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공포영화에서 '좀비물'은 다소 매니아틱하게 B급 장르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인간의 살육을 뜯어 먹는 사투 속에서 뭔가를 찾아낸다는 자체가 어불성설. 그냥 껄끄럽고 매스껍고 목불인견의 살육전만이 남아있을 뿐, 이야기가 아닌 공포적인 비주얼로 환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비물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 이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 아직까지 호러 판타지로써 자리매김하며 진행 중에 있다. 100여 분의 영화가 호러 비주얼로 다가온다면, 드라마로 포맷된 <워킹 데드>는 색달라 보인다. 긴 호흡으로 달려가는 드라마의 특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담아내고, 좀비물로 '드라마'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보여준다. '워킹 데드'가 주목 받고 또 호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아래 스포 포함)
시즌 1은 2010년 10월 첫 방영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좀비가 드라마로 나오다니, 과거 영국 좀비물 <데드셋>(2008)이 4부작 정도 나오거나 인기를 끌었던 <새벽의 저주>(2004), <28주 후>(2007) 영화 등은 있어도, 드라마 타입은 <워킹 데드>가 처음이다. 그것도 미드만의 시즌제 도입으로 이 끝도 없는 좀비와의 사투는 그렇게 포문을 열었다. 시즌1은 총 6화로 구성돼 있어 짧은 편이다. 주인공 보안관 릭이 가족과 떨어져서 죽을 위기에서 친구 쉐인이 병원으로 인도해 고립되고, 깨어나 홀로 방황하면서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하고 좀비가 창궐한 내막은 없다. 이미 세상은 좀비 투성이로 변해버렸다. 살고자 도망치는 것 밖에 없다. 10여 명 남짓 남아있는 그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 외는 모두 좀비세상. 시즌1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살고자 이들은 거처를 옮겨야 할 운명이다. 왜? 좀비들이 몰려오니까...
끝나지 않은 죽은 자와의 사투! 새로운 생존자들의 등장!
생존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CDC 센터가 폭발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한다. 릭은 생존자들을 이끌고 아틀란타를 빠져나오고 안전지대를 찾아 이동하던 도중, 고속도로 위에서 다시 한 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시즌2에서는 새로운 생존자들의 대거 등장으로 더욱 치열해진 생존경쟁과 갈등이 시작된다! 농장주인이자 수의사인 ‘허셸’, ‘허셸’의 딸이자 말을 잘타는 ‘매기’, 좋은 성품의 남자지만 총기오발사고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오티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시즌2는 2011년 10월부터 방영돼 총 13화로 구성돼 있다. 릭이 이끄는 생존자들과 새로운 생존자들이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주 무대는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대농장이 배경이다. 한가롭고 목가적이면서도 드넓은 초원은 온통 살육과 피가 튀는 아비규환의 장소로 변모한다. 농장의 무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동선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시즌2 이야기의 뼈대는 주인공 릭과 친구 쉐인이 벌이는 신경전이 주 테마다. 쉐인은 릭이 죽을 줄 알고, 릭의 부인 로리와 한때 정을 나눈 사이. 릭이 살아 올라오면서 죄책감은 물론 사람들 무리를 이끄는 릭에 대한 불만과 어떤 아집으로 가득차 있다. 그 속에서 릭과 함께 한 허셀의 가족은 좀비떼로부터 자신들의 농장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건다. 여러 군상들이 모이면서 갈등이 생기고, 하나 둘 사고로 죽어나간다. 비록 그것이 좀비가 됐든 사람이 됐든 처절한 건 마찬가지. 농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드라마는 그렇게 참혹해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또 다시 길을 떠난다.
시즌3는 201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방영된 총 16화로 이야기의 확장을 노린다. 시즌1이 전초전에 불과했고, 시즌2가 농장에서 벌어지는 몸풀기였다면, 시즌3부터는 본격적으로 좀비와 사투가 매회 펼쳐진다. 릭 무리가 선택한 무대는 이번엔 교도소다. 온갖 범죄자들이 있는 그곳도 좀비떼로 변한지 오래. 그들을 쫓아내고 나름 터전을 잡는다. 그런데 릭에 맞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이야기의 충돌을 그린다. 또 다른 생존자들로 구성된 '우드베리' 작은 마을을 이끄는 우두머리 '거버너'가 출현해 릭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좀비들과 사투도 힘든데, '인간 대 인간'이라는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갈등과 반목, 욕심 등에 의해서 사람들은 또 다시 죽어나간다. 이와 함께 시즌을 이끌어온 주요 인물들도 서서히 퇴장한다.
우선, 릭의 부인 로리(프리즌 브레이크 석호필의 애인 세라 역을 했던 배우 '사라 웨인 칼리즈')가 4화에서 아이를 낳고 죽는다. 산통 끝에 생배를 갈라서 아기를 낳는 바람에 과다 출혈로 쓰러지고, 차후 좀비가 되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어린 아들 칼이 엄마를 쏴서 죽인다. 이후 남편 릭은 고통에 시달리고 아내의 환영 때문에 무리에서 벗어나 가끔 멘붕에 빠진다. 또 시즌1에서 손목이 잘린 채 헤어졌던 형을 만난 데릴 형제는 맞은편 적수로 나오지만 형도 죽고 만다. 동생은 좀비로 변한 형의 면상을 눈물을 머금고 사정없이 찔러버린 것. 독고다이 타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인 좀비여전사 같은 미숀은 사투 과정에서 거버너의 한쪽 눈을 찌르며 사건을 일으킨다. 시즌2에서 사고로 무리에서 이탈했던 안드레아가 주인공 급으로 활약하며 두 곳을 중재하는 역할로 소강 국면을 맞이하지만, 그녀마저도 좀비가 돼 미숀 손에 죽는다. 릭의 무리들 앞에서 그녀조차 떠나고, 릭은 새로운 무리들을 받아들여 이들의 보금자리(?) 교도소로 다시 들어간다. 거버너와 결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시즌3는 매회 좀비와의 사투가 벌어지면서도, 중반 이후 두 세력이 맞붙는 그림으로 펼쳐진다. 한쪽은 교도소에서, 한쪽은 장벽을 제대로 쌓아올린 작은 마을에서 칩거하며 살아가는 것. 시즌3가 여타 시즌과 다르게 보이는 건, 좀비들이 한층 바깥으로 빠진 느낌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매회 좀비들을 죽이는 게 나오지만, 관통하는 건 거버너와 릭의 충돌이다. 시즌3부터 전격적으로 나선 거버너 역을 맡은 배우 '데이빗 모리시'는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마을 사람들 앞에서 착하고 사람 좋게 행세하지만, 뒤돌아선 악역의 포스를 풍긴다. 처음부터가 아닌 서서히 미쳐가는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딸마저 좀비로 변하자 죽이지 못하고, 개목걸이를 채워서 머리를 빗겨주며 키우고, 좀비들 대가리만 모아서 어항에 담아두고 내 안의 공포를 이기는 도구로 쓴다든지,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부하를 가차없이 죽이는 등 거버너는 시즌3 최고의 사이코패스다운 면모를 선사한다. 릭의 교도소를 점령하고 새로운 주인이 되려 했으나 실패. 이들의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당장 다음 달 10월부터 시작되는 시즌4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과연 누가 죽고 살 것인가. 그리고 좀비와의 사투는 계속된다.
PS : 엔딩 때마다 협찬사로 '현대'가 나온다. 시즌2 중반부터 그래서 '투싼ix'가 나온다는 거.
색깔은 촌스럽게도 연두색이다. 여튼 아직까지 고장없이 좀비들 사이를 잘 누비고 다닌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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