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을 하며 하나뿐인 동생과 살고 있는 '복순'(김고은), 약간 모자라지만 제대로 건드리면 큰일나는 그녀는 동네에서 일명 '미친년'이라 불린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냉혈 살인마 '태수'(이민기)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복순의 동생을 죽이게 된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칼 한 자루 손에 든 채 그를 추격하는 복순, 그리고 살인을 마무리 하기 위해 집요하게 복순을 쫓는 태수.
포기를 모르는 두 괴물의 숨가쁜 추격이 시작된다!
시골에서 좀 모자른 미친 여자 소리를 듣는 복순은 할머니가 물려준 노점상으로 여동생과 그럭저럭 살아간다. 냉혈 살인마 태수는 아는 형 익상(김뢰하)으로부터 오더를 받아 감행하다가 한 여자를 죽이고, 그 여자의 어린 여동생을 잡아와 게임을 벌인다. 자신이 술을 다 마실 동안 도망쳐 보라면서. 소녀는 그렇게 탈출해 복순의 집으로 오게 되고, 다음날 그녀의 집 앞에 나타난 살인마 태수. 복순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동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운좋게 숲속에서 여동생을 목졸라 죽이려는 그에게 달려들어 짱돌로 내리쳐 위기를 모면하나 싶었지만, 경찰을 부르러 간 사이 여동생은 결국 그 놈에게 다시 잡힌다. 복순은 생사를 알수 없는 여동생을 찾기 위해 도망쳐온 소녀를 이끌고 산속 아지트로 향해 복수를 감행하는데, 그 여정이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소녀가 다시 잡혀 도심으로 나가면서 본격적인 복순의 추격은 시작된다. 소녀를 구하고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식칼로 무장한 그녀. 과연 미친 여자 복순은 복수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광기의 살인마 태수의 완승이었을까.
1. 이민기 색다른 캐릭터 도전 : 충무로에서 유독 미모의 선배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온 이민호는 기존의 색깔이 코믹하고 꽃미남 너드의 원형처럼 활동해 왔다. <바람피기 좋은 날>의 김혜수, <오싹한 연예>의 손예진, <퀵>의 강예원, <연애의 온도>의 김민희까지, 영화 속 여주인공과 호흡을 맞춘 그의 캐릭터는 익숙하게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엔 180도 변신이라 할 만하다. 본인 스스로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목말라 했다는 얘기처럼, 범죄 스릴러에 빈번히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역에 완벽하게 빙의됐다. 그것도 색깔이 강렬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하다. 악랄하고 무자비하게 사람을 이유없이 죽이고, 그 유골로 도자기를 만드는 광기의 살인마 아티스트 컨셉이다. 액션 또한 강도가 세다. 대충 칼만 찌르는 정도는 아니라 고난도의 육박전을 제대로 보여준다. 산장에서 격투를 벌인 배성우와 액션 시퀀스는 치열함의 극치를 보였고, 군인들과 싸움은 또다른 장도리식 액션이다. 막판 족발 가게에서 벌어진 뼈다귀 살인 시퀀스는 '황해' 속 면가 못지 않았으며, 복순과 마지막 사투는 클라이막스답게 피빛 잔치의 정점을 찍는다.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광기를 드러내는 모습에서 전작의 이미지는 완전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의 말처럼 '죽을만큼' 내던진 캐릭터 몰입과 완벽한 변신의 성공인 셈이다.
2. 스릴러에 가미된 요상한 코미디 : '몬스터'는 단순한 복수 스릴러로 천착되지 않는다. 직관적인 정극이면서도 이 속엔 B급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냉혈 살인마 태수가 진지하게 나서는 반면, 태수의 엄마로 나온 김부선과 형 역할의 김뢰하 가족의 모습은 마치 '조용한 가족'과 '아담스 패밀리'를 합쳐놓은 인상이다. 김뢰하가 끌어들인 건달들의 행동거지는 물론, 김부선의 걸걸한 말투와 김뢰하의 속내를 드러낼 듯 태수를 피하는 인상은 이들이 모두 정상이 아님을 짐작케 만든다. 기괴한 코미디가 자리잡아 간간히 터지는 유머는 물론, 극 초반 배성우의 코믹하면서도 살벌한 존재감마저 인상적이다. 광기의 살인마로 나선 태수의 캐릭터만 놓고 보면, 보통의 잔혹한 스릴러와 다를바 없지만, 요상한 가족의 포지션으로 인해 스릴러와 어색하게 코미디가 공생하며 주목을 끈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불균질할지라도, 이 점이 '몬스터' 색깔의 그 자체로 다가온다.
3. 코믹과 복수 사이 색다른 광기 '김고은' : 데뷔작 <은교>(2012) 속 노교수의 추파를 받아낸 싱그러운 젊음을 보여주었던 '김고은'이 이번엔 미친 여자로 돌변했다. 소위 '광녀'지만 의외로(?) 순진하다. 지능이 낮아 어른의 말투가 아닌, 아이 수준에 머물러 버린 바보도 아니고 정상인이 아닌, 남들과 다른 컨셉의 '어른아이'처럼 나온다. 살인마 태수에게 탈출해 같이 동행하게 된 소녀와 나누는 대화의 수준들이 그러했다. 이런 캐릭터 색깔은 <마더> 속 원빈이 보여준 그런 이미지와 흡사해 보이지만, 10살 때부터 행상으로 잔뼈가 굵어 생활에 있어선 억척스러운 면모가 다분한 처자로 나선다. 그러다 보니, 한곳에 꽂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기존 복수극에서 수동적인 피해자를 놓고 그린 것과 다르게, 정상이 아닌 '광녀'를 놓고 살인마와 대결을 현실적으로(?) 붙이고 벌인다는 점에서 색채는 확고해진다. 전작에서 보여준 생기발랄했던 청춘이 아닌, 살인마 태수를 집요하게 쫓고 때론 도망치며 식칼로 무장한 채 그녀만의 살벌한 추격전을 벌인 것이다.
앞서 이민기의 색다른 변신 만큼이나 김고은의 캐릭터 변모도 극에 잘 이입돼, 마지막 충돌은 그래서 미친 광기의 현장과 같다. 연쇄살인마가 나오고 복수극으로 치장된 교과서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그만큼 '몬스터'는 특화되게 광녀라는 캐릭터 충돌로 신선한 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살인의 호러와 광기의 묘사가 초중반까지 썩 괜찮은 반면, 후반들어 요상한 가족들의 출현으로 상충되는 이종배합의 블랙 코미디 요소를 발산하며 긴박한 추격의 묘미를 갉아먹는다. 그럼에도 근래에 봐왔던 스릴러와 다르게 색다른 기운을 맛볼 수 있는 B무비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몬스터'만의 색채인 건 분명하다. <시실리2KM>의 각본과 <오싹한 연애>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장기가 확장돼 강렬한 캐릭터에 중점을 둔, 한 놈만 살아남는 두 미친 남녀의 사투 <몬스터>. 과연 승자는 누구였을까. 상업영화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재밌게 볼만하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04467&mid=22823#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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