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딴 거 뿌린 놈 누구야?”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람 보는 안목과 끈질긴 집념 하나만큼은 타고난 열혈 매니저 ‘우곤’(김강우). 자신을 믿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여배우의 성공을 위해 밑바닥 일도 마다 않고 올인하지만 증권가 찌라시로 인해 대형 스캔들이 터지고, 이에 휘말린 우곤의 여배우는 목숨을 잃게 된다.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찌라시의 한 줄 내용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되자 직접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선 우곤. 전직 기자 출신이지만 지금은 찌라시 유통업자인 박사장(정진영), 불법 도청계의 레전드 백문(고창석)을 만난 우곤은 그들을 통해 정보가 생성되고, 제작, 유통, 소비 되는 찌라시의 은밀한 세계를 알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해결사 차성주(박성웅)까지 등장하여 위협받는 상황 속 우곤은 찌라시의 근원과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보이지 않는 실체 ‘찌라시’를 둘러싼 숨막히는 추격이 시작된다!
자칭 KTX가 아닌 연예계 밑바닥부터 기며 버텨온 매니저 우곤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여배우 최미진을 스타로 성공시킨다. 그렇게 찬란한 장미빛이 보이나 싶더니, 미진과 야권 정치인의 스폰서 스캔들이 터지고 미진은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 만다. 매니저 우곤은 이건 낭설이자 찌라시 일거라 직감하고, 그 실체를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억울하게 죽은 미진을 위해서라도. 오로지 최초유포자를 찾아 나서다가, 전직 기사 출신의 찌라시 유통업자 박사장과 불법 도청박사 백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그들을 통해서 찌라시의 세계로 발을 담근다. 연예부 기자를 사칭해 이른바 '정보회의'에 들어가 그들과 한통속이 돼 찌라시의 제작과 유통을 지켜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재계 커넥션과 관련된 실체에 점점 다가간다. 그럴수록 어디서 나타난 피도 눈물도 없는 해결사 차성주에게 손가락이 꺽이는 갖은 폭력으로 곤죽이 된다. 그래도 우곤은 멈출 수가 없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달릴 각오로 찌라시는 시한폭탄이 돼 피날레를 준비한다. 과연 보이지 않는 그것은 무엇이며 한방을 제대로 날렸을까.

1. 찌라시, 근원적 호기심을 건들다 :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근원적으로 건드리는, 남 얘기 듣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해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영화다. 일명 '찌라시'는 본래 일본말로, 광고·선전을 위해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는 종이를 뜻한다. 하지만 작금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찌라시는 증권가에 도는 '사설 정보지'를 일컫으며 온갖 실체와 조작이 섞인 루머를 퍼트리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걸로 대변된다. 과거 '연예계 X파일'이 터졌듯이, 찌라시는 그렇게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것. 영화는 그런 찌라시 실체에 접근하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이 영화 한 편이면 나름 마스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사건을 폭로하는 게 아니라, 은밀하게 거래되는 정보들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지 또한 그것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과정을 좇는데 주력한다는 점에선 분명 볼만하다. 주인공 매니저 우곤은 그 위험천만한 모험의 안내자인 동시에 추격자가 돼 조력자 2명과 함께 활약한다. 마치 게임의 미션을 하나씩 통과하는 수순으로 달리는 것이다.
2010년 <내 깡패같은 연인>을 연출하며 주목을 받았던 김광식 감독은 "사설 정보지 찌라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봤더니 연예계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정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엮어 이야기하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 사설 정보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취재한 끝에 찌라시의 생산과 유통, 확산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리는 데 주력했으며, 매니저 우곤이 찌라시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정보맨들의 미팅에 참석,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정보회의'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라 할 만하다. 함께 "전작도 그렇고 메시지에 특별히 집중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한다"고 연출 의도를 덧붙여, 흥미로운 소재성과 사회극 양상으로 나름의 매력 포인트를 지니며 주목을 끈 것이다.
2. 찌라시로 시작한 범죄 사회극 양상 : 그러나 찌라시로 시작된 초중반의 얘기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익숙한 범죄 스릴러 장르로 변모해 추격전과 마무리에 이르는 과정이 다소 평면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재계가 결탁한 일종의 파워게임에 여배우가 희생양으로 익숙하게 변주된다는 것. 그래서 찌라시가 낳은 결과를 가지고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참신한 접근이 아쉬운 대목이다. 연예부 기자로 세탁해 우곤이 정보회의에 침투했지만, 겉핥기 식으로 치고 빠지듯 찌라시라는 소재를 언급은 했지만 본질이나 핵심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은 없다. 이후엔 정경유착의 고리를 파헤치는 추격전의 사회극 양상으로 앞선 그림과 이물감을 안긴다. 그 과정에서 SNS의 타고 도는 '찌라시 시장'처럼 활용해 그들을 잡겠다는 포석도 색다르지 않게 흘러 마무리되었다. 궁금한 세계에서 익숙한 과정의 사회극으로 전사된 것이다. 다만 마지막 반전이라면 여배우에 관련된 사항인데, 이건 스포일러라 자제.. ㅎ
3. 국민형부 '김강우' 가장 볼만한 상업영화 : 충무로 영화배우 '김강우'는 스타성 중간에 놓인 위치다. 엄청난 흥행성을 갖춘 스타배우는 아니어도,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특히 영화에선 매년 1~2편씩 작품을 찍지만, '돈의 맛'때부터 시작한 '사이코메트리'나 '결혼전야' 등 크게 히트작이 없는 것도 흠 중의 하나. 그러나 김강우는 이번 '찌라시'를 통해서 배우로서 슬슬 욕심을 내도 좋을 듯 싶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상업영화 중 가장 재밌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는 반응들이 많았기 때문. 그만큼 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목숨까지 거는 절박함을 안고 매 순간 감정을 소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다만 그런 모습이 전작들과 비슷한 기시감이 들긴 했어도, 영화의 흥미로운 소재성과 부합돼 표출이 잘 된 측면에선 괜찮다. 국민형부가 이젠 의리파 매니저로 거듭나며 자식처럼 아끼던 배우를 위해서 그렇게 내달린 것이다. 비록 이런 노력에도 불국하고 큰 흥행이 안 될지라도, 이 정도면 볼만한 영화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찌라시' 그 세계만이라도 궁금하기 때문일 테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07923&mid=22807#tab

PS : 김강우가 맡은 우곤은 찌라시 실체에 다가하는 위험한 모험의 안내자인 동시에 추격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만능으로 활약하진 않는다. 그 과정에서 오앤씨 해결사 차성주 역 박성웅이 수시로 걸림돌로 작용한다. 역시 악역 전문 배우답게 그 포스는 여전하다. 차가운 미소와 깔끔하고 정제된 조폭의 이미지로 우곤의 손가락을 수차례 꺽어준 장본인이다. 그의 말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건 99%가 조작일지도. 이게 찌라시의 진정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PS2 : 죽음을 맞이한 여배우 최미진으로 나왔던 배우가 익숙하게 누군가 싶었다. 마치 '은교'의 김고은을 닮은 눈매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인조의 왕후 장렬왕후 조씨로 나왔던 고원희다. 당시 그 사극을 통해서 참 인상적으로 봤는데 앞으로 기대가 된다. 94년생 올해 만 20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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