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객님.”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회사가 잘 되면 저희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해고 되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치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그들의 뜨거운 싸움이 시작된다!
대형 할인매장 '더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수십 명이 하루 아침에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들 받자, 이들은 이에 불복해 회사를 상대로 싸우게 된다. 영화 '카트'는 이런 부당한 해고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007년 '이랜드'가 대형 할인마트 '홈에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사건을 모티브로 해,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첫 상업영화로 접근해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 계산원 및 청소원으로 일하던 여성들이 하나가 되면서 익숙한 그림들을 주조한다. 사측과 노조 대립, 파업 강행과 강제 해산, 용역들 투입 등, 우리가 낯설지 않게 뉴스 등에서 봐온 풍경들이 그대로 재현되듯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극적으로 사건과 사연을 부각시키거나 무리하게 자극적인 방식을 쓰진 않는다.
이들의 해고 사건을 둘러싼 나름의 입장과 변수를 찬찬히 그리는 데 집중한다. '카트'가 잔잔한 분위기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 앞에 아무런 힘도 없던 주인공들이 생전 모르던 노조를 결성하고, 마트 내에서 좌판을 깔듯 파업하고, 그 과정에서 사측의 반격으로 몇몇이 복직하자 좌절하듯 흔들리고, 그리고 다시 힘을 모으는 과정이 나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그만큼 현실적인 안배에 이들의 투쟁을 눈물겨운 연대로써 사려 깊게 담아낸다. 주인공을 대표한 염정아와 문정희가 화장기를 싹 지우고, 여성들이 대거 출연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섬세함, 부당해고와 파업, 투쟁의 이미지를 대중적인 접근으로 담대한듯 소소하게 그려낸 것이 '카트'만의 색채인 것이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들의 노동 현실은 카트처럼 계속 진행중이다.
한줄 평 :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발벗고 같이 나서며 투쟁한다. 다만 이들의 투쟁은 살벌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어떤 연대로 맞서며 계속된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
명문대 출신이지만 하는 일 마다 실패하며, 10년째 백수 생활 중인 태만(김상경). 생활력 강한 슈퍼맘 지수(문정희)에게 집에서 빈둥대며 잔소리만 듣는 아빠를 보다 못한 엉뚱한 딸 아영(최다인)은 학교 나눔의 날에 폭탄 선언을 한다 “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 그 날 이후 태만의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수상한 전화들. ‘아빠가 되어 달라’는 황당무계한 문자와 전화의 정체는 바로 아영이가 중고나라에 태만을 올려놓은 것! “아영이 아빠도 딴 아빠들처럼 일했으면 좋겠어”라는 딸의 진심에 태만은 아내 지수 몰래 아영이와 절친 승일(조재윤)과 함께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한다. 아빠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쏟아지는 의뢰로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가는데! 만년백수에서 잘나가는 아빠 렌탈 사장이 된 태만, 가족의 행복을 위한 그의 이유 있는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비롯된 가족 코미디 영화다. 제목을 다르게 엄마를 빌려주면 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한 가족의 가장을 빌려준다는 소재는 아빠의 역할극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10년째 백수 생활 중인 태만은 9살짜리 당돌한 딸의 꼬임에 넘어가 졸지에 아빠 렌탈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아빠가 돼달라'는 갖가지 황당한 의뢰들이 들어오면서 가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빠 역할을 해주는 것. 태만은 그렇게 슈퍼울트라 아빠가 된다. 영화는 아빠를 빌려준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비롯된 상황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가족애를 다룬 특히 부성애 중심의 가족드라마를 색다르게 비틀며, 이시대 '젊은 아빠'들의 고충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일견 과거 권위적인 아버지의 위상을 회복시키거나 화해를 보여주기 보다는, 이 시대 아빠를 내건 예능 프로그램처럼 자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초점을 맞추며, 아내와의 관계도 개선해가며 세미하게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펼쳐낸 것이다. 남들의 아빠가 되어주느라 바쁜 태만이 정작 자신의 가족과 멀어지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후반부는 예상이 가능한 가족코미디의 전형처럼 그려지는 게 흠이지만, 코믹한 연기 변신도 낯설지 않은 김상경의 모습은 나름의 관전 포인트. 아내 역 문정희 또한 수더분하고 자연스럽게 매치된다. 결국 색다른 소재를 보편적으로 풀어내면서 요즈음 젊은 아빠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기엔 의미있고 재밌는 가족영화라 할 만하다.
한줄 평 : 요즈음 아빠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유쾌한 기운의 영화다. 백수 아빠가 졸지에 아빠 렌탈 사업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후반부의 보편적인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재밌는 가족 코미디. 2편으로 '엄마를 빌려드립니다'가 나오면 어떨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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