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언니(2013, 9부작) - 미인인데다 천재적인 능력까지 지녔지만 무뚝뚝한 성격에 괴짜라고 불리는 기상 캐스터가 기상학적 관점에서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신감각 미스터리 드라마다.
주요 포인트 : 주로 살인 사건들을 다루는 수사물인데 그것을 해결하는 주체가 형사가 아닌, 기사예보사란 점에서 특화된 미스터리 드라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생하는 기상현상을 분석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 범행을 밝히며 주목을 끄는 식이다. 판타지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기상과학을 이용하는데 지표면과 하늘, 바람을 매 느끼며 '아베 하루코'는 그렇게 천부적 기상재능을 발휘한다. 일명 '폭탄저기압녀'로 불리는 그녀는, 검은 색 장삼같은 옷만 입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 날씨에만 올인하는 여자다. 매회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소리의 진폭을 캐내고, 숲속의 괴이한 공기와 토지를 분석하고, 태양광이 어떻게 방화를 일으키는지, '더스트 데빌' 현상을 일러주고, 물의 흐름의 역류를 밝혀내고, 오줌에도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침입전 등이 나름 기상천외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미이라가 된 사체가 유령이 돼서 나타난 '미스트 스크린' 현상까지 언급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이 대목은 극의 마지막 이야기로 하루코의 천재적 예측 보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어느 실력좋은 과학자와의 대결로 귀결된다. 이에 날씨를 조작하는 걸 용서 못하는 그녀의 반격과 과거 사연이 펼쳐진 것.
위 에피소드를 보다시피 경시청의 아오키가 매번 사건을 알려주면, 사람이 죽은 그 자리에서 어떤 기상현상이 일어나 죽음에 이르게 했거나 일으켰는지, 기상학 관점에서 접근한 날씨의 과학을 선생님처럼 가르쳐준다. 이런 하루코의 활약으로 정작 경시청은 궁지에 몰리지만, 그녀의 활약은 계속된다. 그 주인공은 93년생 '타케이 에미'. 이 작품은 2013년 신작으로 '기상과학으로 푸는 수사물'이란 특화된 장르로 화제에 올랐었다. 국내에도 이런 류의 색다른 드라마가 나오면 재미있을 텐데, 일드의 소재는 역시 무궁무진하다. 기상캐스터와 수사물의 조합이라니.. 특히 타케이 에미의 무미건조한 표정과 모습이 내내 주목을 끈 가운데, 아침형 드라마 타입으로 엇갈린 두여자의 운명같은 이야기를 다룬 'W의 비극' 이후 '숨도 쉴 수 없는 여름', '도쿄전력소녀' '바다 위의 진료소', 전력외 수사관'까지, 그녀의 행보는 거침없다. 여담으로 극 중 방송국 해당 부서 팀장으로 '유민'도 자주 나온다. '사사키 노조미'의 미모도 볼만한데.. 매회 앞과 뒤를 책임지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눈길을 잡는다. 그것이 '날씨 언니'의 존재 이유다.
"예로부터 날씨를 관장하는 자가 세계를 관장한다고 전해져왔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상 예보에 인생을 건 한 명의 천재 날씨 언니의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2012, 11부작) - 히가시노 게이고가 발표 해 온 고분샤 문고에서 간행된 3작품의 단편집 "범인없는 살인의 밤", "이상한 사람들", "그때 누군가"중에서 엄선 된 11작품을 원작으로, 매주 방송마다 주연이 바뀌며, 공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를 그리는 옴니버스 형식의 미스터리물이다. 드라마에 매회 등장하는 네비게이터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편집장 쿠라시키 역에는 나카이 키이치가 맡았으며, 첫회와 최종회 무렵에 삽입된 네비게이터 파트는 유령이 된 쿠라의 시점에서 그가 죽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 연속성 있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주요 포인트 : 미스터리 수사물로써 매회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에서 엄선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매회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는데, 그 전개 등이 의외로 참신하고 볼만하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전도유망한 여자 양궁선수의 의문의 자살 뒤에 밝혀진 코치와의 '가시'같은 내막을 비롯해, 여자 가정교사를 죽이게 된 한 학생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와 또 다른 가정교사. 이들에 숨겨진 관계가 반전으로 펼쳐진다. 별거중인 아내가 남편의 죽음 앞에 오사카로 전근을 반대했던 사연. 이중인격을 가진 여고생 레이코의 살인엔 학대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일산화탄소 질식사로 죽은 여자아이의 용의자가 재혼녀로 밝혀지는데 그녀는 아이를 싫어했던 것일까. 재산이 많은 어느 회장의 죽음 뒤에 남겨진 다잉메시지와 사라진 유언장, 회장을 알고 지내던 미모의 서예여선생이 사건에 나선다. 출판사 간부의 자살 위장의 추락사, 범인은 직원 중 하나인데 '간접흡연'이 사람을 사지로 몬다. 학원청춘 이야기로 두 남자와 한 여자, 이중 한 아이가 옥상에서 자살하듯 떨어져 죽는다. 그를 죽인 건 누구일까.
30살의 노처녀에 날아든 친구의 안부 편지. 그런데 동봉된 사진 속엔 그 친구의 모습이 아니다. 그녀는 누구인가. 20년 전 여자아이를 살해한 꼬마 아이들이 다 커서 내뱉는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재생마술의 여자', 불임치료에 수완있는 어느 여의시가 한 가정에 아이를 입양시켜준다. 그 집 남편을 유혹하듯 접근해 서서히 옥죈다. 과거 7년 전 성폭행을 당해 죽은 여동생을 위한 복수가 펼쳐지는데, 그렇다면 그 아이가 혹시.. 하지만 반전이 있다. 이렇게 11편의 미스터리는 추리의 기운을 안으며 몰입 좋게 펼쳐진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무겁고 어두운 편으로 사람들의 탐욕과 욕망, 과거 트라우마와 점철된 이야기로 돼 있다. 수많은 추리소설에서 볼법한 에피소드들이지만, 심플하게 머리 좀 굴리고(?) 싶을 때 보기엔 적당하다. 형사나 탐정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상황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전개되며, 매회 앞뒤를 책임지는 네비게이터의 묘미가 있는 미스터리 드라마인 것이다. 이런 식이면 시즌제로 가도 무방할 듯.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엔 많은 에피소드가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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