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름 블링블링한 유생으로 인기를 끌었던 '박유천'이 제대로 코믹연기를 선보이며 '옥탑방 왕세자'의 체통을 나날이 까먹고 있다. 아이돌 스타였지만 어느덧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이는 그를 지켜보니.. 확실히 이쪽에 끼가 있는 듯 싶다. 정극임에도 '옥왕'에서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코믹연기의 달인처럼 그대로 묻어난다. 여러 설정들이 다소 병맛스럽다지만.. 이건 그런 병맛이 아닌 자연스런 리얼 코믹이다. 시간을 거슬러 300년이 흐른 21세기 온 조선의 색다른(?) F4들.. 그들이 '옥왕'에서 연일 화제다. 왕세자 박유천을 중심으로 무사와 내시 그리고 한 사람은 어떤 컨셉? 여하튼 이들이 고도화된 산업화의 거리를 누비며 좌충우돌하는 그림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코치로 나선 한지민의 귀요미 스타일의 까탈스런 연기도 좋고, 캐릭터들이 제대로 발현되고 있다.
특히 1회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리갔다리 하며 산만한 전개를 보인 반면에 2회와 3회는 연일 계속 터졌다. (4회는 못봤다) 이 웃긴 조선의 F4는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며 21세기에 서서히 적응하는 그림들이 계속 펼쳐졌는데.. 일일히 그런 에피소드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개그콘서트'를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빵 터진 건 24시간 편의점에서 "국수를 말아달라"는 요청에 알바녀의 '헐'도 웃겼고, 옥탑방에서 적응기는 물론 한지민과 놀이동산에서 인형뽑기 '낚시질'도 소소한 웃음을 제공. 이렇게 각 에피소드마다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게 마치 개콘의 '네가지' 타입 아니면 '용감한 녀석들' 같이 그들은 그렇게 안하무인 격으로 캐릭터를 발산시킨다. 그렇다고 마냥 웃고 까불수는 없는 일.. 왕세자 이각은 할 일이 있다.
과거 세자빈이 모종에 살해된 후 어쩌다가 현세에 떨어진 이각 일행은 이곳에서 다시 벗어나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당장 한지민에게 얹혀 살며 노예처럼(?) 부려먹히고 있는 상황.. 여기에 또 다른 이각 역의 용태용은 실종상태로(사촌형이 저지른 우발적 사고로 바다에 수장됨) 집에서 찾고 있는 등, 그게 맞물리면서 왕세자 박유천은 중간에 끼어 버렸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 극 초반이라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터. 그런 와중에 현세의 정유미를 보고서 세자빈으로 오인해 와락 끌어안아 쫓겨나는 등, 굴욕의 연속이다. 이렇게 박유천이 제대로 '개콘'을 능가하는 자연스런 코믹연기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으니 '옥탁방 왕세자'의 그런 재미는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그 말투부터 고치면 좀 나아질텐데..
물렀거라.. 무엄하도다 등, 현세에 적응할려면 끝에 '요'자를 꼭 붙이삼.. ㅋ
그리고 또 하나의 드라마 얘기는 개인적으로 수목극에서 닥본사 중인 '적도의 남자'다. 몇 번의 포스팅으로 언급했듯이, 이 드라마는 야망과 욕망이라는 플롯하에 펼쳐지는 진부하기도 한 리얼 정통극이다. '옥왕'이 코믹을 깔며 종국엔 트레디한 로맨스로 가지만.. 여기 '적남'이 보여주는 그림은 꽤 의미심장하고 묵직하다. 학창시절 막역했던 두 친구 선우와 장일.. 하지만 이들의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선우의 아버지가 장일의 아버지로 인해 제대로 죽게 되면서 그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됐지만.. 그건 전개도 빠르게 엊그제(28일) 3회부터 제대로 터졌다. 참으로 스피드한 전개가 아닐 수 없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어린 장일은 선우의 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이 자신의 아버지 용배(이원종)임을 알게 된 후 충격에 빠져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친구 선우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 사건을 잊고 그를 데리고 서울로 가자고 제안, 하지만 선우는 '아니다, 진정서를 내서 재조사를 해봐야겠다'고 다그치자, 장일은 작심하듯 친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즉 자살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친구 선우의 머리를 내리치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것이 3회 말미 10여분에 걸쳐 나왔는데.. 이때 장일이 선우의 머리를 내리칠 때 슬픔과 분노, 당혹감이 뒤섞인 감정의 표현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임시완'은 3회 최고의 씬스틸러가 됐다. 정말 세밀하게 감정의 선을 잘 표현하며 보는 내내 주목을 단박에 끌었던 거.
그러면서 막판에 친구를 사지로 몰았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것인지 오열하는 장면은 최고의 압권이었다. 이제 어떡하라고.. 그렇게 친구마저 죽음으로 내몰 수가 있는가 말이다. 아버지 용배가 저지른 그 살인의 피가 그대로 유전된 장일의 무서운 욕망.. 아비의 죄를 숨기기 위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최후의 선택은 최선도 아니고 최악으로 치닫게 생겼다.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고 쓰러진 선우를 아예 죽일 심산으로 바다 속에 빠트리며, 그는 그렇게 친구를 무참히 버렸다. 하지만 주인공 선우는 죽지 않는다. 역시 드라마답게 그 바다에서 가까스로 기어나와서 혼절 모드.. -(이후 4회에선 장일이 죄책감에 휩싸이며 다중이스러운 무서운 고뇌가 그려졌다)- 결국 오랫동안 혼수상태로 병석에 누워 있으면서 성인이 된 선우는 의식이 돌아와 살아남는다.
하지만 기억이 일부 지워진 상황에서 횡설수설하며 각막 손상으로 실명 크리..
"어두워 불켜, 안 보인다고.. 불키라고.. 어두워.. 어두워!! 의사 어딨어!! 불키라고!!"
역시 엄포스의 부활인지 4회 막판 장면은 레알 그 자체였다. 오랜 세월에서 깨어났지만 시력을 잃은 채 살아나 섬뜩한 눈빛연기와 절규하듯 호소하며 부활한 것이다. 이렇게 선우의 복수극 서막이 펼치지는 것인가? 자신을 사지로 몰았던 장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장일은 이런 선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여러가지 그림들이 당장 궁금해진다. 그럼에도 사실 '적남'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친구의 아버지를 죽인 또 다른 아버지의 살인공조와 방조, 그 아버지의 죄를 덮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친구.. 그러면서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의식이 돌아오는 등,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지만서도.. 가끔 사회면을 장식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본다면 이상할(?)건 없다.
다만 드라마 속에서 그려내는 코드는 이런 피치못할 원죄를 쓴 살인으로 인해 두 남자의 운명의 실타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그림이다. 물론 그런 그림들이 진부하게 야망과 욕망적인 복수극 양상으로 흐른다 해도, 그 속에선 다소 깔끄장한 흥미도 있을 수 있다. 결국엔 그것이 야망과 욕망 속에서 주체를 못하는 심각한 갈등의 구조라 해도, '적도의 남자'가 지향하는 정통 복수극의 서막은 이렇게 열리고 말았다. 이젠 사지에서 살아남은 엄태웅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포문을 열었으니.. 과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계속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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