껏 멋을 낼려고 했지만, 그 멋은 온데간데없이 흔한 수사물의 양상대로 또 예측 가능한대로 무미건조하게 그려낸 일종의 오락수사물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오락이 그렇게 신나는 것도 아니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아쉬운 액션 수사극 '특수본'.. 그 제목과는 다르게 특수해 보이지 않는 이들의 마구방발식 범죄물로 그치고 말았다.
아래 사진만 봐도 포스가 어떻게 묻어 나오는가.. 정말 주원은 아니었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3017&mid=16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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