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 신이 날 잊은 거야…”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은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타고난 능력을 발휘해 경찰은 물론 거대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존재로 불린다.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감추기 위해서 더욱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한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잔인하게 슬프고, 눈부시게 강렬한 감성 느와르가 온다!
독고다이로 조폭 열 댓명을 순식간에 때려잡는 강력계 형사 지욱은 나름 전설로 통한다. 외형은 마초이즘의 거친 사내지만, 내면 깊숙이 다른 성정체성이 오래도록 자리잡은 그는 드디어 결심한다. 여자가 되기로.. 룸빠에서 조폭들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그날, 사직서를 내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데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욱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는 끝까지 신임하고, 여바텐로 알바중인 장미는 그의 켵에서 묘하게 맴돈다. 조직의 2인자 허곤은 지욱을 끌어들여 크게 한탕을 노리면서 그의 새 삶에 브레이크를 건다.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로 막는 수컷들 때문에 다시 '그'가 되어 돌아온다. 과연 지욱은 '그녀'로서 새 삶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다시 '그녀'가 될 것인가.
<하이힐>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장진 감독의 첫 감성 느와르로 나서며, 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배우 차승원과 6년 만에 세 번째 조우한 작품으로 화제가 된 액션영화다.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으로 조폭들과 맞서 싸우는 전사는 흔한 범죄물의 코드이지만, 여기선 이 내용이 주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액션 느와르로써 외형일 뿐, 오히려 윤지욱 형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거칠면서도 잔혹하게 조폭을 제압하지만 돌아서면 처연하게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남들이 알아볼까 몰래 여장을 하고, 트렌스젠더가 되기 위해 '그들' 세계와 은밀히 접촉하는 등 그만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 나아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욱은 힘들어진다.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면서,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그녀'가 흔들리며 '그'를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영화 '하이힐'은 이런 이질적인 요소가 혼재돼 있다. 강한 면모의 남자가 여자가 되고픈 이야기는 과거 플래시백을 활용한다. 학창시절부터 게이가 된 사연의 감성을 자극하며 현재에선 강함 속에 처연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형사로서 액션은 냉혹하게 비정하고 거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요소의 배합은 시너지를 얻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흐른다. 그 틈 사이로 간간히 등장하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조차 불협화음으로 다가오는 등, 전반적으로 밀도감이 떨어지고 내러티브가 약하다. 특히 조직의 2인자 허곤(오정세)이 지욱에게 다시 칼을 들이대며 복수를 유발한 당위는 개연성이 삐긋거리고 파국을 위한 의도적 장치로만 보인다. 선악의 캐릭터 간 관계가 스킵하듯 작위적으로 설정되면서, 여자가 되고픈 강력계 형사라는 다소 도발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참신하지 못한 이유다. 성정체성의 주제의식 깊이도 그리 깊지 않다.
그럼에도 기존에 범죄 느와르와 다른 포지셔닝 전략으로 주목을 끈 건 사실이다. 마초이즘과 스타일리쉬한 매력을 겸비한 때론 코믹까지 가능한 배우 차승원이 내면에 여성성을 지닌 거친 남자의 이중적 역할을 표현한 연기는 임팩트하지 않아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그가 구사한 하드보일드풍 세 번의 액션은 볼거리로 제대로 기능했으며, 특히 마지막 액션에선 시각적 쾌감을 일으키며 비장미 있게 인상적이다. 결국 '하이힐'은 장진 감독이 작정하고 나선 듯, 기존과 궤를 달리하는 자신만의 또 다른 영화적 세계를 확장하고 구축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영화가 아니었을까. 비록 완성도에서 밀리더라도 여자가 되고픈 형사의 소재성은 '머니 숏'으로써 '차승원의 얼굴'을 색다르고 의미깊게 조명했다 할 것이다. 배우로서 차승원을 말이다.
"결국 내 안의 그녀가 죽었다"
메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02818&mid=23715#tab
ps : 지욱의 맞수로 허곤 역에 오정세가 조직의 2인자로 나왔다. 지욱을 경외하는 조폭인데, 기존에 코믹과 찌질한 면을 넘나들며 그만의 색깔을 견지한 오정세의 악역 첫 도전은 색다르게 다가오지만 왠지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모양새나 느낌은 나쁘지 않으나, 냉혈한 면모에선 아우라가 부족하다. 지욱이 지켜주고 싶은 여자 이솜은 눈길이 가지만 아쉽고, '무서운 이야기2'에서 고병신으로 b급 공포유머를 제대로 보여준 고경표도 별로다. 역시 남는 건 오로지 차승원밖에 없다. 고로 차승원에 의한 차승원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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