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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누구를 위한 느와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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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 받는 야구선수였지만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환’(이민기). 빠져 나갈 곳 없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이환은 사채업과 도박판을 주름 잡는 부산 최대 규모의 조직, 황제 캐피탈의 대표 ‘상하’(박성웅)를 만나게 된다. 돈 앞에선 냉정하지만 자신의 식구들은 의리와 신뢰로 이끄는 상하. 이환의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알아 본 상하는 다른 조직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긴 놈만 살아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 상하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이환은 타고난 승부근성과 거침없는 행보로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감춰두었던 야망을 키워가는데…

비열함은 기술이 되고 배신은 재능이 되는 도박판 같은 세상
모두가 황제를 꿈꾼다. 두 남자가 꿈꾸는 서로 다른 '황제를 위하여'



잘 나가던 프로야구 선수 이환은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벼랑 끝에서 돈을 갈구하던 그는, 도박장에서 잡히고 풀려나 기업형 사채업체 '황제 캐피탈'에 눈에 띄고 이들 조직에 들어간다. 대표 정상하는 그를 눈여겨 보더니 일을 맡기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이환이 상하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나서는 건 아니다. 그만의 독기어린 눈빛과 무대뽀 승부근성으로 승승장구하며 점차 그만의 야망을 키운다. 3년 뒤, 이부장으로 올라선 그는 대표 자리까지 위협하며 새로운 황제의 대표로 부상하지만, 돈줄을 거머쥔 세력에 의해 제거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에 성하는 의리를 앞세우며 이환과 함께 그들과 맞선다. 마치 과거 홍콩느와르의 그런 그림처럼..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으며 그 되도않는 욕망의 끝은 무엇인가.

영화 <황제를 위하여>는 전형적인 느와르의 공식을 따른다. 범죄와 폭력세계가 맞물린 조폭과 조직, 의리에 투영된 야망과 배신 등의 요소를 집어넣고 잔혹한 폭력 묘사와 적절한 베드신 가미로 익숙하게 눈길을 끈다. 오프닝부터 이른바 '칼침의 향연' 속에서 이환은 마치 작두를 탄 무당과 같이 나온다. 그 연이은 칼부림과 섹스신의 교접은 이 영화의 특징을 단박에 알리는 데 주요한 '머니 숏'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야구선수였던 이환이 승부조작 사건으로 쫓기듯 나와, 기업형 사채업체 황제 캐피탈에 들어오게 되고 어떻게 활약하며 중추적인 자리까지 오르는지 담아낸다. 그만큼 초중반까지 심플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그럴싸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느와르로써 정서가 불특하다. 황제의 대표인 상하와 어떻게 조응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데 아니라, 각자 주어진대로 전진하듯 나서면서 캐릭터 본연의 맛이 살지 않는다.

이민기는 바로 전작 <몬스터>에서 보여준 사이코패스 살인마 '태수'의 모습과 꽤 흡사할 정도. 내내 표정은 차갑고 어두우며 눈에 계속 힘주는 인상이 '그 놈'과 무지 닮아 보인다. 왜 그가 그토록 처절하게 이 세계에서 살고자 발버둥치는지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그 표정과 몸짓만으로 대신하기엔 역부족인 이유다. 박성웅 또한 의례 반듯하고 무뚝뚝하면서 냉혈한 이미지 연기에는 도가 튼 양반처럼 색다른 건 없다. 익숙한 캐릭터 묘사의 반복일 뿐, 다소 진중하게 나서면서 '신세계'와 다르게 그 어떤 아우라를 보여주진 못한다. 캐릭터가 전형성에 매몰돼 의도적으로 배치되고 자기들끼리 칼부림 액션만을 펼치며 거친 질감과 투박한 정서, 초반의 임팩트한 그 장면 빼고는 내내 긴장감은 고사하고 이들 이야기에 몰입되지 않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느와르로 나서며 보여주고자 한 것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갈피를 못잡고 교과서적인 나열과 수박 겉핥기식 양태만 띈 느와르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황제를 위하여'는 또 다른 면으로 화제에(?) 올랐다.

메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18909&mid=23682#tab

바로 차마담 역에 '이태임'이다. 그녀 또한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나와 영화 속 액션과 다른 비주얼로 단박에 주목을 끌었다. 이미 접한 여러 남성 관객들 위주로 찬사(?)가 쏟아졌듯이, 이민기와 두 번의 섹스신은 리얼하면서도 나름 강렬하다. 거친 조직의 세계에서 홍일점인 그녀가 하는 역할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충분히 이야기적으로 활용이 가능할텐데, 그냥 그렇게 소비되고 사라진다. 후반부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임무만 다한 채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 그래도 그녀의 '그것'은 셌다. 고로 이 영화는 이태임의 익숙한 '재발견'인 동시에, 이민기의 부릅뜬 눈매와 칼부림 잔치의 잔상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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