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임무 “너하고 니 동생이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명훈(최승현)은 남파공작원인 아버지의 누명으로, 여동생 혜인(김유정)과 단 둘만 살아 남아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다. 그곳에서 그는 정찰국 소속 장교 문상철(조성하)에게 동생을 구하려면 남으로 내려가 공작원이 되라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소년의 운명 “나한테 이러면 안되죠.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요”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해 어떤 지령도 마다하지 않던 명훈은 동생과 같은 이름에 늘 혼자인 혜인(한예리)을 눈 여겨 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임무는 위험해져 가고… 동생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 명훈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열 아홉, 소년의 약속 <동창생>
열 아홉살 리명훈은 북의 지령을 받고 남파한 고정간첩(고간) 공작원이다. 아버지의 대를 위해서 누명을 벗기 위해서, 무시무시한 공작원이 될 수밖에 없는 소년은 어린 여동생을 구해야 하는 사명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 남한에서 암약중인 고간들과 접촉해 작전 중에 교전을 벌이고 수백억 상당의 달러를 손에 넣어 북한으로 가져와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 이와 동시에 고교생 '강대호' 신분으로 낮에는 여동생과 동명이인 남한여고생 '이혜인'과 교제(?)하고, 밤에는 살인병기 '기술자'로 이중생활을 한다. 그렇게 하루 빨리 임무를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 동생을 보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임무를 하나 둘 완수해 간다. 그러나 북에선 연락이 없다. 정찰국 8전단 대좌 문상철이 권력싸움에서 밀리고, 김정일까지 사망하면서 북한 수뇌부의 정권 재편 바람에 휘말리면서 버려진 신세가 된다. 한마디로 중간에 떠버린 낙동강 오리알이 된 리명훈이는 동생 혜인이도 구해야 하고 동창생 혜인이도 구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결국, 살인마로 키운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며 온 몸을 불사른 것이다.
1. 최승현 '탑'의 존재감이 돋보인 액션물 : <동창생>은 최승현 원톱으로 활약한 '탑'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전체 중 8할을 맡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크린을 지배한다. 남파공작원이 돼 임무를 수행하는 살인병기의 모습을 제대로 선보인다. 스타트랙 스타일의 짧은 헤어와 진중한 눈매와 목소리는 서늘한 고뇌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미 아이돌 스타로도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탑이 스크린에서 제대로 만개하는 모습이 펼쳐진 것. 3년 전 <포화속으로>에선 학도병 분대장 '오장범'으로 활약, 전쟁의 공포 이면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동료들의 죽음을 겪으며 불안에 떠는 연약함까지 공존했다면, 이번엔 강한 면모로 돌변해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남한에 내려와 킬러가 된 북한 소년 리명훈 캐릭터의 층위로 올라선다. 분단과 이념이라는 불가항력 앞에서 철저하게 장르적으로 깔맞춤된 활약이 전면에 펼쳐지며, 남파공작원 임무 수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총격씬, 오토바이 추격씬, 격투씬 등이 생생하고 다이내믹한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그 점이 영화의 장르적 재미이자 최대 볼거리로 기능했다 할 것이다.
2. 장르적 성격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 아저씨' : 그래서 진작부터 '동창생'의 장르적 성격은 기존의 전작들과 많이 닮아 있다. 인물 캐릭터가 운명을 거스릴 수 없는 남파공작원이라는 점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이 보여준 '원류환'과 비슷하다.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과제가 공통분모로 있다. 하지만 리명훈은 원류환처럼 바보로 행세하지 않는다. 도통 입을 열지 않는 진중한 스타일의 눈빛으로 말하는, 낮엔 고교생으로 밤엔 기술자로 활약할 뿐이다. 그런 임무 과정에서 북으로부터 버려지는 코드 또한 '은위'와 닮아 있으며, 종국엔 총구를 그들에게 향한다는 스토리 전개 또한 흡사하다. 여기에 액션의 급은 '은위'보다 상당히 센 편이고, 원빈의 '아저씨'처럼 팔과 손을 쓰는 무술액션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특히 원빈이 여자아이 김새론을 구해야 하는 임무가 관통하고 있었다면, 여기서도 리명훈은 여동생과 동창생 이혜인을 구해야하는 최종 목표가 있다. 그만큼 '동창생'을 통해서 두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장르적으로 교통하는 전작들을 통해서 또 다른 액션쾌감을 선사힌 '동창생'은 그런 류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3. 전반부가 좋고 컽도는 비장미만 남다 : 사실 이 영화도 아쉬운 건 있다. 스토리적으로 북한 내부의 권력싸움이 어떻게 되면서 이 위기의 소년을 궁지에 모는 지, 설정만 있을 뿐 찰지게 전개되지 않는다. 생략 등을 통한 임무만을 제시할 뿐이다. 시대 상황과 북한 내부의 균열로 희생되는 남파공작원의 운명적 비장함을 주목하지만, 왜 비장한지 캐릭터와 스토리가 서로 이입돼 흡수되지 않는다. 다만 전반부에선 그런 분위기가 충만되게 묘사돼 쉴새없이 보여준 기술자의 액션 자체로 표출이 됐다. 그러나 중반부터 여고생 이혜인과 드라마적으로 이야기를 쌓아 올리고 나중에 그녀를 구해야하는 당위는 여동생의 그것과는 묘한 이질감을 선사. 한마디로 임무 완수에 두 여자를 구해야하는 비장미까지 선사한 건 이미지의 낭비로 다가오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남파공작원이 될 수밖에 없는 비장함, 임무 수행에서 오는 비장함, 낯선 환경에서 오는 서투름과 어떤 비장함,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구해야하는 비장함, 이 모든 걸 아우르는 감성의 비장함까지, 온통 비장함만이 '동창생'에서 관류할 뿐, 핵심적으로 관통하기 보다는 주위를 컽도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럼에도 '동창생'은 분명 볼만하다. 탑군 최승현이 비로소 배우의 길로 나서는, 그것도 액션영화에서 어떤 존재감을 과시했는지 여실히 보여준 작품으로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타짜2>를 비롯한 굵직한 작품들의 주연급 캐스팅으로, 그의 가능성과 이름값을 증명할지 더욱 주목되고 기대되는 이유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5515&mid=21713#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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