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군(2014, 9부작) - 사망 예정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신입 사신 413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죽을 운명의 사람에게 3일이라는 시간이 있다며 알차게 잘 살라고 말하는 사신. 엔도 코이치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내용만 보면 이사코 코타로의 소설 <사신치바>와 비슷한 콘셉트의 드라마다.
주요 포인트 : '사신 군'은 독특한 컨셉의 일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찾아오듯 강림하는 저승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저승사자는 무섭고 잔혹한 '사신'이 아니라 '신사'처럼 나서며 예의좋게(?)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 죽음을 알리고 3일 동안 편히갈 수 있게 지켜보는 게 다다. 사망 예정자 리스트가 적힌 수첩과 명함을 건네면서 말이다. 4월에 방영된 최신작으로 총 9부작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1화 자살하려는 친구 대신 죽음이 선택된 왕따 여고생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2화 생명보험회사 직원이 직장상사와 불화로 그를 죽이려다가 도리어 아이를 위해 자신이 죽게 된 이야기. 3화 사신군에 맞서는 악마가 등장해 영혼을 사고 팔며 불치병을 앓는 소녀와 찌질한 청년의 만남을 다룬다. 4화 호텔에 갇힌 여러 사람들에게 들이닥친 죽을 운명과 악마와의 거래가 아슬하게 펼쳐진다. 5화 어느 노부부인 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손자를 회상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6화 결혼사기로 걸려든 재혼남과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가족은 하나가 된다. 7화 인기 여가수와 신인 여가수가 대립한 표절 의혹에서 우정으로 바뀌면서 희생하는 이야기. 8화 꼬마 소년의 한 가족에 드리워진 사업에 실패한 가장의 자살 기도, 하지만 다시 생에 끈을 잡는다. 마지막 9화는 회사에서 일 관계로 억울하게 잘리자, 경비원으로 잠입해 악마와 거래를 해 회사 사람들을 한곳에 잡아놓는다. 과연 복수는 성공했을까.
이처럼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된 이야기를 담으며 우리네 삶과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주력한다. 길지 않고 심플하다. 일종의 교훈을 안기면서 생각케 만들지만 극 자체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사신이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찾아와 알려주고 주어진 3일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그런데 여기에 '악마'가 가세하면서 대립한다. 악마는 사람에게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며 영혼을 빼앗는 생사여탈권을 쥔다. 이 구도에서 사신과 악마의 싸움이 벌어지지만, 둘 다 사람들의 심경의 추이를 지켜볼 뿐 크게 나서진 않는다. 즉 인간의 '자율의지' 같은 것에 기대며 죽음과 삶에 대해서 의미를 되새기는 식이다. 그 과정이 고리타분하지 않게 밝고 유쾌하며 코믹한 요소를 버무려 전개된다. 그만큼 사신군은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로 무장하며 소프트한 재미가 쏠쏠해 일드 특유의 교훈 던지기와 웃음으로 나선 드라마인 것이다. 나름 강추다.
인물 구도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저승사자계는 딱 네 명이다. '오노 사토시'가 귀엽게 변신한 사신군 413호와 그 사신에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45호 감시관 저승처자 '키리타니 미레이', 그리고 아이돌스러운 악마와 이들을 총괄하는 능글맞은 주임. 악마는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면서 영혼을 빼앗으려 하는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저승처자다. 사신군에게 매번 '쓰레기'라 소리치며 예정 외의 사망자를 막는 등, 사사건건 간섭하고 코치하며 일을 잘하라고 부추긴다. 이 둘에게도 목숨이 달린 연대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저승처자의 의외의 걸걸한 목소리와 행동거지가 상당히 재밌게 극화돼 볼만하다. 외모도 상당히 예쁘고.. ㅎ
하이.. 여기 수첩 보시죠. 당신은 이제 죽을 운명입니다. 시간은 딱 3일 입니다.
사신군 드라마와 같은 컨셉의 일본소설이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치바>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라, 이번 일드가 그리 낯설지 않고 도리어 챙겨보게 됐다. 책 내용과 기조는 대동소이하며 악마와 감시관이 추가된 정도다. 소설을 읽고 보면 일드 '사신군'이 더 재밌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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