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직원으로 근무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여인 미치루가 우연히 산 복권으로 2억 엔의 당첨금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미치루의 운명의 톱니바퀴가 아슬아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불륜, 배신, 살인 등에 농락당하고,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운명까지도 건드리게 된다. 사토 쇼고의 소설 <身の上話>을 원작으로 하며, 드라마는 미치루의 남편이라고 밝힌 남자가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일드 <서점원 미치루의 신상 이야기>는 대형서점 여직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던 한 여자가, 일탈을 하게 되면서 복권에 당첨 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 본격 미스터리 심리 드라마다. 여기서 일탈은 별거 아니다. 그냥 애인이랑 도쿄에 하루 놀러 갔다가 더 눌러 앉으면서 거짓말이 일파만파 커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부탁 받은 복권을 수십여 장 사고선 10일 뒤 그 중 하나가 1등 2억엔에 당첨된다. 주인공 미치루는 깜놀하고 고민에 빠진다. 이 복권은 누구 것이며, 이 엄청난 행운을 혼자서 독식할 것인가. 미치루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후일의 남편이 아내가 된 미치루의 이야기를 내레이션 기법으로 매회 도입부와 중간마다 전달하며 전개되는데, 주요한 건 일을 안 하고 사라진 미치루를 찾아 나선 주위 사람들이 꼬일 때다. 전 남친이 찾아와 말다툼 끝에 우연하게 사고로 죽게 되고, 그것을 후배 남자 타케이와 무마시키고 은폐시킨다. 여기에 관계가 소원해진 애원이 다른 여직원과 바람을 피고 미치루에게 돈을 꾸려다, 타케이의 여친에게 죽는다. 그리고 그 여친마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며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얘기는 종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로 달린다. 당첨금 2억엔을 갖고 멀리 혼자서 도망가면 잘 살 수 있었을까. 미치루는 그 고민도 하기 전에 모여든 주위 사람들로 인해 계속 멘붕에 빠진다. 모든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님에도 그녀로 인해 사단이 났음을 어쩔 수 없이 몰아가는 것. 어이없게도 세 사람이 죽게 된 현실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피하다니기만 할 뿐, 그럴수록 후배남 타케이가 옥죄온다. 누나는 내가 지키겠다면서... 전반적으로 미스터리가 가미된 스릴러 보다는 일상의 드라마로 한 여자의 심리에 집중하는 이야기다. 이야기 전개는 충분히 이입이 되지만, 이들 남녀가 얽힌 관계의 파국이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짙다. 특히 후배남 타케이 역은 중요한 역할임에도 간간히 소비만 시키고 주인공의 카운터파트로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엄청난 행운과 사건 앞에서도 극의 분위기는 잔잔하고 밋밋할 정도. 좀 더 스릴러의 면모를 키우며 진정 파국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의도가 아닌 냥, 그냥 일상에 찾아든 사고와 사건 앞에 한 여자의 짧은 인생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낸 드라마인 것이다.
일드계의 공무원이라 불리는 '토다 에리카'(88년생)은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 개인적으론 <유성의 인연>(2008)에서 괜찮게 봤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더 날씬해져 볼품이.. 그래도 극 중 미치루 상황과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며 주인공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데 후배남 타케이 역 '코라 켄고'는 생김새만 보더라도 딱 스토커 기질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녀는 왜 그를 가만히 놔두었는지,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둘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좀 더 내밀하게 부각시켰다면 재밌을 일드였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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